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이명박, 대운하에 빠져 허우적

선대위 출범하자 긴급 정책설명회를 한 이유는?

등록 2007.06.04 16:23수정 2007.07.0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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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예비후보와 박희태 선대위원장등이 4일 오전 서울 여성프라자에서 선대위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한반도 대운하 설명회에서 강연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명박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연일 정치권의 집중적인 난타를 당하고 있다.

이 후보는 4일 선거대책위 간부들을 상대로 긴급 정책설명회를 갖는 등 전열 정비에 나섰다.

1일 <오마이뉴스>가 이 후보의 서울시장 시절 시정개발연구원이 운하의 타당성을 조사했음을 보도한 데 이어 4일에는 정부산하 기관들의 합동 태스크포스(TF) 팀이 만든 '대운하 타당성' 보고서의 존재가 드러났다.

청와대 "대통령 관심 고려한 것으로 보여도, 문제될 것 없다"

한반도대운하 주장 비교

 

정부 TF팀

이명박 캠프

사업비

18조원

5조 8천원

(골재 판매대금 공제시)

골재 판매수익

5000억원

8조원

비용편익(B/C) 비율

0.16

2.3

한강~낙동강 수송시간

46시간

 24시간

물동량

500만톤

1700만톤

선박운항 불가능 일수

35~45일

15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10년 전에 (수자원공사에서) 경부운하 타당성 조사를 한 것이 있는데, 그동안의 변화된 여건을 반영해서 현재의 여건에 맞게 내용을 재분석하자는 실무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국토연구원·건설기술연구원 등 실무자로 태스크포스(TF)팀을 올해 초에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 보고(2007년 5월)>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VIP(노무현 대통령)가 2월 22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운하가 우리 현실에 맞냐'고 말씀"이라고 씌어있었다.

보고서의 일부 내용은 대통령 연설문의 참고자료로도 활용됐다고 한다. 천 대변인은 "대통령의 관심과 문제의식을 고려한 보고서로 보일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문제될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분명한 것은, 정부 보고서가 한반도 대운하의 경제적 가치를 아주 낮게 평가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 TF팀과 이명박 캠프의 주장을 비교해보면, 대운하의 타당성을 바라보는 양자의 시각 차이를 알 수 있다.

우선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벌충할 수 있는 골재 채취 규모에 대한 판단이 다르다. 정부 TF팀은 폭 100m, 깊이 4m의 수로에서 5300만㎥가량의 골채를 채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에 따른 수입을 5000억원으로 잡았다.

반면, 이명박 캠프는 한반도 대운하의 수심을 6m로 잡고 있다. 남한강과 낙동강의 평균 강폭은 1㎞ 정도이고, 수로도 평균 300m 이상이라고 한다. 대운하에서 채취 가능한 골재량도 8억3432만㎥에 이르러 총 8조300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이명박 캠프는 전망했다.

정부 "사업비 18조원 경제성 없다" - 이명박측 "정부보고서 정치공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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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한반도 대운하 토론회에서 발표됐던 영상 화면.

이명박 캠프의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은 "한나라당 후보들의 공약대로 향후 7% 성장을 할 경우 건설경기가 호전되어 연간 골재 수요량이 3억~4억㎥까지도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캠프의 유승민 의원은 "골재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떨어져 수입이 예상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연간 골재 수요가 1억㎥가 안 되는 현실에서 대운하 건설로 골재 생산이 넘쳐날 경우 골재의 판매 단가가 떨어질 수도 있다.

박 의원은 "네덜란드의 컨설팅업체 DHV가 한반도대운하의 경부구간을 현장실사 한 후 네덜란드 정부와 TF를 구성하여 적극 참여의사를 밝힌 바 있다"며 "이는 경부운하의 경제성을 입증하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TF팀이 제시한 B/C비율 0.16에 대해서도 "경제성분석은 경제학자들마다 상이한 결과를 가진다"며 "어떻게 0.16이라는 수치가 나왔는지 구체적인 산정방법과 각 편익의 수치들을 정확히 제시해라"고 요구했다.

한강부터 낙동강까지의 수송시간에 있어서도 정부의 '46시간'과 이명박 캠프의 '24시간'이 팽팽히 맞선다. 이명박 캠프는 "대운하에서 19개의 갑문을 통과해야 하는 구간은 40㎞에 불과하고, 나머지 500㎞ 구간은 자연하천으로 시속 30㎞의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서울~부산 24시간 주파가 가능하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먼저 이슈 지르는 쪽이 이긴다... 이번에도?

이명박 캠프는 정부 보고서의 타당성은 물론, 정치적 배경까지 문제 삼았다.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정부 보고서에 대해 "순수한 연구 목적이 아니라 청와대가 직접 주문 생산을 의뢰하고, 관계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 해 만든 정치공작용 기획 보고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강연에서 대운하에 대해 노골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은 '이명박 죽이기'의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캠프는 건설교통부 수자원정책팀장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운하가 본격적인 검증 대상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명박 캠프도 '내부 정비'에 들어갔다. 이 후보는 4일 오전 여의도 사무실에서 선대위 간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자마자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로 자리를 옮겨 '대운하 설명회'를 열었다.

그동안 이 후보 측은 대운하 논쟁을 '즐긴'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두언 등 핵심 측근들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의 '청계천 복원', 같은 해 대선의 '행정수도 이전'을 봐도 이슈를 제기하는 쪽이 선거에서 이기게 된다. (대운하가) 이슈화 되면 우리 입장에서야 고마운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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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MBC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의 대운하 공약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막상 대운하 논쟁이 불붙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명박 캠프의 박승환 의원은 "최근 토론을 해보니 '운하에 독극물이 흐르면 식수를 못 먹는다'는 식의 왜곡된 논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쟁점들이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MBC가 1일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공약이 '현실성 없다'는 답이 54.8%에 이른 반면, 박근혜 후보의 감세 정책에 대해서는 53.6%가 '현실성 있다'고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후보의 핵심 정책보다 2위 후보의 정책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셈이다. 지난달 29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토론회 이후 이 후보의 대운하 공약이 정치권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된 것이 이같은 결과를 불러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아직은 지지율 흔들리지 않지만...

아직 이 후보의 지지율을 흔들 만큼 폭발력 있는 이슈가 되지 못했지만, 대운하의 가능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미흡할 경우 대운하가 지지율을 갉아먹는 악재로 돌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운하에 대한 유권자들의 고민은 갈수록 구체화되는데, 캠프의 대응이 이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명박 캠프의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은 권오을 의원은 "사람들은 '배가 전복될 때 식수원이 오염된다'는 말에 가장 충격 받았는데, 캠프에서는 '강변여과수'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국민들은 이마저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좀 더 쉬운 말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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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여성프라자에서 선대위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한반도 대운하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마친뒤 선대위 간부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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