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20년, 종교계는 어떻게 변했나

6월항쟁 20주년 기념토론회 '종교계 민주화운동 20년의 반성'

등록 2007.06.09 18:18수정 2007.06.0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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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20주년을 맞은 지금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되돌아보고 오늘의 민주주의가 처한 문제를 진단,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8일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불교, 천주교, 개신교 단체들이 연합해 '종교계 민주화운동 20년의 반성'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의 주최로 열렸다.

종교간 대화를 활성화해 상호 이해와 협력의 가능성을 넓히고, 민주화 운동에 동참해 자기가 속한 교단이나 교파의 개혁을 위해 제각기 노력해 온 경험을 기반으로 공동 성찰의 기회를 마련한 이날 자리는 종교간 대화의 새로운 전형을 세우기 위한 실험이라 평가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불교, 천주교, 개신교 민주화운동 단체들은 지난 20년 동안 개혁운동과 민주화 이후 각 종단과 교파에서 일어난 보수화 과정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종교에서 거의 유사하게 일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a 강인철 한신대 교수

강인철 한신대 교수

먼저 천주교의 사례발표를 한 강인철 한신대 교수는 천주교의 사회 참여의 절정기였던 86~87년 이후 천주교에 나타난 보수화 과정을 분석했다. 강 교수는 87년 이후 세가지 중요한 변화의 흐름을 1) 주교단 내 보수 헤게모니의 강화와 천주교 사회운동에 대한 고위층의 보수적 통제 2) '전문적 활동가의 충원 및 유지 실패'로 나타난 천주교 사회운동의 전반적 위축과 약화 3) 교회쇄신 담론 및 운동의 등장과 확산으로 평가했다.

또 고위 성직계층의 주도와 후원하에 개시된, 비판적 사회참여라는 '대외적' 활동이 어떻게 교회 내적 갈등을 매개로 하여 교회쇄신운동이라는 '대내적'압력을 고조시키는 결과는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정치권력과 협력할 수밖에 없었던 상층부의 조건, 천주교 내 사회참여세력에 대한 통제와 배제정책이 주된 원인이었다는 것. 이는 교회권력을 장악한 세력이 단합과 분열의 조건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분석이 가능하다면서, 또 다른 한 축으로는 천주교회의 성장 자체가 보수화를 촉진하는 매개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a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목사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목사

두번째로 개신교계의 사례발표 발제에 나선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목사는 '민주화 시대 미학화된 기독교와 한국보수주의'라는 제목의 발표를 했다. 그는 한국사회의 민주화가 국가의 하위체제로 편입되어 있었던 국민을 시민과 비시민으로 대체됐다면서, 시민성의 보장-퇴출의 억제과 비시민성-복지 확대의 비대칭적 발전현상에 주목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를 1) 타자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고통과 해방의 연계성을 이해하며 그것을 민주적 제도화에 연결시키는 문제로 고민할 사회적 합의 준비부족 2) 급속히 발달한 소비사회에서 '타인에대한 망각'을 통해 주체화된 '소비자적 시민의 등장과 이를 통해 강화된 비시민에 대한 시민의 무감각 3) 신자유주의적 지구화과정에서 '결정적으로 강화된' 타인에 대한 망각으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개신교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면서 세련된 모습으로 등장하여 "비시민에 대한 망각을 체계화하고 야만적 배타주의를 은폐하고 세탁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오늘날 후발 대형교회가 가지는 민주화 시대의 합리성을 체현함으로써 민주화시대 우생학적 논리와 자본주의의 논리를 신앙화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후발 대형 교회의 정치 권력과의 결탁에 더 큰 위험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후발 대형 교회의 등장과 성공은 개신교계가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성장의 위기, 사회적 신뢰성의 상실, 존경의 상실, 권력자원에 대한 접근성의 위기에 직면한 개신교의 새로운 대응논리가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a 윤남진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정책위원.

윤남진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정책위원.

세번째로 불교계의 사례발표 발제에 나선 윤남진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정책위원은 80년대 불교개혁세력이 추구한 불교 자주화, 사회민주화 과제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1992년 이후 불교공동체가 '자기혁신 자기성찰의 문제'로 인식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문민정부, 즉 절차적 민주성의 정통성을 확보한 정권과 맞아떨어진 지점이 있다면서 1994년 서의현 총무원장 3선연임 저지운동을 통해 이루어진 조계종의 종단개혁운동은 제도적 민주화 이후 아래로부터 민주화와 주체적 자기 혁신의 모범사례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러한 주체적 자기혁신이 주도세력이었던 사회참여적 청년불자그룹이 제도종단 내로 진출한 것은 제도밖의 사회참여운동세력이 소멸하는 과정의 다른 표현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불교의 역사적 숙원이며 동력이었던 불교자주화의 담론이 대선, 총선 등 선거를 치르면서 '정치 권력과의 파트너 관계'로 변질되고, 불교 내부에서는 종단 권력의 분산이 '계파 정치를 통한 과두체계'로 전화되었다고 평가했다.

또 불교계의 현실을 진단하며 1) 자원조달의 한계와 정치권력에 대한 의존성 강화 2) 사찰의 사유화와 개인주의의 만연 3) 시민사회의 발전에 대한 부적응과 부패통제의 실패 4) 사회적 지도력의 퇴락이 불교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불교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가능성으로 재가불자의 역할을 강화하여 불자의 시주와 보시, 기부를 통한 교단운영의 물적 토대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시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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