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아줌마들 자르고선 '인권 도시' 광주?"

[인터뷰] 80일 넘게 복직투쟁 벌이는 광주시청 청소노동자 최경구씨

등록 2007.05.31 14:13수정 2007.06.0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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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ign=top광주광역시청 '해고' 청소 노동자들의 절규와 투쟁

"오죽했으면 속옷만 입었겠느냐. 그런데 공무원들이 우리를 보고 낄낄대고 웃고. 그 모멸감이라는 것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시장 한 번 보자는 우리가 죄인인가? 우리가 폭군인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3월 7일 박광태 광주광역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 앞 복도에서 '속옷 연좌농성'을 벌였지만 그 다음날인 8일 새벽 민방위 복장을 한 시청 공무원들에게 들려나왔던 광주시청 청소 용역 노동자들.

3월 8일부로 사실상 해고된 이들은 22시간의 호소와 저항이 물거품이 된 후 천막농성과 7보1배 등을 벌이며 80일 넘게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5월 28일 오전 8시 시청사 앞에서 만난 최경구(55)씨는 "5·18정신을 상징한다는 시청사에서 어떻게 이런 무자비한 인권유린을 할 수 있느냐"고 분개한 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3월 8일 새벽 강제해산 과정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상황을 언급하던 최씨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최씨는 "공무원들이 우리를 머슴 부리듯 해서 노조를 만들었다"면서 "1년 동안 면담을 요구했는데 한 번도 들어주지 않았다, 우리가 해고된 것은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박 시장이 나쁜 시장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광주는 박 시장의 왕국... 시의회 나서야"

a 지난 3월 시장실 앞에서 '속옷 연좌농성'을 벌인 후 80일 넘게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최경구씨.

지난 3월 시장실 앞에서 '속옷 연좌농성'을 벌인 후 80일 넘게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최경구씨. ⓒ 오마이뉴스 강성관

a '알몸시위'로 주목받았던 울산대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경우 전원 복직에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광주시청은 대화조차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8일 새벽,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들을 시청 직원들이 해산시키고 있다. 강제해산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가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알몸시위'로 주목받았던 울산대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경우 전원 복직에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광주시청은 대화조차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8일 새벽,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들을 시청 직원들이 해산시키고 있다. 강제해산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가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 서비스공공연맹 광주전남지부

- 원직복직 투쟁을 80일 넘게 하고 있다. 지금 심정은 어떤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을 처음으로 당해서 허탈감이 든다. 시청 공무원들과 신뢰도 있었고 커피도 나눠 마시면서 3년을 지냈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무너졌고, 그들은 우리를 적이라고 할까, 그렇게 (우리를) 대했다. 힘없는 사람은 누구를 믿고 살아가야 할지 참담했다. '엄마가 너무 힘드니까 그만하라'거나 '엄마를 나쁘게 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울분을 삼키는 아이도 있다.


'인권의 도시'이고 인권을 중시한다는 시장이 이렇게 자기 밑에서 손과 발이 되고 더러운 곳을 청소하던 사람들을 향해, 수많은 공무원을 시켜서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행사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지난 3월 7일 박광태 시장이 인권유린을 저질렀다. 박광태 시장은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인권 토론회도 했는데, 광주 이미지에 먹칠을 한 이중인격자다. 시장 자격이 없다. 소외된 시민들부터 보살펴 줘야 시장이다."

- 시의회에서도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박광태 시장이 감옥에 있을 때 시장 업무를 잘 봐주고 광주가 잘 되기를 바랐다. 시민을 잘 보살피는 것이 시장은 가장 중요한 업무 아니냐. 박광태 시장은 독선적이고 광주는 박 시장의 왕국이다. 자기만의 왕국이다. 광주의 대통령이다.

의회동에서 행정동을 관장해야 하는데, 행정동에서 의회를 관장해서야 되겠느냐. 의회는 말 한 마디 못한다. 박광태 시장 뒤를 쫄쫄 따라 다닌다. 의원들이 눈치만 보고 있다. 어이가 없어 시민들이 하품 나올 정도다. 시의회가 나서야 한다."

- 3월 8일 강제해산 과정에 대해 "인권유린"이라며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
"기존 용역업체 상무가 우리에게 '2∼3일 후에 (새 용역업체) 사장이 와서 면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박 시장이 설마 우리를 내치겠느냐, 다른 곳도 그대로 일하고 옛날 구 시청 사람들도 다 데려왔는데 별일 없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도 우리와 대화해 주지 않았다. 3월 7일이 계약 만료 날짜였다. 그래서 박 시장을 직접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올라간 것이다.

시장실 앞에 올라간 순간, 전투경찰과 직원들이 셔터를 내리고 우리를 에워쌌다. 나중에는 나가려해도 나갈 틈도 없고 위협을 느껴 시장실 앞에 앉아버렸다. 오죽했으면 속옷만 입었겠느냐.

그런데 공무원들이 우리를 보고 낄낄대고 웃고. 그 모멸감이라는 것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공무원들은 비상대기하면서 음식 갖다먹고, 우리 화장실에 가는데도 두 사람씩 붙어서 따라붙었다. 시장 한 번 보자는 우리가 죄인이냐, 우리가 폭군인가? 나중에는 공무원들이 술을 먹고 와서 본격적으로 끌어냈다. 나는 이불로 돌돌 말려서 2층으로 끌려가서 정신을 잃어 병원으로 실려 갔다. 실신해서 병원에 있는지도 몰랐다. 4명이 병원에 갔다. 지금도 고통스럽고 가끔은 정신이 없다."

- '속옷 시위'를 벌였는데 시에 정식으로 대화를 요구한 적이 있나.
"1년 동안 실무 담당자에게 요구했다. 3년의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우리가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누누이 요청했는데, 광주시는 아무 권한이 없다면서 용역회사에 넘겨버렸다. 대화의 문을 트기 위해 1년 동안 건의해 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다.

농성할 때도 밤 10시가 돼서 부시장 등이 왔다갔다 하면서 강구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대화를 하겠다고 해놓고 우리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게 진심으로 대화하겠다는 사람들의 태도냐.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 시장, 사진 찍기 위한 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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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강성관

-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박 시장이 면담했다.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은데.
"기대는 했는데 박광태 시장이 쇼를 한 것이다. 언론을 잠재우기 위해, 그리고 그래도 민주노총 위원장인데 만나주지 않으면 모양새도 이상하고 그러니까 일단 만나는 본 것 같다. 꼭 우리 문제만 놓고 한 것은 아니지만 우선은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시장이 사진만 찍으려고 하면 안 된다. 박 시장이 부하 직원의 말만 듣지 말고 우리 말도 들어서, 진실이 무엇인지 알게 됐으면 좋겠다. 제발 나쁜 시장으로 낙인 찍히지 말았으면 좋겠다. 먼 훗날 오점으로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도 기대는 하고 있다. 시장이 한 순간 잘못 판단한 것일 수 있고. 우리의 순수한 마음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장에게 직접 대화를 요구한 것이다."

- 4박 5일 동안 금남로 광주YMCA부터 5·18묘지까지 7보1배를 했다.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눈물이 자꾸 났다. 직장에서 억울하게 쫓겨났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가슴이 메고 눈물이 맺혔다. 지난달 18일 오전 5·18묘역에 들어갈 때 5월의 혼들에게 빌었다. 우리의 진심이 전달되기를. 민주열사들이 왜 죽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지나간다고 경찰들이 우리를 몇 겹으로 에워싸고 우리 모습을 감췄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거짓투성이고 권력에 의해 짓밟히고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열사들이 묻혀있는 망월동에 가면서 정작 열사들의 뜻과는 맞지 않는 행태를 보이는 권력자들의 모습은 웃지 못 할 희극이다. 구묘역에 가서 눈물을 흘리며 꼭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시장이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민주노총에 가입해서 해고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시장이 민주노총과는 대화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해고했다고 생각한다. 박 시장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시청 안에 있는 것조차 싫은 모양이다. 헌법에 보장된 노조인데 5·18을 상징한다는 시청사에서 이에 반하는 행동을 보인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 시장이 민주노총에 하는 말을 보면 안다.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 지난 2004년 노조 결성 후 달라진 것이 있나.
"처음부터 노조를 만들지는 않았다. 불합리한 일을 시켰다. 청소업무에 38명이 일했는데 공무원들은 우리를 머슴 부리듯 했다. 청사가 상무지구로 이사하기 전에 우리에게 조경, 전기관련 일, 주차 안내 일까지 하라고 했다. 하수도와 물탱크 관련 일도 했다. 밤 10시까지 왁스 작업을 했는데 손에 쥔 돈은 고작 60만원이었다. 늦게까지 일해도 차비도 안 주고 점심도 싸와서 먹었다. 일한지 두어 달 됐을 때 너무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서 노조를 만들었다. 노조를 만들고 나니, 8시간 근무하고 머슴 부리듯 했던 태도도 바뀌었다. 인간 대접도 못 받고 살았는데 노조 만들길 잘했다."

- 1년여 동안의 대화 요구에 시청이 응하지 않은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나.
"노조를 없애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시에서는 책임도 권한도 없다고 하는데, 왜 없느냐. 우리는 임금에도 문제가 있고 하니까 외주용역을 중단하고 직접 고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왜 시청이 권한이 없다는 것이냐. 시청도 예전에 장애인복지관 용역을 공고하면서 기존 위탁업체에서 일한 사람들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못할 이유가 없다. 성실하게 일해 왔는데 왜 안 된다는 것이냐. 민주노총 소속이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억지 주장? 인천시의회도, 전북도청도 하는데 왜 광주만 못하나?"

a 해고 노동자들이 4박 5일 동안 한 7보1배에 담긴 염원은 이뤄질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 5월 18일 국립 5·18민주묘지 앞을 지나고 있는 노동자들.

해고 노동자들이 4박 5일 동안 한 7보1배에 담긴 염원은 이뤄질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 5월 18일 국립 5·18민주묘지 앞을 지나고 있는 노동자들. ⓒ 오마이뉴스 강성관

- 시청에서는 '억지주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면 형식적으로 보면 그게 맞지 않나.
"왜 이게 억지냐. 그럼 직접 만나서 따져보자. 그런데 대화조차 안해 준다. 앞서 말했지만 시청에서 그렇게 해준 사례가 있다. 전남도청도 장애인복지 위탁하면서 그랬고, 전북도청도 결국 전원 복직시켰다. 왜 광주시만 안 된다고 하나."

- 시에서는 '노조활동하면서 근무에 태만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계약만료 대상자들에게 새 업체에 원서를 넣으라고 했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던데.
"순전히 거짓이다. 한 마디 상의도 없었다. 단지 '용역회사 사장이 와서 면담할 것'이라는 말만 들었다. 근무태만은 우리가 집회 나가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집회 나갈 때 회사에 '교육 시간'으로 통보하고 나갔다. 나가기 전에 노조원들이 담당했던 구역에 대해서는 청소를 다 하고 나갔다. 오히려 근무태만은 다른 사람들이 했다. 그것을 우리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서 한 것을 두고 근무태만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다."

- 외주 용역 중단을 요구했다. 시에서는 외주용역으로 인한 예산절감 효과를 이유로 반대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용역은 폐지돼야 한다. 실제로 예산절감이 이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효과가 없다. 그러면서 외주용역을 주면서 우리는 중간착취를 당하고, 최저가낙찰제로 공모하니까 애초에 임금이 최저치밖에 안 되게 돼 있다. 그리고 우리 일은 상시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인데, 공공기관에서 상시인력은 직접 고용하는 것이 맞다. 외주용역이라고 하지만 관리감독, 작업지시는 시청에서 다 한다."

- 80일이 넘었는데 힘들지 않나.
"시청에서 일한다는 긍지만으로 내 집처럼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이렇게 쫓겨나니 억울하다. 언론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서운하다. 쫓겨나면서 우리 소지품도 받지 못했다. 잠깐 들르러 해도 아예 시청사 안으로 못 들어가게 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가 잘못해서 쫓겨난 것 아니냐는 눈초리도 있다. 그럴 땐 억울하다. 최저임금만 받으면서 매 맞고 쫓겨났다. 인간으로서는 당할 수 없는 수모를 당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속옷 시위하는 모습 보면서 낄낄대고 조소했다. 분해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 울산대의 경우는 해결됐던데.
"5월 20일 열린 시청 집회에 울산대 분들이 왔다. 잘 해결돼서 우리도 뿌듯하더라. 우리에게 힘도 되고. 울산대는 우리보다 해고된 수가 적어서 내심 걱정을 많이 했다. 내 일처럼 기쁘고 고맙다. 그렇게 보면 정몽준 의원이 박 시장보다 더 낫다. 어찌되었든 늦게라도 받아주어서. 박 시장도 자기 얼굴에 스스로 먹칠하지 않기 바란다."

a 지난 5월 28일 오전 8시 광주시청 인근에서 시장의 사과와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행진을 벌인 후 해고 노동자들이 시청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멀리 '1등광주 1등시민'이라는 슬로건이 눈에 띤다.

지난 5월 28일 오전 8시 광주시청 인근에서 시장의 사과와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행진을 벌인 후 해고 노동자들이 시청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멀리 '1등광주 1등시민'이라는 슬로건이 눈에 띤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광주시청 #청소 용역 노동자 #박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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