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문제 핵심은 재정 고갈이 아니다

등록 2007.05.21 16:39수정 2007.05.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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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3년이 넘도록 방치하더니 이제는 중구난방으로 정부는 정부대로 각 당은 당대로 떡 주무르듯이 들이치고 내치고 논란 중이다. 과연 우리 국민 노후보장제도의 중핵인 연금제도를 이렇게 허술하고도 가볍게 취급해도 되는 것인지 정말 못마땅하다.

거기다 65세 이상 노인 중 60%의 저소득계층에 대해 월 8~9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법안은 덜렁 통과시켜 놓고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또는 ‘아니다’하고 자기들끼리 난리를 치고 있다. 난장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연금제도 사각지대는 기본적으로 공적부조의 영역

국민연금에 20년을 몸담아온 사람으로서 도대체 무슨 짓들인지 알 수가 없다. 본 법인 국민연금법은 제쳐두고 국민세금이 3~4조원에서 향후 수십조까지 늘어날 기초노령연금법은 선심이랍시고 대한노인회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덜렁 통과시켰다.

현행 연금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첫째 문제는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납부예외자’ ‘체납자’로 이루어 진 이른바 ‘사각지대’의 존재이고 둘째는 연금재정 불안정 문제다.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초노령연금제도가 하나의 방식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본인의 기여(부담)없는 혜택 부여로 인한 기존 가입자의 상실감이나 보험료부담 회피를 부추기는 도덕적 해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청난 재원조달은 두고두고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연금제도 사각지대 문제의 실체는 실질적으로 소득이 없는 미취업자나 실직자 그리고 소득능력이 없는 장애자 등의 문제가 아니라 세원이 포착되지 않는 다수의 소득활동자에 그 문제점이 있다. 실제 소득이 없거나 소득능력이 없는 사람은 어차피 기초생활수급이나 의료보호 등 공공부조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이므로 연금제도 개선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그리고 실제 소득이 있음에도 연금가입을 회피하거나 납부를 거부하는 사람들에 관한 문제는 연금제도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조세행정의 개혁과 연관되어있다. 자영자나 일용근로자, 농어민으로 가입된 이른바 지역가입자가 1천만 명인데 그 중 과세자료가 있는 사람은 30%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어디에 문제의 핵심이 있는지가 분명해 진다.

연금재정 불안정은 모든 경제ㆍ사회ㆍ정치적요인의 복합체


연금재정 불안정 문제는 기본적으로 부담과 급여의 불균형 문제가 있고 사회적으로 급격하게 진행되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마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지진처럼 밑바탕이 되어 있으며, 경제적으로 국민 부담능력을 결정하는 국가발전 정도가 연관된 복잡한 문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가계의 가장 큰 지출항목인 교육과 주택비를 줄여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좀 더 큰 부담도 감내할 수가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현실에서는 현재의 9% 보험료율도 만만치 않다. 말하자면 단번의 제도개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지속적으로 변화요인을 반영하여 개선해 나가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는 문제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엄격한 조세행정의 확립으로 투명한 소득원의 파악이 이루어져야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정립하고, 사회보험과 공적부조의 기준 잣대를 올바로 정립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 심지어 학계에서조차 문제의 핵심을 엉뚱하게도 결과론적인 연금재정의 고갈에 두고 보험료수입과 연금지출의 수지계산에만 집착하여 연금관리공단과 정부에 대한 불신과 있지도 않은 기금운용에 대한 의혹을 확대재생산하여 노후보장의 중핵인 제도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군다나 연금개혁을 논한다면 이미 수지적자가 발생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그리고 수년 내 적자가 예상되는 교직원연금 문제가 등한시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국민은 본인의 연금보험료 뿐만 아니라 공무원과 군인연금보험료도 세금형식으로 함께 납부해야하는 이중부담 구조이기 때문에 당연한 요구라 아니할 수 없다. 공평과세와 수익자부담 원칙은 국민 누구에게나 공통으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사회갈등으로 인한 소모적 논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은 사회의 총체적이고 장기적인 과제로 다루어져야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연금개혁 문제는 연금법이나 연금공단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총체적 개혁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복잡한 문제로 볼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조세행정 개혁을 꼽을 수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절대적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그것이다. 소득수준이 파악되면 과세기준, 보험료부과기준, 기초생활보호대상자나 기초연금수급자 기준 문제가 해결된다. 따라서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를 큰 축으로 고령화 시대의 사회안전망 구조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국민들의 의혹과 불신도 최소화 되어 자발적 참여에 의한 제도정착이 용이하게 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안타깝게도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는 정부나 각 당은 ‘표’ 계산에만 열중하여 협상의 대상으로 연금개혁을 다루고 있다. 전체 국민이 부담자이면서 동시에 수혜자인 중차대한 문제는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아니며 철저한 연구를 통한 원칙의 수립과 단계적 실행방안에 대한 합의과정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언제까지 ‘떡 주무르기’ 가 계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매우 우려스런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다.
#연금개혁 논란 #진정한 연금제도의 문제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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