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여인. 상당히 체구가 작다.오마이뉴스 김대홍
결국 가야의 흔적은 축제 프로그램이 아니라 상설전시장인 노출전시관,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이 중 대성동 고분은 작가 최인호가 <제4의 제국>을 쓰는데 모티브를 준 곳이다. 최인호는 여기서 파형동기(巴形銅器)가 대량으로 출토된 것에 주목, 역사 추적을 시작했다.
바람개비 모양을 닮아 '바람개비형 동기'라고도 하는 파형동기는 일본 고유 유물로 전세계에 알려져 왔는데, 일본에선 왕의 무덤에서만 나올 정도로 고급 유물이었다. 작가는 파형동기가 일본 스이지가이(조개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파악했으며, 스이지가이의 원형이 인도 비슈누 여신에서 비롯됐다고 결론내림으로서 인도인 허황후 설화가 사실임을 입증했다.
대성동고분박물관은 흥미로웠다. 금관가야 여인의 키가 150㎝가 조금 넘는다는 사실, 가상화면으로 재현한 2000년전 금관가야 여인, 갓 태어난 아기의 머리위에 돌을 놓아 이마를 평평하게 하는 성형술인 '편두', 하위무사·상위무사·장군별로 재현한 투구와 갑옷 등은 그 당시를 고스란히 재현한 느낌이었다.
노출전시관은 대성동고분군 발굴 무덤 중 두 개 무덤(29호, 39호분)을 그대로 복원한 곳이다. 당시 지배계층의 무덤 양식을 볼 수 있다.
김해·인도협연, 가야금앙상블은 가야다웠지만
5일 주무대에선 김해·인도 협연, 가락국기 가무극 등 가야의 독특함이 묻어나는 공연이 마련됐다.
하지만 제1회 영남탈춤제, 중국 소림무술, 이광수 사물놀이, 중국 변검과 용춤, 퓨전 국악 등은 가야축제와 연관성을 찾기 힘들었다. 게다가 무대 근처에 펼쳐진 꽃작품 전시, 전통놀이, 전국학생미술실기대회, 소망등 전시, 가야등창작전국공모전 작품 전시 등도 볼거리는 제공했지만 역시 가야의 숨결을 느끼긴 힘들었다.
김해·인도 협연은 금관가야의 성격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관가야 초대여왕이 인도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점에 특별히 주목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김해·인도 협연은 연합무용, 벨리댄스, 춤서리 등과 함께 '예술무대'에 포함돼 있었다.
▲무용·비보이 공연·사물놀이·퓨전국악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졌다.오마이뉴스 김대홍
▲5개국 가야금 계열 악기 연주자가 모인 가야금 앙상블팀.오마이뉴스 김대홍
6일 열린 5개국 가야금앙상블 또한 의미를 둘 수 있는 공연이었다. 여기엔 한국·일본·중국·베트남·타이완 등 5개국가 연주자들이 고토(일본), 고쟁(중국 타이완), 단트란(베트남), 가야금(한국) 등 자국 악기를 들고 나와 협연을 펼쳤다. 모두 가야금 계열의 악기들.
베트남 연주자 팜 트라 미의 독주에 이어 중국 타이완 강샤오칭, 쉬후이치의 협주, 다시 한국 박순아, 일본 노부코가 참가하는 5개국 합주가 이어지자 관객들은 크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박수를 보냈다. 옆 자리에 앉은 한 중년남성은 베트남 연주자를 보며 "내가 월남전에 갔을 때 말이야"라고 하면서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
이들 5개국은 역사적으로 애증이 교차하는 나라들이다. '식민지 정책' '제2차 세계대전' '과거사 분쟁' '하나의 중국' '월남전'이란 역사의 고리에 따라 물고 물리는 애증의 관게를 만들었다. 이들 연주자들을 보면서 혹시 관객들은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았을까.
그러나 5개국 가야금 앙상블 또한 5개국 협연이란 점이 거의 부각되지 않았으며, 프로그램에도 가야금 앙상블이라고 짧게 소개돼 있었다. 축사를 하러 무대에 올라온 김종간 김해시장이 "중국에서 오신 분들"이라고 소개했을 정도.
김해를 대표하는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과 협연을 기대했던 나로선 이들이 자체 공연만 마치고 내려간 게 못내 아쉬웠다.
아직은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많아... 내년에는?
| | | 가야금 앙상블팀과 나눈 짧은 이야기 | | | | 이 내용은 재일교포 연주자인 박순아씨와 나눈 이야기다.
- 5개국 연주자가 가야금 앙상블을 이룬 게 언제부터인가. "이번이 처음이다."
- 그 전엔 교류가 전혀 없었나. "한·중·일 연주자는 '고토히메'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7년 동안 활동하고 있었다. 러시아·미국 등 해외에서도 공연을 했다. 베트남과 타이완은 이번에 한국에서 공연하면서 처음 합류하게 됐다."
- 이들 5개국은 역사적으로 많이 부대낀 나라들이다. 그런 점을 의식하진 않았나. "전혀. 우린 음악이 좋았기 때문에 쉽게 친해졌다. 단 활동을 하면서 관객들이나 팬들로부터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조금씩 생각하고 있다."
- 5개국 연주단이 앞으로도 계속 공연할 것인가. "모르겠다. 5개국 연주단을 엮은 김진묵 선생님이 '동심화'란 이름을 즉흥적으로 지어주셨다. 같은 마음을 지닌 연주자들, 동아시아 국가의 연주자들이란 뜻이라고 하시는데, 희망사항이다."
- 앞으로 계획은. "'고토히메'는 앞으로도 계속 활동한다. 6월엔 중국 듀오 공연, 10월엔 도쿄 트리오 공연이 계획돼 있다." / 김대홍 | | | | |
가야문화축제의 모호한 성격은 폐막식에서도 잘 드러났다.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이나 김해를 대표하는 전통 명인들의 연주 대신 타 지역에서 내려온 퓨전국악팀과 비보이 팀이 폐막식을 장식했다.
이들은 관객의 기대에 부응했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열의를 다해 공연을 펼쳤다.
단 '가야문화축제'라는 이름이 아니라 '김해 시민의 날'이었다면 이들의 공연은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렸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김종간 시장은 폐막축사에서 "크게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유재만 사무국장은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더 많았던 것 같다"면서 마무리말을 했다.
2008년 한 번 더 기대를 가져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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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 공연, 소림무술... 이게 가야문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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