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대선공약' 평가하면 안되나

[반론]이래헌·유창선 기자의 글에 답한다

등록 2007.06.04 15:21수정 2007.06.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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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이 긴 시간동안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지지자들에게는 모처럼 소나기처럼 반가운 일이겠고 일부 기자들에게는 고역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그 중 몇 마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몇 마디를 찾아내기 위해 4시간의 연설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법하다.

생중계까지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오마이뉴스>에 관련 기사가 많지 않아서 의아했는데 4일 이래헌 기자와 유창선 기자의 칼럼을 읽을 수 있었다. 이 기자의 기사는 발언 내용보다는 '참여정부평가포럼'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기자는 "복잡한 진보개혁 세력의 통합을 더욱 꼬이게만 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통령과 '참평포'를 비판하고 있고, 유창선 기자는 "현직 대통령이 선거판에 부당하게 개입해서 선거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개혁세력이 누구인지부터 밝혀라

기자가 특정한 사안에 대해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기사에 그것이 반영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다만 지나치게 그런 판단이나 사고에 매몰되어 있어 사실관계나 표현이 다르게 전달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 기자 '주장'의 핵심이 위에서 인용한게 맞다면, 이 기자는 우선 '진보개혁 세력'이 누구인지부터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 기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진보개혁세력의 통합", "대통합" 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을 묶어낼 차별적인 '진보', '개혁', '민주', '평화'의 실체를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통합하자고 주장하며 통합에 나서지 않는 것은 '반진보 반개혁'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드러내고 주장하지 않기에 속내를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의 행동으로 볼 때 '한나라당에게는 정권을 내주기 싫지만, 그것보다 더 싫은 것은 총선에서 유리한 지역에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낙선하는 것인 국회의원 및 후보자들의 통합'에 불과한 목표를 위해 특정 세력들이 정치행위나 결집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통제다.

마찬가지로 '참평포'에 어떤 혐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혐의로 인해 활동 자체를 막아 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학계와 언론이 해야 할 참여정부의 업적에 대한 평가를 참여정부의 핵심 참모들 스스로 하겠다고 나선 것"이 비판의 한 이유라는 점도 수긍하기 힘들다.

만약 학계와 언론의 평가를 총칼로 막아 세우고, 스스로 내린 평가 결과를 강요하는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정권 말기에 스스로의 공과를 평가해 보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학계와 언론은 그 역할과 능력에 맞게 별도로 그 작업을 진행하면 될 것이다.

유창선 기자의 '칼럼'은 더욱 황당하다. "비록 결함도 있지만"이라는 문구를 슬쩍 삽입하여 피해 나가려 하지만 요지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 제도가 대통령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마침 한나라당에서 고발을 한다고 했으니 선관위에서 판단을 하겠지만, 지난번처럼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말고 전향적인 판단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한사람의 정치인이며,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이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못하는 민주주의가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현재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발언하는 것이 더욱 명백한 사전선거운동 아닌가? 선거 민주주의에 있어서 공약보다 더한 선거운동이 어디 있겠는가? 벌써부터 그것을 발표하고, 선전하고, 포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동원'의 흔적마저 있는데 그러한 공약에 대한 평가를 금지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말에 어깃장 놔야만 언론인인가

유 기자의 칼럼은 <중앙일보>의 보도를 토대로 한국수자원공사의 보고서를 문제 삼고 있다. 아직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나로서는 이 보고서가 실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무엇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공약, 그것도 국가 전체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정책에 대해서 정부 부처가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 자세인지 오히려 묻고 싶다. 정권은 바뀌더라도 정부는 이어지는 것이다. 해당부처의 업무에 영향을 줄 공약이라면 미리 살펴서 허와 실을 알리는게 도리다.

유창선 기자의 주장대로 "선거 민주주의는 6월 항쟁을 거치며 어느 정도 실현된 우리 정치사회의 보편적 합의"다. 그 세세한 자구의 해석보다는 포함하고 있는 넓은 정신에 대한 이해가 우선일 것이다. 공무원의 선거중립은 대통령을 식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권선거라는 우리의 아픈 과거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일 따름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전망에 대한 긴 연설에 대해 다음 2가지 방법으로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참여정부의 업적에 대해 언급한 내용에 대해 살피고, 그 중 대통령의 생각과 드러난 현실이 다른 점이 있는지 알리는 것이다. 둘째는 주로 성과 위주로 발표된 연설에서 빠져 있으면서 대통령과 현 정부가 스스로 느끼는 반성과 대안에 대해서는 언제쯤 다시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대통령이 뭐라고 말하면 '어깃장'을 놔야만 언론인이라는 오만함으로 칼럼을 장식하는 것은 매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참여정부 평가 포럼 #노무현 #유창선 #이래원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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