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버스정류장송유미
오리나무 버스정류장은 오리 쯤 걸어온 사람들이 쉬었다가 가는 정류장일까. 손때가 묻고 의자에 칠이 벗겨진 간이버스 정류장은 한산하다. 길을 묻고 싶은데 아무도 없는 버스정류장은 그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다. 그러나 삼랑진에서 삼랑진의 만어사 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다. 누구는 버스를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걷자고 하고, 누구는 택시 대절하자, 차 가지고 올걸 등등 여러 소리가 나온다.
아침 일찍 출발했으나, 일행이 다 모여 기차를 탄 시각은 9시. 삼랑진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어느새 점심시간. 어영부영 하다보면, 무박의 여행이라 갈 길이 멀다. 더구나 택시 기사의 마음에 따라 미리 요금을 정하니, 모두들 마음이 달라진다. 마을 버스를 타기로 했지만, 일행 중에는 완전 무장한 등산복 차림으로 만어사까지 걸을수 있다고 장담한다. 기다려도 마을 버스는 오지 않을 거라고 누가 콜택시를 불렀다.
콜택시로 10리쯤 달려, 다시 가파른 포장길을 2km 넘게 헉헉 숨을 뱉으며 힘들게 거북이처럼 올라갔다. 낮게 깔린 운무가 허리를 감싸는 듯 산은 가만히 있고 일행들은 숨소리와 발소리 위에 발소리를 더 했다.
재앙의 흔적, 소리나는 너덜겅
절은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 만어산(일명 자성산) 정상에 있었다. 전생에 몇 번은 왔다갔듯이 낯익은 절은 기대보다 크지 않다. 일주문도 없는 절마당에는 고려 시대 세워진 3층 석탑이 반겨준다. 대웅전의 기둥에 세로로 쓰여진 '비청비백역비흑(非靑非白亦非黑,청도 백도 아니고 또한 흑도 아니다)의 글귀에 한참 머문 시선의 머리 위로, 날아갈 듯한 대웅전 처마에 달린 목어 한마리가 바람결에 흔들리며, 하늘의 연못에 파문을 그린다. 외따로 산신각이 높이 앉아 있다. 와우, 누가 먼저 탄성을 지른다. 미륵전에서 내려다 보는 너덜겅이라 불리는 암괴지대에 일행들은 환호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