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쌀지원 유보는 반인권적 정책"

진보단체·정치권 성명 발표... "인도적 지원, 추진해야"

등록 2007.05.28 15:31수정 2007.05.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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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열린 관련 부처 장관급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2·13 합의 초기조처를 이행할 때까지 쌀 차관 제공을 유보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노 대통령은 2·13 합의 직후 부시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6자 회담 합의사항 이행과 남북관계 진전의 속도를 맞춰달라는 부시 대통령의 요청을 양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경의선 개통으로 호전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파장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진보연대는 28일 오전 11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정부의 쌀지원 연기 방침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미국·일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겠다는 비자주적인 행태"라면서 "미국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부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대북 쌀지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진보연대는 기자회견문에서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삼는 비인도적 정책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면서 "식량과 같이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를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세계인권선언에서 엄격히 금하고 있는 반인권 행위"라고 정부정책을 비난했다.

이어 한국진보연대는 "미국이 한마디 했다고 하여 그걸 복종하는 정부의 '자발적 노예근성'이야 말로 심각한 문제"라며 "미국이 제시한 테두리 안에서 놀아나는 예속적 정책, 식량을 정치적 압력수단으로 삼는 반인권적 정책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아래 남측위)도 27일 저녁 논평을 통해 "정부는 북측의 2·13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북에 대한 쌀 지원을 유보한다는 결정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남측위는 "남북관계가 복원되어 남북철도 의 시험 운행 등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방면의 교류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결정이 또 다른 악순환의 고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면서 "북에 대한 식량 지원은 인도주의 차원의 결정이기 때문에 국내외의 정치 사안과 연계되어 활용될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우려했다.

특히 남측위는 "남북관계의 현안에 대해 특정 외국이 월권적 발언을 해가며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입김을 행사하려는 듯 보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질타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도 28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북아평화에너지네트워크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6자회담과 인도적 대북지원을 연계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은 "참여정부의 6자 회담과 대북 쌀 지원 연계 방침은 김영삼 정부의 '정경연계' 방침의 부활"이라고 비난하면서 "국민의 정부로부터 일관된 정경분리의 원칙과 인도적 지원을 통한 신뢰 제고 노력은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철도·도로 연결 등 결실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참여정부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한 남아있는 시간은 8월까지 3개월로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대북지원문제로 인한 소모적 논쟁만 계속될 경우 사실상 남북관계의 문이 닫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서 한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연계방침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도 브리핑을 통해 "대북 쌀 지원은 동포애에 따른 인도적 지원으로 정세와 상관없이 이어져야 한다"면서 "정부의 쌀 지원 유보 결정은 남북 사이에 불신을 조장할 뿐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에도 BDA 문제에 이은 또 다른 난관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고 질타했다.

한편,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이 29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나흘동안 열린다. 이번 회담은 평양에서 열린 제20차 회담 뒤 3개월 만에 열리는 회담으로, 남측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개통과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 등을 적극 제기할 방침이다.

하지만, 북핵 '2·13합의' 이행 지연에 따라 대북 쌀 지원이 유보돼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쌀 지원 보류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이야기가 28일 아침부터 흘러나오면서 회담진전은 희박하다. 이번 회담에 권호웅 단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 26명은 29일 오후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대북쌀지원 #장관급회담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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