아이들 위해 할아버지·할머니가 연 '아양잔치'

경기도 김포시 주디유치원에서 펼쳐진 김포시 복지예술단 어르신들의 어린이날 잔치

등록 2007.05.04 15:07수정 2007.05.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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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



푸른 계절 5월이다. '어린이날 노래'의 노랫말처럼 오월은 푸르고, 그 5월의 푸름 속에서 아이들은 쑥쑥 자란다.

5일은 제85회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은, 어린이의 인격을 소중히 여기고 어린이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미래 사회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티 없이 맑고 바르며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어린이 사랑 정신을 함양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고자 하는 것이 어린이날을 만든 근본 취지이다.

어린이날의 유래에 관해 잠시 살펴보면, 3·1운동 이후 소파 방정환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의식을 불어넣고자 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해, 1923년 5월 1일 색동회를 중심으로 방정환 외 8명이 어린이날을 공포하고 기념행사를 치름으로써 비로소 어린이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 후, 1927년부터 5월. 첫째 일요일로 날짜를 바꾸어 행사를 치르다가 1939년 일제의 억압으로 중단된 뒤, 1946년 다시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였다. 1957년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을 선포하고 1970년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휴일로 정해진 이래 오늘에 이른다.

a 김포시 복지예술단 윤소리단장의 '아리랑'

김포시 복지예술단 윤소리단장의 '아리랑' ⓒ 김정혜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어린이를 위한 화려한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수없이 펼쳐진다. 그런데 그런 화려한 행사가 아닌, 아주 소박하고 정감 있는 어린이날 행사가 경기도 김포의 한 유치원에서 펼쳐졌다.


김포시 노인복지회관의 회원들로 구성된 김포시 복지예술단이 어린이들을 위해 잔치를 연 것이다. 즉,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린 손자 손녀들을 위해 '아양 잔치'를 베풀어 주신 것이다.

a 아이들과 함께 입을 모아 아리랑을 부르는 김포시 복지예술단 어르신들.

아이들과 함께 입을 모아 아리랑을 부르는 김포시 복지예술단 어르신들. ⓒ 김정혜

3일 오전. 김포시 풍무동에 있는 주디유치원 운동장은 색색의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종종걸음을 치고 계신다. 서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주시기도 하고, 가야금과 장구가 놓일 위치를 한 번 더 챙겨 보기도 하시고, 한쪽에선 춤 동작을 맞춰 보시는지 '하나 둘, 하나 둘' 낮은 구령 소리가 들린다.


오전 11시. 무대 앞에 자리를 잡은 주디유치원 원생들. 예쁘게 꾸며진 무대와,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리고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우리 가락이 아무래도 생경스러운가 보다. 연방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궁금증을 푸느라 왁자지껄하다. 그 소란스러움을 진정시키느라 선생님은 진땀이 흐르건만 천진한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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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이윽고 행사가 시작되자 스피커에서 귀에 익은 가락이 흘러나온다. 아리랑이다. 김포시 복지예술단 윤소리 단장의 선창이 시작되자마자 이게 웬일? 아이들이 하나 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이어 선생님도 구경 오신 부모님들도 아이들과 함께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한다. 예닐곱 아이에서부터 칠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함께 입을 모아 부르는 아이랑. 주디유치원 운동장엔 잠시,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일렁거린다.

a 김포시 복지예술단 어르신들의 신나는 스포츠댄스

김포시 복지예술단 어르신들의 신나는 스포츠댄스 ⓒ 김정혜

이어진 순서는 할머니들의 스포츠 댄스 공연. 신나는 음악과 유연한 몸동작…. 예순을 넘기고 일흔을 넘긴 할머니들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다시 열광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얌전하게 앉아 신나는 음악에 맞춰 손뼉을 치던 아이들이 일제히 일어나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아리랑에 이어 무대와 객석이 다시 하나가 되었다. 무대에서 춤을 추시는 할머니들과 무대 아래에서 몸을 흔들어대는 아이들. 진정 세대를 초월한 어울림이다.

a 장구와 가야금이 어우러진 김포시 복지예술단 어르신들의 공연

장구와 가야금이 어우러진 김포시 복지예술단 어르신들의 공연 ⓒ 김정혜

이어 가야금과 장구가 등장한다. 아이들에겐 다소 낯선 악기임이 분명하지만 그 악기들이 내는 소리에 아이들은 어깨를 들썩인다. 역시 우리 가락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리고 아이들, 그들이 하나가 되어 함께 어깨춤을 덩실거린다. 우리 가락이기에,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고 우리들의 손자 소녀이기에, 그들은 가야금과 장구가 내는 소리에도 쉽게 하나로 묶일 수 있는 것 같다.

a 아이들이 손수 만들어 어르신들께 선물한 카네이션.

아이들이 손수 만들어 어르신들께 선물한 카네이션. ⓒ 김정혜

흥에 겨워 어울리다 보니 어느덧 잔치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마지막 순서로 주디유치원 아이들은 김포시 복지예술단 어르신 한 분 한 분께 손수 만든 카네이션을 선물로 드리고 이에, 복지예술단 어르신들도 손수 마련하신 선물을 아이 하나 하나에게 건네시며 따뜻하게 꼭 안아주신다.

a 김포시 복지예술단 윤소리단장.

김포시 복지예술단 윤소리단장. ⓒ 김정혜

이번 공연에 대해 윤소리 김포시 복지예술단 단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른이라고 늘 뒷짐지고 앉아 받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이번 공연은 아마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아요. 연습을 굉장히 열심히 했는데 모두들 피곤한 줄도 몰랐어요. 복지관에 다니면서 틈틈이 배운 것들을 우리 손자 손녀들에게 보여준다 생각하니 힘이 절로 났어요. 이런 공연을 앞으로도 자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렇게 이쁜 우리 아이들과 좀 더 자주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a 주디유치원 최기철이사장.

주디유치원 최기철이사장. ⓒ 김정혜

이에 최기철 주디유치원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화답했다.

"핵가족화 시대다 보니 요즘 우리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정을 많이 못 느끼잖아요. 그런 면에서 이번 행사는 아주 뜻 깊은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우리 가락에 맞춰 이렇게 재미있게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보니 저도 매우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유치원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아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야겠습니다."

a 다들 너무 행복해 보이는 어르신들과 아이들.

다들 너무 행복해 보이는 어르신들과 아이들. ⓒ 김정혜

행사가 끝나고 어르신들과 아이들은 무슨 이야기가 그리도 재미나는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자리를 뜰 줄 모른다. 그런 어르신들 모습에서 손자 손녀들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을 엿보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짠하다.

아이들을 위한 공연에 오히려 당신들이 더 행복하다는 김포시 복지예술단 회원들. "안녕히 가세요"라는 배꼽 인사에 고사리 손을 별처럼 흔들어대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향해 마주 손을 흔들어 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얼굴에 박꽃 같은 하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어린이날 #김포 #주디유치원 #아양 잔치 #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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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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