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한은희
거짓말로 의심받은 사람은 진 경호과장만이 아니다.
지난 8일 경찰에 자진 출석한 한화그룹 김아무개(51) 비서실장은 청계산에 간 것은 인정하면서도 김 회장 부자는 현장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납치, 감금한 것처럼 보도되는 게 가장 억울하다"고 말했다. "피해 종업원들이 장소 이동에 흔쾌히 동의했고 차 안에서 자유롭게 담배도 피우고 휴대폰을 사용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S클럽 업주인 조아무개(41)씨와 종업원들은 "맞으러 가는 사람이 어떻게 담배 피우고 전화도 하고 그러겠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정황상으로도 김 비서실장의 말보다 피해 종업원들의 말에 더 신뢰가 갈 수밖에 없다. 김 회장 부자가 현장에 없었다는 김 비서실장의 주장에 신뢰성이 떨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실 김 비서실장은 한화 측이 '거짓말' 해왔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김 비서실장은 8일 '언론에게 드리는 글'에서 "경찰수사를 믿지 못하여 우리 직원들이 다소 솔직하게 진술하지 못한 부분에 대하여도 진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사를 받은 경호원들이 진실을 감췄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두 사람이 '청계산 현장'을 인정하면서도 폭행을 부인하는 것은 김 회장 부자를 향한 '충성심'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달 29일 경찰 조사에서 "청계산 폭행은 모른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다음날엔 차남 동원씨도 "종업원을 때린 적 없다"고 발뺌했다.
김 회장 대신 십자가 지려 했지만...
'청계산 폭행'이 들통나게 되자 한사코 자신들이 떠안으려는 것도 김 회장 부자의 혐의 부인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마치 조폭 영화에서 부하 폭력배가 죄를 지은 '보스' 대신 들어가듯 김 회장 부자 대신 십자가를 지겠다는 뜻이다.
두 사람의 충성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김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보스'를 감싸려던 진 경호과장의 영장도 함께 청구됐고 김 비서실장은 불구속입건됐다. 두 사람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 셈이다.
영장 청구는 경찰이 신청한지 딱 하룻밤 사이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경찰과 검찰은 그만큼 혐의 증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김 회장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흉기 사용 폭행ㆍ상해, 공동감금, 공동폭행, 공동상해와 형법상 업무방해 등 6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김승연 회장이 폭력 혐의로 구속되는 첫 재벌총수가 될는지 결정될 시간도 가까워졌다. 법원은 11일 오전 10시 30분 영장실질심사를 해서 김 회장의 구속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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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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