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생각, 부모님은 얼마나 내 곁에 계실까?

77세, 74세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꾸만 아프십니다

등록 2007.05.18 18:23수정 2007.05.1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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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희용

어린 시절, 내 나이 11살 때 소달구지를 타고 아버지와 논으로 가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길에 쓰러지셨다. 어머니가 달려오셨고, 가까이 살던 사촌형님들이 오셨고, 그렇게 아버지는 병원으로 가셨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어린 시절이라 잘 기억 안 나지만, 아버지는 회복되셔서 다시 시골집에 오셨다. 당시 국민학교 6학년이었을 때 경운기를 샀는데, 그때부터 나는 아버지 대신 논 갈고 밭 갈았다.

중학교 1학년 때는 모를 심는 이앙기도 샀다. 모를 심고 있으면 지나가던 동네 어른들이 "어이구, 모 잘 심네. 우리 동네서 제일 잘 심었네" 하셨다. 그때는 우쭐한 마음에 정말 내가 모를 잘 심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커서 생각해보니 아픈 아버지 대신 일하는 내가 안쓰러워 그랬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아내에게 내가 이 다음에 아이들 20살 정도 되면 시골 내려가 농사지을 거라고 하면 "자기가 농사지을 줄 알아? 그게 아무나 하는 줄 알아?" 한다. 이때 나는 "이래 봐도 농사 경력 25년이야! 이거 왜 이래"하면서 아내에게 으쓱한다.

하지만 그런 내가 자랑스러워(?) 하는 그 25년의 세월동안 내 아버지와 어머니 가슴에는 어린 자식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쌓이고 쌓여, 당신들이 지고 가기에 너무 무거운 짐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 가슴에 내가 커다란 못이 되어 아버지와 어머니 가슴을 저리게 한 줄 몰랐다.

올해 일흔일곱의 내 아버지와 일흔넷의 내 어머니. 이제는 나이가 들어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으니 "이제는 가야 할 때가 됐다 보다. 너희들 고생시키면 안 되는 데" 하신다.


혹여 남은 당신의 삶이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내 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 하시며 자식들 집에 안 가고 시골에서 그냥 살겠다는 내 어머니.

술 한 잔 먹고 들어올 때마다 현관문 옆에 붙어 있는 내 아버지와 어머니 사진을 보다 울컥한 마음에 작은 방에 들어가 울음을 목으로 삼킬 때, 나도 모르게 자꾸만 가슴 밑바닥에서 치솟는 그 무엇에 흐느껴 울면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프면 자기도 모르게 흐느낌과 엉엉 소리가 나온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1년이 하루처럼 지나가 너무도 빨리 세월의 흔적이 깊게 베이는 내 아버지와 어머니. 가는 세월 막을 수 없다지만, 그 흐르는 세월 속에 부모님 세월만큼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식에 대한 마음의 짐, 인제 그만 내려놓으셨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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