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북역 앞에서 두 기자가 사진촬영에 열중하고 있다김정수
이제 발길을 원북역 쪽으로 돌린다. 기찻길을 따라 조금 걷자 역이 눈에 들어온다. 역이라 하기엔 너무나 작고 초라하다. 대부분의 역은 피난선이라는 또 하나의 선로를 두고 급행열차가 지나가는 동안 기다리는 공간이 존재하는데, 원북역은 끝까지 하나의 선로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는 대합실 같은 비를 피할 수 있는 조그만한 공간만 있을 뿐 역사가 없다.
이제껏 보아온 역 중에서 가장 작은 곳이라 할만하다. 낙동강의 세평짜리 간이역이라는 승부역보다 더 작다. 그나마 역 주변에 개나리와 벚꽃이 만개해 화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꽃마저 없었다면 정말 썰렁한 공간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사진 촬영에 열중하고 있는데, 이종찬 기자와 조찬현 기자가 철길 위로 걸어온다. 뒤로 채미정과 철길 건널목이 어우러진 가운데 두 사람이 걸어오자 한편의 드라마 그 자체다.
이토록 아름다운 간이역을 여행작가로 9년을 살면서도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마산에서 1시간도 채 안 걸리는 곳에 자리한 역인데다 필자의 고향인 의령에서도 아주 가까운 곳인데 말이다.
그렇게 카메라의 원북역의 풍경을 담으면서 여름의 이팝나무꽃과 가을에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었을 때도 다시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해졌다. 원북역 주변에는 서산서원이며, 전의이씨 쌍절각, 조열선생 신도비 등 많은 볼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조금만 가꾸고 홍보하면 함안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부상할 수 있는 곳인데, 이렇게 묻혀 있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뒤쪽 산 언덕에 S라인 기찻길이 잘 보이게 전망대를 세우고, 도로변 쪽에서 S라인을 보며 사진 촬영을 할 수 있게 2층 규모의 정자만 만들어도 사진 촬영과 관광객들이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