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없다고 기자질 못해먹기야 하겠나?"

[지역언론 별곡-194] 기자실 통폐합 역풍 '두 기류'

등록 2007.05.31 09:53수정 2007.05.3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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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 통폐합의 거센 역풍이 지역으로 불어 닥치고 있다. 4년 전과는 바람의 방향이 다르다. 바람의 세기도 훨씬 강해졌다. 지역에서 불기 시작했던 기자실 통폐합 바람이 이젠 거꾸로 중앙에서 지역으로 부는 형국이다. 역전이 따로 없다.

브리핑 룸·기사송고실 통폐합 등을 담은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 확정 이후 세간의 시선이 기자실, 기자단에 클로즈업되고 있다. 지역도 예외일 순 없다.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역풍의 기류는 '긍정'과 '부정'으로 갈린다.

지역경찰청 기자실도 폐쇄되나?

a <전남일보> 30일자 사설

<전남일보> 30일자 사설 ⓒ 전남일보

중앙언론이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브리핑 룸·기사송고실 통폐합 등 조처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지역언론들은 불똥의 향배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최근 <한국기자협회> 체육대회를 앞두고 기자실의 폐쇄적 운영에 유감을 표하는 성명이 나왔던 부산경남지역 표정이 조심스럽다.

22일 정부의 취재지원 시스템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 10일 한국기자협회 <부산BBS지회(지회장 김상현)>은 성명을 내고 12일 열린 부산기자협회 체육대회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점과 부산지역의 폐쇄적인 기자실 운영방식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기협 <부산BBS지회>는 당시 '부산기자협회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지난해 9월 < BBS서울지회 >에서 분리, 부산기자협회에 가입한 뒤 팀 구성을 못해 체육대회참여를 못하게 됐다"며 "분노를 넘어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저간의 배경을 밝혀 파문이 일었다.

타 지역에 비해 언론사의 수가 비교적 적은 지역임에도 소극적이고 배타적인 기자실 문화가 외부로 노출된 단면으로 비쳐졌다. 그런 가운데 <경남도민일보>는 이번 정부의 발표 이후 예상되는 파장을 여러 각도로 접근해 눈길을 끈다.


'서울지역 경찰서 기자실 통·폐합, 도내는?', '기자실 통폐합 지역언론에 미칠 영향은?', '오마이 기자실' 등의 기사에서 지역적 시각으로 접근했다. 이 신문의 독자게시판에서도 찬반논쟁이 뜨겁다.

"도정 잘못되면 '언론 탓' 풍토 조성될라"


a <경남도민일보>는 정부의 브리핑 룸 통폐합 발표 이후 예상되는 파장을 여러 각도로 접근해 눈길을 끌었다.

<경남도민일보>는 정부의 브리핑 룸 통폐합 발표 이후 예상되는 파장을 여러 각도로 접근해 눈길을 끌었다. ⓒ 경남도민일보

이 중 25일 '기자실 통폐합 지역언론에 미칠 영향은?'이란 분석기사에서는 긍정과 부정의 두 시각을 대변했다. "정부 부처의 기자실 통·폐합 등을 담은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확정하자 이 조치로 지역 언론의 취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는 이 기사는 "지역언론이 특히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경찰서 기자실 폐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28일 '오 마이 기자실'이란 <취재노트>에서 일선 기자의 고백의 글을 내보냈다. "기자실에 카르텔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적지 않다. 부산시청 기자실을 보면 유감스럽기 그지없다"고 밝힌 기자는 "이제 와 그 침묵과 카르텔이 '기자실 구하기' 선봉에 나서는 일이 없기를 바랄 따름이다"라고 썼다.

"까짓것 기자실 없다고 기자질 못해먹기야 하겠나"라고 끝을 맺는 대목은 여러 의미가 함의돼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은 22일 정부 발표 이후 '취재 자유 입법화로 언론 통제 막아야', '기사송고실 폐쇄 검토하라는 대통령 오기' 등의 사설을 통해 대통령과 관계 부처에 날을 세웠다.

지역언론의 정보접근 용이성에 관해 <경남도민일보>는 그러나 자사의 서울 파견기자 말을 인용해 "기자실 안에서만 이뤄지던 브리핑이 전자브리핑제로 바뀐다면 지역언론 입장에서는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보도한 대목은 대조를 이룬다.

서울지(중앙지) 중심으로 운영돼온 정부 부처 기자실 통폐합은 오히려 지역언론의 정보접근이 용이해지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논리다.

한편 <전남일보>는 30일자 사설서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영향이 지역에 미치고 있음을 심히 우려했다. '언론 탓 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다. 보도 불만을 토로한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예를 들었다.

사설은 "최근 들어 공직자들이 일이 잘못 될 경우 '언론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최근 지역 언론의 보도 태도에 불만을 토로한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했다.

공기업 감사와 기자의 닮은 꼴?

"기자 출신으로 언론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도정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감정적인 언사로 대응했다니 우선 상식 밖"이라고 한 이 사설은 F1(포뮬러원) 국제자동차 경주대회와 관련, "잘 되면 제 탓이요 못 되면 조상 탓이라더니 자신의 잘못은 돌아보지 않고 모든 것을 '언론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서운해 했다.

a <새충청일보> 29일자 ‘공기업 감사와 기자의 닮은 꼴’이란 제목의 칼럼.

<새충청일보> 29일자 ‘공기업 감사와 기자의 닮은 꼴’이란 제목의 칼럼. ⓒ 새충청일보

이밖에 충청지역의 지역일간지 <새충청일보>의 29일자 칼럼은 눈여겨 볼만하다. '공기업 감사와 기자의 닮은 꼴'이란 제목의 칼럼은 이 신문사 한덕현 편집국장의 공짜 해외 취재 관행을 고백하는 성격의 글이란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이 칼럼은 "출입처에 의존한 해외취재나 외유는 여전히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며 "그 결과는 100% 홍보성 기사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제했다. 아울러 지방자치 실시 이후 도지사와 시장 군수들의 해외출장이 잦아지고 있고, 해외 활동에 동행한 기자들과 보도자료에 의존한 언론사들이 앞장서 홍보하기 때문에 결과는 항상 '성공'이라는 식의 보도만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국장은 이 글에서 "해외에 동행한 기자뿐만이 아니고 다른 기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직접 확인하지 않았으니 비판 기사가 나올 리가 없고, 오직 보도자료에만 의존하는데 따른 결과물인 것이다"라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해외 공짜 취재관행 뼈 아픈 지적

a 대전 충남 민언련의 ‘해외 공짜취재 관행 근절을 촉구한다’는 성명.

대전 충남 민언련의 ‘해외 공짜취재 관행 근절을 촉구한다’는 성명. ⓒ 대전 충남 민언련

지방자치단체 출입기자단의 해외취재로 4월부터 논란을 거듭해 온 지역이어서 이번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더욱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터다.

대전충남 민언련은 지난 4월 '해외 공짜취재 관행 근절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내고 "대전충남지역 자치단체 및 의회 출입기자단의 해외 공짜 취재 관행이 지난 2005년의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2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맹비난 한바 있다.

대전충남 민언련은 "지난 2월 15일 대전충남 지역 자치단체 및 의회 등 46개 기관에 2005년~2006년까지 2년간 집행된 해외연수 동행취재 지원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결과 총 14개 기관에서 40건의 해외연수에 출입기자들의 동행 취재가 이루어 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기간 총 57명의 기자들이 해외 공짜취재 지원을 받았으며 1억4270여만원의 혈세가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자치단체 및 의회의 해외연수 및 순방 1건당 출입기자 1425명이 동행했으며 항공료 및 체제비로 1인당 평균 250만원 가까이 지원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공개해 파문이 컸다.

그런가 하면 지역언론들은 국회 언론발전연구회가 29일 여의도 한 호텔에서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의 허와 실'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쏟아진 브리핑 룸 통폐합 조치에 대한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를 주목한다.

이날 언론인 출신인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브리핑 룸 통폐합 방안을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규정하면서 "브리핑 룸 통폐합은 비효율적이고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없어질 수 있고 오히려 기자실이 부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브리핑 룸 통폐합이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비민주적 조치이자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인 만큼 철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자칫 빈대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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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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