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특권 주장한다면 원리원칙대로"

노 대통령, 정부부처 기사송고실 전면폐지 검토 지시

등록 2007.05.29 17:24수정 2007.05.2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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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오마이뉴스 이종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국정홍보처에 정부 부처의 기사송고실을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최근 발표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으로 기자송고실이 대폭 통폐합되는 데서 더 나아가 아예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꺼번에 바뀌면 (기자들이) 너무 불편할까봐 브리핑실 외에 기사송고실을 제공하려는 것인데 언론이 계속 터무니없는 특권까지 주장한다면 원리원칙대로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천 대변인은 "여러분(기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려는 것이었는데 그것마저도 여러분들이 언론탄압 내지는 국민의 알 권리로 접근한다면 원칙대로 해서 아예 변화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라며 "그 부분을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사 송고실을 아예 없애는) 방안에 대해서는 국정홍보처가 대통령 지시에 의해 오늘부터 검토에 들어갔을 것"이라며 "검토 결과가 나오면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취재시스템은 글로벌 스탠더드, 국정홍보처는 한국적 특수성"

천 대변인은 "저희가 파악하고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선진국 많은 나라들이 브리핑실 외에 별도 송고실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선진국의 많은 나라와 같이 브리핑실 이외에는 제공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천 대변인은 '기사 송고실을 아예 없애는 것이 원리원칙이라면 왜 아예 없애지 않았느냐'란 질문에 "처음에 여러분들의 불편을 어느 정도 고려한 정책을 내놓았는데 여러분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고 함께 협조해나간다면 그 제도는 점차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나쁜 정책으로 몰아붙이면서 수용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면 아예 원칙대로 가는 것이 제도를 빨리 뿌리내리는 데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며 기자송고실 전면 폐지를 검토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 "국제적인 기준·표준에 비해 우리나라 언론이 누려왔던 취재의 편의, 무단 출입도 일부 있고 또 공간의 제공도 있는데 그러한 취재의 편의가 국제적 표준보다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따르고자 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하면 OECD 선진국 가운데 중앙 정부에 국정홍보처와 같은 통합적인 국정 홍보기구가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하자 천 대변인은 한국적 특수성을 내세웠다.

천 대변인은 "국정홍보처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국가의 정치제도 특성에 맞게 국정 홍보를 통합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가진 부서나 인력이 얼마나 배치돼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정홍보처 존치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상관없는 한국적 상황에 따른 것이란 입장이다.

천 대변인은 그러나 "여러분이 그 부분에 대해 토론하자고 하면 저희 역시 토론할 용의가 있지만 지금 한건 한건에 대해 얘기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노 대통령 "진실 회피하고 숨기는 비양심적 보도"... 언론 비난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3월 특별기자회견.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3월 특별기자회견.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기자실 개혁 문제는 대통령 지시로 하는 일"이라며 "요즘 언론이 기자실 개혁 문제와 관련해 보도하면서 세계 각국의 객관적 실태를 보도하지 않고 진실을 회피하고 숨기는 비양심적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기사송고실 통폐합과 정부 부처 출입금지 조치를 반대하는 정치권에 대해서도 "정치인들은 표를 얻어야 하는 입장에서 언론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언론제도는 국가 발전에 아주 중요한 제도이므로 책임있게 주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부 정당과 정치인이 언론의 잘못된 견해에 동조하고 영합해 국가기관의 폐지까지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한나라당 등의 국정홍보처 폐지 주장을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많은 선진국들은 별도의 송고실도 두지 않는다"며 "한꺼번에 바뀌면 (기자들이) 너무 불편할까봐 브리핑실 외에 기사송고실을 제공하려는 것인데 언론이 계속 터무니없는 특권까지 주장한다면 원리원칙대로 할 용의가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천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언급한 '언론의 특권'에 대해 "우리나라는 언론에 대한 취재 편의가 국제적인 표준보다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일부 부처에서 지난날의 불합리한 관행이 되살아나고 있어서 기자실과 출입처 제도를 개혁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서 개방형 브리핑제가 전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힘들더라도 좋은 제도는 정착시켜서 다음 정부에 넘겨줘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결정한 것"이라며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기자실 개혁 조치가 언론 탄압인양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일방적 보도가 계속된다면 기자실 개혁이 잘못된 것인지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토론할 용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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