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사건이 발생한 서울 북창동 OO클럽(오른쪽).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의혹을 밝혀줄 '잠적 3인방' 중 2명이 잇따라 경찰 조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이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화그룹 협력업체 김아무개(49) 사장은 7일 저녁 8시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나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보복폭행' 사건 당시 회사 용역철거반을 동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사와 함께 경찰 조사에 응한 김 사장은 북창동 술집에 김 회장과 동행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청담동 G가라오케나 청계산에 가거나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북창동엔 갔지만 청계산엔 안 갔다"
김 사장은 경찰 조사 직전 '경찰수사 및 언론보도에 대한 입장'이라는 소명자료를 통해 "사건 당일 친구 2명과 술을 마시다 한화 김 회장님과 자리를 같이 하게 됐다"며 경위를 설명했다. 또 "뒤늦게 나타난 S클럽 종업원들로 하여금 사과를 하게 한 사실은 있으나 청담동과 청계산에는 간 사실이 없고 종업원들을 폭행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경찰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로부터 소환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 이후 나흘씩이나 잠적한 김 사장의 행적은 해명을 통해서도 풀리지 않고 있다. MBC가 지난 3일 밤 휴대전화번호 추적 결과를 통해 "한화그룹 협력업체 사장이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경찰은 김 사장의 행방을 찾았지만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켰다.
경찰은 김 사장을 대상으로 김승연 회장측으로부터 인력 동원 지시를 받았는지와 동원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집중 추궁했다. 또 경찰의 추적이 시작된 이후 나흘간의 행적도 캐고 있다.
경찰은 이 기간 동안 김 사장이 한화그룹 등 사건 관계자들과 입을 맞춘게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
잠적 나흘 동안 뭐했나
김 사장에게 인력 동원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한화그룹 김아무개(51) 비서실장도 경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김 비서실장은 8일 남대문경찰서에 출석해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김 비서실장을 상대로 김 회장이 청담동 G가라오케와 청계산 일대, 북창동 술집에 나타나 직접 폭행을 휘둘렀는지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29일 경찰 조사에서 청담동 G가라오케와 청계산 폭행 현장에 있었던 사실을 부인했다. 폭행에 가담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비서실장은 또 지난 3월 8일 밤 휴대폰으로 협력업체 김 사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건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김 비서실장이 김 사장에게 인력동원을 요청했다는 혐의를 잡고 있다.
특히 현장에 조직폭력배가 있었는지, 김 회장이 직접 이들을 불러들였는지가 김 비서실장 조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찰은 북창동 술집 폭행 현장에 '범서방파' 출신의 전직 조직폭력배 행동대장 오아무개(54)씨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하고 뒤를 쫓는 중이다. 오씨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지난달 27일 해외로 도피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당일 김 비서실장과 오씨가 청담동 한 고급식당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조사 중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전직 서방파 출신인 음식점 주인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김 비서실장이 오씨에게 '현장 동행'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김 실장→김 사장→조폭 오씨' 연결고리는?
따라서 경찰 수사는 '김승연 회장→김 비서실장→D토건 김 사장→조폭 오아무개씨'로 이어지는 폭력배 동원 의혹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잠적했던 김 사장과 김 비서실장이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한 것은 경찰 수뇌부의 강력한 수사의지 표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강희락 경찰청 차장은 7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김 비서실장이나 김 사장이) 떳떳하면 왜 도망가느냐, 찾아내기 위해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환 조사에 응하라는 공개 경고였던 셈이다.
강 차장은 또 "수사 결과 피의자 도피, 증인 은닉, 폭행 지시, 피해자 회유 등에 핵심적 역할을 한 사실이 나오면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그러나 '잠적 3인방' 중 한 사람인 김 회장 차남 동원씨의 초등학교 친구 이아무개(22)씨는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경찰은 이씨가 사건 현장 3곳의 유일한 목격자라고 보고 뒤를 쫓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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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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