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국이 몽실몽실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물수국이 피면 모내기를 합니다.이승숙
절기에 따른 농사, 지금은 보리 환갑철
팔순을 앞둔 친정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여쭤 보았습니다.
"아부지예, 옛날에는 뭐보고 농사를 지었심니꺼?"
"그때사 절기에 맞차서 농사 지었제. 그런데 요새는 종자가 다른강 옛날보다 한 보름 정도 일찍 시작하더라. 그 때는 하지 전에는 모내기 안 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보름 정도 일찍 모내기 한다."
"그라마 다른 거는 우에 했심니꺼? 씨 뿌리고 거두는 거는 우에 했심니꺼?"
귀가 약간 어두운 아버지는 제 말을 못 알아 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소리쳤습니다.
"아부지예, 옛날에는 우에 농사를 지었심니꺼? 요새는 달력 맞차서 농사 짓지만 그때는 뭐 보고 농사 지었심니꺼?"
"아, 그때사 어른들 말 따라서 안 했나. 춘분 지나마 봄채소를 심었제. 상추 같은 거 말이다. 그라고 밤나무에 앉은 삐둘키(비둘기)가 안 보일 때 미엉(목화)씨를 냈제. 곡우 때가 되면 나뭇잎이 성하게 한창 피거등. 그라마 밤나무에 앉은 삐뚤키도 잘 안 보일꺼 아이가. 그 때 미엉씨를 심었제."
"아, 농사를 그래 지었심니꺼? 그라마 그런 거 또 있심니꺼?"
아버지는 24절기를 줄줄이 말씀해 주십니다. 절기에 맞춰서 농사 짓던 옛날 이야기가 물꼬가 터진 것처럼 술술 나왔습니다. 휴대폰 통화요금이 슬며시 걱정되었지만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이런 이야기를 듣나 싶어서 아버지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망종은 보리 환갑인기라. 보리가 누렇게 익기 시작하고, 또 이내(곧) 타작을 해야 돼. 그 때부터 한 달 보름 정도 밤잠 못자고 일해야 했어. 일 년 중에 그 때가 제일로 바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