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채기처럼 남아 있는 수해 현장, 그 무너진 다리를 대신해 세운 외나무다리가 보입니다.임윤수
바윗길은 바윗길대로, 너덜겅 길은 너덜겅 길대로 위험합니다. 나뒹굴어 생채기가 생기고, 다리를 접질려 절뚝거리며 걷거나 심지어 누구가가 구조해 줘야만 위험을 벗어날 수 있는 그런 경우도 생깁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만 긴장하게 되고, 먼 거리를 걷다 보니 연약한 노보살님들이나 아주머니들에게는 무리일 수도 있고 위험하기도한 길이 됩니다.
흙길이라고 해서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니 흙이 패이고, 흙이 패이니 땅속에 있어야 할 나무뿌리가 앙상하게 드러납니다. 그렇게 드러난 나무뿌리는 사람들 발에 밟히고, 밟힌 나무뿌리는 죽어가거나 생채기 투성이를 한 안쓰러운 몰골이니 보는 마음을 짠하게 합니다.
생채기투성이가 된 봉정암 가는 길은 보수 중
위험하고 고단하지만 그래도 더듬거리며 찾아갈 수 있던 봉정암 길도 강원도 일대를 휩쓴 2006년 장맛비에 끊어지고 사라졌습니다. 아름드리나무가 떠내려가고, 철교마저 무너졌습니다. 끊어지고 떠내려가다 보니 험했던 길은 더 험해지고, 미끄럽던 비탈길은 더 미끄럽게 되었습니다.
돌다리를 놓고, 외나무다리를 놓았지만 설악산 특성상 조금만 비가 와도 계곡은 위험합니다. 급한 경사, 돌뿐인 계곡이나 보니 언제, 어떻게 밀어닥칠지 모르는 급류가 인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길목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