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모를 뽑고 계시는 어머니노태영
작은 고추모를 옮겨 심을 때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우선 고추모가 연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잔뿌리가 많아야 이식한 후에 덜 보대끼기 때문에 고추모를 뽑을 때도 조심스럽게 뽑아야 한다.
고추모가 강한 햇빛에 땅 속에 고개를 처박기 때문에 덜 뜨거운 오전에 일을 끝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잎사귀에 흙이 달라붙어 고추모가 옮겨진 땅에서 뿌리를 내리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더디게 크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고추모를 심을 때의 깊이다. 너무 깊게 심으면 고추모 중간이 썩어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다. 이 빠진 것처럼 보기가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추 수확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그리고 너무 얕게 심으면 강한 햇빛에 쉽게 시들어버리거나 바람이 불면 고추모가 넘어져 그대로 말라서 죽을 수도 있다.
고추모를 옮겨 심고 비가 오면 고추모는 금방 땅 맛을 본다. 그러면 고추모는 튼실하게 자라 빨간 고추를 주렁주렁 매달고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할 수 있다. 비가 오지 않으면 고추모 한 그루 한 그루에 물을 주어야 한다. 부모님의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더디게 뿌리를 내리는 고추모를 바라보시는 부모님의 시선과 마음이 눈에 선하다. 이렇듯 자연의 힘과 섭리에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농사일이다. 천리를 거스르는 짓은 결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