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어머니에게서 들은 얘기다.
"제 자식 입에 밥숟갈 들락거리는 것 하고 자기 논에 물 들어가는 것 바라보는 재미보다 더 한 게 없다."
그래서 '제 논에 물대기'라는 말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남의 눈치 볼 겨를도 없고 남 생각할 여유도 없는 것이 제 논에 물대는 일이다.
어둑발이 들 때야 겨우 논 물꼬로 물이 들기 시작했다. 어서 가서 저녁밥 지을 걱정도 잊을 정도였다. 물꼬로 물이 흘러들면서 바싹 마른 논이 서서히 젖어 들어가는 모습이 감개무량 할 정도였다.
감동이나 희열은 기다림의 간절함과 노력의 양에 비례하는 것. 오늘 아침 일찍부터 종일 논에 와서 살았다. 언덕을 개간하여 논으로 만든 것이어서 봇도랑에서 물을 끌어 대기가 여간 힘들지가 않았다.
서너 자 밑으로 흘러가는 도랑물을 대기 위해서 30여 미터가 넘는 물길을 만들어야 했다. 물 호스를 도랑 옆 비탈길을 따라 괭이로 파 가면서 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