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돼먹은 현실에 당당히 맞서는 영애씨 파이팅!

드라마와 다큐의 환상 복식호흡을 보이는 <막돼먹은 영애씨>

등록 2007.06.05 10:21수정 2007.06.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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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드라마가 요즘 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인기 요인 중 하나는 공중파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성이었다. 하지만 파격을 넘어서 선정과 작위적인 설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헌데 썩 파격적이면서도 선정적이지 않은 드라마 한 편이 등장했다.

바로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지랄 맞다'라는 다소 파격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등장했다. 그리고 그것은 진정으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성들로부터 일상에 침투해 있는 갖가지 지랄 맞은 요소를 찾아 구구절절하게 담아내 공감을 얻어냈다.

드라마와 다큐의 만남, 환상 복식호흡!

a <막돼먹은 영애씨>의 가족 사진

<막돼먹은 영애씨>의 가족 사진 ⓒ tvn

그럼 아주 재미난 <막돼먹은 영애씨>를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혼합해 만든 색다른 시도가 칭찬을 받을 만하다. 사실 <막돼먹은 영애씨>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일단 미인에 속하지 않은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다. 그래서 <내 이름은 김삼순>과 한 핏줄 자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언뜻 드라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인공 이영애(김현숙)는 삼순이 언니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식상함을 극복하고자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혼합해 드라마의 극적인 부분과 함께 리얼리티를 살려내 색다른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다큐멘터리의 리얼리티가 돋보이면서 드라마는 허구에서 조금 더 진실과 거리가 가까워졌고, 그 결과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일상은 우리 주변의 일상을 보는 것처럼 절대적인 공감을 이끌어 냈다.

한 마디로 드라마 판 인간극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첫 회 시작도 영애라는 인물이 뚱뚱하고 못 생겨 외향적인 면과 이름이 상충해서 많은 피해를 본다는 영애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극중에서 계속 내레이션이 나온다.


하지만 외향적인 부분에서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것이라면 잠시잠깐 신선함으로 그칠 수 있지만 <막돼먹은 영애씨>는 그렇지 않다. 다큐멘터리의 특성인 '관찰'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며 영애와 그 주변부의 여성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더 나아가 지랄 맞은 남자들의 모습의 두 얼굴까지도 담아내 드라마의 판타지를 제거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적절한 조화 덕분에 주인공들과 주변 인물들의 설득력을 얻게 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내 일인 양 울고 웃게 하는 힘을 얻었다. 이것이 <막돼먹은 영애씨>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공감 백배!

a 성적 차별 등 직장인의 애환을 보여주는 <막돼먹은 영애씨>

성적 차별 등 직장인의 애환을 보여주는 <막돼먹은 영애씨> ⓒ tvn

이러한 형식에 힘입어 드라마는 리얼리티를 가지게 되었고, 지극히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한국에서 여성을 산다는 것이 어떻게 지랄 맞는지 보여줌으로서 <막돼먹은 영애씨>는 기존 30대 여성의 드라마와는 또 다른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사실 삼순이 언니도, 달자 언니도 늘 주변에 남자들은 많았고, 이상하게도 그 남자들은 죄다 나이가 먹을 대로 먹은 언니들이 좋단다. 그래서 사랑엔 언제나 숙맥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꼬이는 남자 덕분에 은근슬쩍 행복감을 느끼고 현실에서 팍팍한 삶을 사는 30대 여성의 대리만족을 채워주어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영애의 캐릭터와 상황 설정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래서 삼순이 언니와 달자 언니와는 다르다. 그녀는 정말로 못 생기고 뚱뚱했고, 직업여성이지만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광고기획사라는 이름 아래 간판을 만드는 그저 그런 곳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로 영애는 성적인 차별과 생계 위협 사이에서 우물쭈물 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꼬일 대로 꼬인 일상의 말미에는 술 한 잔 마시며 시름을 달래기도 한다.

그것은 비단 영애만이 아니다. 영애와 같은 사무실에 일하는 나이든 이혼녀 지원도 만만치 않은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영애의 동생 영채는 비교적 남자가 많이 꼬이지만 학교 후배와 바람피우는 남자친구와 열 살 연상의 유부남이 동시에 꼬이는 등 하나같이 제대로 된 남자가 하나 없다.

그렇게 드라마 속 여자들은 하나같이 생김새는 다르지만 일상은 팍팍하고 주변의 남자들은 한 마디로 지랄 맞다. 그래서 드라마 속 인물들에게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없다. 그리고 철저하게 현실성을 드러내며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뿐이 아니다. 영애의 직장 에피소드를 보면 달자 언니가 근무했던 쇼핑몰 회사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사실 달자 언니가 근무했던 직장은 사랑의 판타지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장소에 불과했다.

하지만 영애의 사무실은 그야말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장인들의 애환이 펼쳐진다. 유학비를 벌기 위해 광고주의 아들을 고용하는 사장이나, 사장과 야동을 보면서 비위를 맞추는 서현, 그리고 그곳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성적인 차별과 농담, 영업 일까지 도맡아하면서도 직장을 때려 치지 못하는 영애와 지원. 모두가 불쌍하다. 그래서 안쓰럽고 동정을 불러일으키면서 우리의 가슴팍을 찔리게 만든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일상을 살아간다. 아주 막돼먹은 현실이지만 그래도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회사에 나가고, 일을 하면서 그들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사랑한다. 물론 그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위로하는 모습조차 우리와 빼닮았다. 그래서 <막돼먹은 영애씨>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지랄 맞은 일상이고 현실이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세차게 살아야 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보여주는 <막돼먹은 영애씨>. '파이팅!'하고 응원해 주고 싶다. 앞으로 우리 영애씨의 파란만장한 일상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막돼먹은 영애씨 #김현숙 #TVN #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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