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흔들려, 배타는 기분이야”

155일 고공 시위 마치고 윤인중 목사 내려오던 날

등록 2007.05.24 14:35수정 2007.05.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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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나무를 힘차게 차. 그렇지.”
“잘한다. 올라갈 때보다 잘한다.”

23일 인천 계양산 숲. 롯데건설이 추진 중인 골프장 건설에 맞서 155일간 벌인 고공 시위를 접고 12미터 소나무에서 내려오는 윤인중 목사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a 23일 155일 동안 인천 계양산 소나무 위에서 고공 시위를 한 윤인중 목사가 내려오고 있다.

23일 155일 동안 인천 계양산 소나무 위에서 고공 시위를 한 윤인중 목사가 내려오고 있다. ⓒ 박지훈

20여 초 정도가 걸려 땅을 밟은 윤 목사는 “배탈 때 흔들리는 기분인 것 같아”라며 중심을 제대로 못 잡았다. 이 모습을 보고 이날 응원을 나온 70여 명의 목회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은 웃으며 윤 목사를 껴안았다.

내려오기 무섭게 ‘계양산 골프장 저지와 시민자연공원 추친 인천시민위원회(이하 인천시민위원회)’가 마련한 기자회견에 나선 윤 목사는 “소나무 시위를 마치는 것이 계양산을 살리기 위한 활동의 끝이 아니며, 이제 또 다시 시작”이라며 “인천시민들과 함께 골프장을 막아내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제 시작일 뿐”

그는 이어 “롯데 골프장을 막아낸 이후에도 영원히 계양산을 인천시민 숲으로 보전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서 인천시민위원회는 향후 △안상수 인천시장 규탄투쟁 본격 전개 △강도 높은 안티 롯데운동 전개 △인천시민 참여를 통한 계양산 보전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종반 집행위원장은 이와 함께 “환경부 면담과 함께 계양산 녹지생태축의 중요성과 인천시민 의견을 한강유역환경청에 전달하고 계양산 도시공원 및 수목원 조성 청원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 불매운동 전개하겠다“


그는 특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환경단체 간 연대활동을 통해 전국적인 롯데 불매운동을 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인천시민대책위는 ‘인천시민 외면하고 롯데 재벌 비호하며, 계양산 파괴 부추기는 인천시장 규탄한다’라는 성명서를 통해 “80%가 넘는 인천시민 반대, 환경부 부동의, 행정절차 지연 등으로 이미 개발제한구역관리계획안을 종결지어야 함에도 안상수 시장은 롯데를 비호하는 억지 행정을 펴고 있다”며 “계양산 롯데 골프장이 중단되고 계양산 시민자연공원이 조성되는 날까지 롯데와 인천시의 계양산 ‘파괴 동맹’에 맞서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 윤인중 목사(왼쪽)와 처음 소나무 위에 올랐던 인천녹색연합 신정은 간사(오른쪽)가 계양산 골프장 반대를 외치고 있다.

윤인중 목사(왼쪽)와 처음 소나무 위에 올랐던 인천녹색연합 신정은 간사(오른쪽)가 계양산 골프장 반대를 외치고 있다. ⓒ 박지훈

기자회견에 앞서 기장총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인천민중교회연합, 생명평화기독연대 등은 ‘계양산 생명과 평화를 위한 예배’를 개최했다.

기장 교회와 사회위원회 위원장 김종맹 목사는 설교에서 “인천에서 계양산은 해독작용을 하는 간과 같다”며 “윤인중 목사의 투쟁은 의를 위해 고난에 나선 것이다. 의를 위한 선한 싸움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KNCC 권오성 총무는 “윤 목사의 투쟁이 없었다면 계양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을 것”이라며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자연과 살아가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해줬다”고 격려사를 전했다.

롯데건설, 5월말께 3차 개발 계획낼 듯

한편 롯데건설은 시민단체와 한 달 간 진행해 온 합동회의가 22일 결렬됨에 따라 3차 골프장 개발 계획안을 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롯데는 성명서를 통해 “시민위원회 의견을 받아들여 애초 27홀로 계획한 골프장을 18홀로 줄이고, 이것도 녹지가 훼손된 목장과 농장 지역에 건설하고 다른 곳의 생태계는 최대한 보존하는 계획을 제시했는데도 시민위원회가 무조건 반대했다”며 “향후 인천시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안을 찾는 한편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롯데가 5월말께 ‘3차 골프장개발계획’을 접수한다고 내다보고 있으며, 환경부는 6월말이나 7월초 검토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윤인중 #계양산 #골프장 #롯데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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