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종은 정말 서운했을까?

등록 2007.05.18 15:32수정 2007.05.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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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종 임금이 저승에서 얼마나 서운했을까."

어느 신문 칼럼의 마지막 문장이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싶었는데, 역시 효종대왕 재실 버너 사건(?)을 다룬 글이었다. 현상적으로 보면 문화재청장과 여주군수를 대접하기 위해 버너를 피운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과연 효종 임금이 저승에서 서운해 했을까? 오히려 기뻐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언제나 찾은 이들이 없어서 적적했을 터이니 말이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아니 후손들이 잘 찾지 않는 곳에서 1년 365일 있다 보면 외롭고 고독하기 이를 데 없을 터이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떠들썩하게 하니 오히려 적적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 말은 거꾸로 우리의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을 의미한다. 사실 필자는 효종 대왕릉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부끄러움을 느꼈다.

언론 매체에서는 너도 나도 비판을 한다. 당연하다.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문화재청이 효종대 왕릉 재실 앞마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는 사실은 취사와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문중에서 제사를 지내고 옆에서 밥을 해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래 선조와 후손이 함께 그 자리에서 밥을 나누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취사행위 자체에 대한 규정 적용은 타당하지 않다. 관람객들이 취사 행위를 하는 것과 제례(숭모제)뒤의 취사는 분명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무덤 앞에서 취사를 하면 안 되지만 기리는 날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물론 기본적인 제례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언론 매체에 대한 아쉬움은 있을 수밖에 없다.

과연 언론 매체들은 그간 이 효종왕릉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까? 효종대왕이 적적하게 않게 북적거려 본 적은 있을지 의문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개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할지 모르겠다. 일반인에 대한 개방 결정이 이루어진 것은 최근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근처에라도 가보았다고는 할 수 없다. 아니 언론이니 매체에서 효종을 적적하게 하지 않아야 했을 것이다.

며칠 간 언론 매체들은 효종 대왕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서부터 왕릉의 가치에 이르기까지 전문적 식견을 나열한다. 평소에 효종대왕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는 듯이 말이다. 물론 그러한 지식은 단순히 정보에 불과하고 관심의 정도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어디에나 있는 정보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례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 문화적 관점을 간과하고 단순 규정의 적용에 선정적 저널리즘의 행태를 보였는지 모른다. 마치 거대 권력의 부패에 맞서는 검투사와 같이. 공교롭게도 언론이 난데없이 효종 대왕릉에 주목한 것은 문화재청 버너 사건이었을 뿐이다. 아마도 이번 사건이 흘러가면 언론매체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효종왕릉에 대해서 다루지 않을 것이다.

버너를 피우건 음식물을 반입하건, 오히려 지금은 떠들썩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효종대왕이 외롭지 않게 말이다. 오히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공격하는 행태에 더 서운해 하지는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데일리서프라이즈에 보낸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데일리서프라이즈에 보낸 글입니다.
#효종 #문화재청장 #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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