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봐 가며 합장을 하고 있다.전희식
마음 졸이던 어머니와의 첫 나들이가 잘 치러졌다. 트럭에 어머니를 태울 때도 조마조마,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킬 때도 조마조마했지만 막상 도로로 차가 나가자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바깥 풍경을 보고 신이 나신 어머니 모습은 내 조바심을 다 없애고 계획한 하루 일정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했다.
"저기 먹꼬? 꼬치밭 아이가? 여기는 벌써 모 싱겄네?"
"우리집 씬나락은 내가 다 쳤다. 솔솔 씬나락 잘 친닥꼬 불리댕깃따 아이가."
"창문 더 열어라. 안 춥다. 멀미? 개안타."
"못자리에 인자 물 떼거라. 그래야 뿌리가 어시지는 기다."
옛 기억도 떠올리고 우리 못자리 물 대는 지시까지 하는 어머니는 절에 안 가겠다고 뻗대던 아침과는 달리 십 몇 년만의 자동차 나들이에 소풍가는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초대받은 귀빈이라도 되는 듯이 "남의 절에 감스로 빈손으로 가믄 되것나?"라며 인사치레까지 하려고 하셨다.
새벽에 일어나서 부처님 오신 날이니 절에 가지 않겠냐고 했을 때 씨도 안 먹히다가 "나 같은 사람 일어서게 해 준다카믄 가지"로 바뀌더니 "절에 사는 부처님이 나 오줌이나 안 싸게 해 주믄 을매나 조컨노?"라고 바뀌었고 "니가 간다 카는데 내가 따라 가야지"하면서 시작된 나들이였다.
동사섭(同事攝) 수련을 지도하시는 스님이 계시는 절이라 동사섭 도반들이 많이 와 있었고 어머니를 보고 다들 극진하게 인사를 하고 용돈까지 봉투에 넣어 주는 사람이 있다 보니 절이라고는 난생 처음이지만 해 보라는 대로 합장도 하고 손뼉도 치면서 금세 잘 어우러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