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세종로 정부합동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설명하는 가운데 수십 명의 기자들이 국정홍보처의 발표를 기록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장벽 ② 비협조적인 취재태도] 간부급 취재, 5번 전화걸면 1번 통화
"재정경제부 간부급과의 통화 성공률은 2할대다. 5번 시도해야 1번 연락이 닿을까 말까다. 부국장급 이상은 연락 닿기가 어렵다. 부국장급 이하 직원과는 통화하기는 쉽지만 책임 있는 답변을 얻기가 어렵다."
재정경제부를 출입하고 있는 한 기자의 볼멘 성토다. 기자들은 정부 브리핑 내용에 의문이 있거나 의심이 생기면 취재원(공무원)을 찾는다. 약속을 해서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추가 취재를 한다. 그러나 시원한 답변을 얻기는 쉽지 않다. 기자들은 "공무원들이 취재에 비협조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F기자는 "공무원 입장에서 보자면 브리핑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정리한 것"이라면서 "추가 취재에 응하지 않아도 자신들에게 해가 될 게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기자는 "국장·과장급 일부는 통합 브리핑제도를 거론하며 '공보관을 통해 질의하라'고 말한다"고 출입처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 마치 이미 시행된 듯한 태도로 기자들을 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보관을 통해 나오는 정보는 중요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기존 정보가 맞나, 틀리나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전했다.
출입처 내 '양극화'도 문제다. 관료사회에서도 이른바 주류 매체 기자들이 취재하기 쉬운 풍토라는 것이다. G기자는 "정부가 대형 언론사에만 고급 정보를 주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공평한 취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군소 매체라고 차별하는 경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서 "다만 기자 8명이 출입하는 언론사와 1명만 출입하는 언론사 간에 정보입수 능력에 차이가 있는 게 아니냐"면서 "이것이 자칫 '대형 매체에만 정보가 간다'고 비춰질 수 있겠다"고 말했다.
[장벽 ③ 비공개 투성이인 정보공개] 10일을 기다려도 정보공개는 하늘의 별따기
"정부에 문제가 될 만한 정보를 요청하면 '공개하기 어렵다', '그런 정보 없다'면서 어물쩍 넘길 때가 많다. 정 알고 싶으면 '국회를 통해 알아보라'고도 한다."
한 기자의 고급 정보 취재 실패기다. 취재원과의 만남이 어려울 경우, 기자들은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요청한다. 그런데 기자들은 이 과정에서 또 한번 취재장벽에 맞닥트린다. 정부 측이 '보안' '기밀' 등을 이유로 정보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에 출입하고 있는 B기자는 "정부가 민간자본사업을 추진할 경우, 사업자와의 계약내용 등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가령 정부는 민간자본사업 추진에 있어'예상 교통량 및 수익이 일정량에 도달하지 못하면 부족 재원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등 국민세금과 밀접히 관련된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건교부에 '왜 공개를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민간 사업자와의 계약에 따라 비공개한다"는 원칙론만 앞세운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원칙론과 달리 기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민자사업에는 수백, 수천억원의 혈세가 들어간다. 따라서 기자들은 국민의 입장에서 정부가 민간자본 사업자에게 얼마를 지원하는지, 얼마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손해는 없는 것인지 등등을 알려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비공개' 등을 내세워 국민들을 눈가림하려고 한다는 게 B기자의 지적이다.
정보가 공개되기까지의 시간도 걸림돌이다. 정보공개법(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정보공개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공개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직 기자들은 "정보공개 여부 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10일을 기다린다 해도 요청한 자료를 얻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정보공개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B기자는 "국가기밀로 분류되는 최소한의 정보 이외엔 모두 홈페이지·관보 등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