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왜 하필 당신이 해야 해?"

<작은책> 강좌 마지막날... 하종강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등록 2007.05.29 09:51수정 2013.08.0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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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종강 소장이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열강하고 있다.

하종강 소장이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열강하고 있다. ⓒ 최상천

<작은책> 창간 12주년 기념과 노동투쟁 20주년 기념 열린 강좌 마지막 강사는 30여년간 노동 상담을 해 온 하종강씨로, 강좌는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태복빌딩 2층에 마련됐다.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강의에는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노혜경, 유명선씨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몰려들어 열기를 더했다. 하씨는 미국 에모리대학 연구팀에서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정의'와 '평등의식'이 있는가를 실험했던 사례, 유럽의 여러 노조 운동 사례,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 사례 등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면서 왜 노동 운동이 희망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설득력 있게 들려주었다.

 

하씨는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경찰노조가 생겨날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던져, 세상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왜 노동운동이 희망일 수밖에 없는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은 이들로 인해 전교조, 공무원 노조까지 합법화되었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희망의 등불은 더 뜨겁게 타올라야만 한다는 것.

 

한 노조원의 고백 "왜 당신이 노동운동 해야 해?"

 

a  그냥 노동자로 불러달라는 노동자 시인이 자작시를 낭송하고 있다.

그냥 노동자로 불러달라는 노동자 시인이 자작시를 낭송하고 있다. ⓒ 최상천


진지하지만 유쾌한 가운데 5월 한 달에 걸쳐 이루어진 6개의 강좌가 모두 끝났을 때 강좌를 모두 들었다는 H자동차의 한 노조원이 자신에게 이 강좌를 소개해준 후배에게 감사한다며 입을 열었다.

 

"노조? 그거 왜 하필 당신이 해야 되는데?"

"아빠, 아빠 노동자야? 나는 노동자 싫어. 나는 검사할 거야. 저런 일 하는 사람 다 나쁜 사람이래."

 

인터넷을 켤 때 흘러나오는 노동가에 얼굴이 경직되면서 "그 노래 좀 안 들리게 할 수 없어?" "아빠, 나 그 노래 싫어!" 그렇게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은 노조연대 투쟁 장면이 TV에 비치거나, 자신이 깔아 놓은 노동가가 인터넷에서 흘러나오면 이유 없는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이따금 이웃이 놀러왔다가 집에 있는 그에게 껄끄러운 눈빛을 보내며 "○○아빠 오늘도 또 파업하나 보죠? 경제도 어려운데…." 마치 단지 임금 올려달라고 파업이나 일삼는 것으로 오해하는 이웃을 보며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와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회 풍토가 얼마나 많은 편견에 둘러싸여 있는지 몸으로 깨달았단다.

 

a 열창중인 지민주씨

열창중인 지민주씨 ⓒ 최상천


 

사실 그의 누나는 대학생 때부터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25년 이상 노동운동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노동운동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 누나의 노동운동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사람은 자신이었다. 그는 당시 정말 누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어떻게든 누나의 마음을 되돌리려 끊임없이 논쟁을 했다.

 

현재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자신의 친누나가 대학생 신분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을 때 "노동운동? 다른 사람이 하면 되지. 왜 하필 우리 누나가 해? 우리 집 형편도 어려운데 그냥 졸업해서 취직해 가정을 돌봐야 하는 거 아냐?" 그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나는 아내와 아이들이 거부 반응을 일으킬 때마다 힘이 빠지는데 누나는 가족의 동의를 받지 못한 채 꿋꿋하게 자기 길을 지켜 정말 존경스럽다"고 고백했다.

 

처음에 이론이 약해서 하종강씨의 노동 강의만 들으려 하다가 강좌를 소개한 후배의 권유로 6강 모두 들었다고 한다. 이제 자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며 어깨를 나란히 할 수많은 노동자 동지들이 있다는 사실,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 잔치는 끝났지만 희망 등불은 꺼지지 않는다

 

a 출판기념회를 겸한 뒷풀이 자리

출판기념회를 겸한 뒷풀이 자리 ⓒ 최상천

 

강의가 끝난 후에는 하종강씨의 신간 <철들지 않는다는 것> 출판기념회 겸 뒤풀이로 노동자 시인의 자작시 낭송, <작은책> 전속 가수를 자처하는 지민주씨 노래 등 흥겨운 자리가 마련되었다.

 

<철들지 않는다는 것>을 출판한 철수와 영희 출판사 박정훈씨는 "작은 책 12주년 강좌는 너무나 배울 것이 많고 유익한 강좌였다.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책으로 엮을 계획"이라며 안건모, 홍세화, 박준성, 이임화, 하종강, 정태인씨야말로 환상적인 궁합을 지닌 멋진 강사들이었다고 평했다. 머잖아 독자들은 6명의 명강의를 책으로 접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2007.05.29 09:51ⓒ 2013 OhmyNews
#작은책 #하종강 #노동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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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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