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이라고 세상 행복 독점해선 안 되지요"

[이 책과 저자1] '부동산 생활풍수'의 저자 건축가 조인철씨

등록 2007.05.12 18:03수정 2007.05.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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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저자'를 시작하며> 이 글은 땅 부동산 주택 건축 등 여러 분야의 책(신간이건 발간된 지 오래된 것이건 상관없이)을 꼼꼼히 톺아 그 가치를 요량하고, 독자에게 전할 만하다는 판단이 서면 비로소 저자와 만나 토론한 후 글을 짓는 것이 원칙이다. 이 글은 그 첫 번째 글이다. 기획의 성격상 일정한 주기로, 또는 자주 글을 게재하지 못한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란다.- 기자 주

서양의 지리학은 땅의 이용 즉 개발을 염두에 둔 학문이다. 논리와 효과, 실증(實證)에 기초한 이론과 활용은 이미 우리 사회의 규범일 터다. 왜냐하면 우리의 교육과정이 그렇게 가르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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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생활풍수'의 저자 건축가 조인철 씨 ⓒ 강상헌

우리의 전통지리학인 풍수는 이를 주제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건축가 조인철씨(건축사사무소 '자연과건축' 대표)마저 '어느 부분이 미신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학문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오랜 역사 속의 풍수론을 근대와 현대의 교육은 미신이라 가르쳤기 때문이다'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철든 사람 누구를 붙잡고 물어보더라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무엇인가가 풍수에 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아직은 점술(占術)과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최근 서너 해 동안 우리 생활 속에서 풍수의 존재감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필자도 그렇다.

'책'은 우선 팔려야 한다. 그래서 진지한 접근과 풍부한 예제, 성의 있는 논리와 논의의 전개 등 탄탄한 실속에도 불구하고 '재물을 부르고 사람을 살리는'이라든지 '돈 되는 집, 돈 안 되는 집, 기가 모이는 땅, 기가 흩어지는 땅' 따위의 상업성(?) 짙은 서술어로 장삿속을 드러낸 표지를 심하게 탓하지만은 않기로 했다.

장풍득수(藏風得水) 즉 '바람을 가두고(흩어지지 않게 하고) 물을 얻는다'는 말에서 왔다는 풍수는 최근 건축과 부동산거래 등에서 부가가치를 더하는 '첨단기법'으로 활용될 정도로 환영받는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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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생활풍수' 책 ⓒ 강상헌

이 말과 개념이 제목에 들어간 책만도 이미 수백 권이다. 그 중 상당부분은, 기자의 생각으로는, 속된 말로 '얼치기'다. 유행 따라 돈 벌려는 싸구려 기획이 없지 않은 것이다.

변변찮은 지식으로 완성도 낮은 원고를 책으로 묶어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저자와 출판사들은 아무리 명당을 써도 복 받지는 못할 것이란 생각이다. 부동산신문 편집인이면서 풍수와 수맥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정정수 주필의 의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 주필은 이 인터뷰에 필자와 함께 참여했다.

최근에 우연히 발견한 책 <부동산 생활풍수>('평단' 刊)는 비록 최창조 교수나 김두규 교수처럼 '풍수의 본질'을 변호하거나 그 가치의 정립을 애써 부르짖지는 않지만, 힘과 진정성이 있다. 5월의 어느 날 저자 조인철씨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며칠 후 책읽기를 마친 후의 느낌이다.

"땅과 건물과 도로를 풍수적으로 새롭게 살피는 것의 중요성을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생활과 부동산 마케팅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제시했다면 이 책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책이 잘 팔렸으면 좋겠네요."

정중하고 약간은 과묵한 인상의 이 건축가는 솔직하면서도 당당했다. 믿음이 갔다. 얘기를 오래 했는데, 몇 개의 질문에는 책을 읽으면 답이 절로 나온다고 대답했다. 인터뷰 내내 그런 긴장감은 계속됐다.

도시에서 사는 것,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 것 등에서 알게 모르게 주고받는 '기(氣)'에 대한 무지(無知)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인지를 이 책은 여러 번 강조한다. 우선 살기(殺氣)를 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풍수적 기초나 기에 대한 배려 없이 만들어지고 운행되는 도시에서의 생활은 살기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쉽지요. 생기(生氣)를 찾는 적극적인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살기를 피하는 대책이 다방면에서 세워져야 합니다."

건물 모서리가 건물을 찌르고 있다면 나쁜 형상

어느 신문의 인터뷰는 이 건축가가 풍수에 빠지게 된 과정을 마냥 신기한 듯이 여러 문장으로 묘사했다. 그는 나이 40세가 다 되어서야 이 분야(풍수)를 알게 됐고, 2005년 성균관대에서 <풍수향법의 논리체계와 의미에 관한 연구>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1년 경주에서 태어났다.

우리가 현재 풍수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답변은 '서양지리학'에 익숙하면서도 '전통지리학'인 풍수에 새롭게 눈뜨는 요즘 세대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이 될 듯하다.

"청룡 백호 현무 주작과 같은 사신사나 음양오행론만으로는 산업화 도시화된 우리 환경을 정밀하게 읽어낼 수 없습니다. 서양의 지리개념인 수맥(水脈)이나 지자기(地磁氣), 지열(地熱), 중력(重力) 등도 도입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기 중 부동산 풍수와 관련이 큰 형기(形氣), 질기(質氣), 량기(量氣) 등의 기운과 역사성까지도 고려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형기(形氣)는 (건물 등의) 형태가 나타내는 기운, 질기(質氣)는 내외부 구성과 같은 내용의 기운, 량기(量氣)는 저자가 붙인 개념으로 규모의 기운을 각각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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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인터뷰가 끝난 후 저자와 인터뷰어의 기념촬영. 왼쪽부터 '부동산신문' 주필 정정수 씨, 책의 저자 조인철 씨, 필자. 서울 용산의 삼각지로터리에 세워졌던 배경의 용 장식은 인터뷰 직후 구청에 의해 철거됐다. 이 용 장식의 유무가 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없지 않을 터다. ⓒ 강상헌

건축가의 이 말은 늘 궁금했던 점에 대한 답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의문이 고개를 드는 대목이기도 했다. 과학적 실증의 '결여'로 미신으로까지 천대받기도 하는 이 풍수에 서양지리학과 물리학의 요소까지 섞는다면, '새로운 풍수'의 방법과 결과가 갖게 될 추상성(抽象性)을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 말이다.

어른들로부터 "상 모서리에 앉지 말라"는 지청구를 들으며 자란 사람이 많다. 손가락으로 사람을 가리키는 행위는 금기(禁忌) 사항이었다. 같은 이치다. 다른 건물의 모서리가 우리 집이나 회사를 찌르고 있다면 이는 '풍수적'으로 또는 '기'(氣)의 관점에서 좋을 이유가 없다.

살기(殺氣)를 피하는 지혜이리라. 살(煞) 맞는 것을 즐겨하면 되겠는가? 그러나 '왜' 그런가에 관한 물음이 없다면 이는 지성의 포기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또 기구로 잴 수 없기에 부정(否定)되기 쉬운 풍수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직관(直觀)에 의한 인식과 통찰 밖에는 다른 수단이 없는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땅은 신령스러운 생명체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이 각각 한 개의 생명의 우주이듯 말입니다. 도구 하나 장만했다고 땅의 '모든 것'이 해석될 수는 없겠지요."

그러면서 그는 "땅이 용서하지 않으면 그 때문에 생기는 살기에 의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고 천천히 말했다. 땅을 개발의 대상으로만 보는 인간의 욕심과 무지가 부르는 불행은 이제까지도 많았지만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경고'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책에 써있다. 그러나 이런 불행도 '풍수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며 그는 대책을 제시했다.

"좋은 땅, 흔히 말하는 명당(明堂)에 조상을 모셨거나 집을 짓고 산다고 해서 모두가 복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생명의 원리' 즉 섭리를 망가뜨리는 이나 집안이 명당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세상 행복을 독점한다면 어찌 인간 사회가 숨을 쉴 수 있겠습니까?"

이 책의 본문 톺아보기

"이혼율이 높은 것은 경제적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많은 나라에서도 이처럼 이혼율이 급상승하지는 않았다. (중략) 이혼은 마음의 문제이고 사고방식의 문제다. 풍수의 관점에서 화(火) 기운이 있는 예식장의 건물 형태와 이혼율은 서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종로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강력한 도로살을 상당히 완화해주고 있다. 특히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릴 즈음에는 음기가 득세하게 되는데, 그 때 어둠을 틈타 살기가 밀려온다. 이 살기를 차단하는데 이순신 장군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과거 풍수이론의 사신사의 형국을 현대사회에서는 과거처럼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략) 부동산 풍수학에서 좋은 땅을 말할 때 중요시하는 조건은 쓸 사람과 업종이다. 부동산의 가치는 어떤 용도로 터를 사용할 것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남동에 모여 사는 재벌들 간에도 기 싸움은 벌어진다. 엘지그룹 총수의 집 자리가 삼성그룹 총수의 집 자리에 영향을 주고, 그래서 이전한 삼성그룹 총수의 집 자리는 농심 회장의 집 자리에 영향을 준다. (중략) 전쟁터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장수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풍수의 응징' 또한 발복(發福)만큼이나 매서운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또 명당을 썼다고 해서 그 '효력'이 영구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저자는 강조했다. '대권'을 얻기 위해 선영을 옮겼다든지 하는 시중의 여러 이야기들과 그 후의 시간의 흐름들을 가늠해볼 때 이 같은 발언은 매우 시사적이다. 선량하게 사는 것의 미덕을 어찌 당할 수 있을까?

사람이 약간 무뚝뚝하기는 해도, 책은 비교적 친절하다. 물론 한자(漢字)를 잘 알면 더 좋겠지만, 한자에 대한 소양이 풍부하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

"잊혀져가는 과거의 지식이 아닌 새로운 지식의 체계로 많은 사람들이 풍수를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서양에서 이 풍수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노력이 크게 일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에게 거꾸로 배워야 할지 모르지요."

특히 경제력과 결정권을 가진 '유력한 인사'들이 이를 제대로 알아주었으면 한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그가 은근한 목소리로, 또 책의 내용으로 들려주는 '풍수'는 '진정한 우리 것'의 가치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방법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주간 '부동산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이 글의 필자는 '부동산신문'의 이사 편집국장이며, '생명시대신문'(www.lifereport.co.kr)의 발행인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주간 '부동산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이 글의 필자는 '부동산신문'의 이사 편집국장이며, '생명시대신문'(www.lifereport.co.kr)의 발행인입니다.
#풍수지리 #조인철 #건축 #책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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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등에서 일했던 언론인으로 생명문화를 공부하고, 대학 등에서 언론과 어문 관련 강의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생각을 여러 분들과 나누기 위해 신문 등에 글을 씁니다.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직책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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