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여론조사는 '공동', 해석은 '제각각'

[지역언론 별곡-197] 9개 지방 일간지 공동여론조사 보도 '지역색'

등록 2007.06.13 15:04수정 2007.06.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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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강원일보> 13일자 1면

<강원일보> 13일자 1면 ⓒ 강원일보

"우리 지역선 대접전"
"우리는 오차범위 내 초접전"
"우리 지역은 격차 더 벌어져 대세론 유지"


동일한 여론조사를 놓고 해석이 제각각이다. 지역에 따라 관전 포인트가 다르다. 핵심을 간추린 제목에서 지역 표심을 대변해 보지만 온도 차가 미묘하다. 전국 9개 지역일간지들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R&R)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3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회원사는 <강원일보> <경남신문> <경인일보> <광주일보> <대전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전북일보> <제주일보> 등 9개 지역일간지로, 이들은 17대 대선을 앞두고 공동 취재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9개 일간지, 공동여론조사 분석 제각각

a <전북일보> 13일자 1면

<전북일보> 13일자 1면 ⓒ 전북일보

여론조사 의도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17대 대선후보 적합도와 지역별 표심 분석, 노무현 대통령 평가가 그것이다. 전화로 실시된 이번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전국적으로 이명박 전 시장이 40.1%로 24.6%인 박 전 대표를 15.5%포인트 차로 누르고 1위를 고수했다. 다음으로 범여권 후보로 꼽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5.3%,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2.8%, 이해찬 전 국무총리 1.8%, 한명숙 전 국무총리 1.5%,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1.2% 순이었다. 무응답은 18.4%다.(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표본오차 전국 ±1.6%, 부산·경남 ±4.9%, 부산·경남 이외의 14개 시·도 ±6.9%포인트.)

큰 특징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다. '후보 검증공방'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2일 R&R이 조사한 11.6% 포인트(이 전 시장 37.3%, 박 전 대표 25.7%)보다 3.9% 포인트 더 벌어져 이 전 시장을 주 대상으로 한 검증공방이 지지율 격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매우 잘하고 있다'(2.1%) '대체로 잘하고 있다'(26.3%) 등 긍정적 답변보다는 '매우 잘못하고 있다'(25.6%) '대체로 잘못하는 편이다'(41.5%) 등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를 해석하는 지역 신문들의 보도태도가 각양각색이다. 지역별로 다르다. 특히 1, 2위 격차가 좁아지거나 2위와 3위가 바뀐 지역일수록 강조점이 다르다. 호남, 충청, 강원, 제주지역 해당 일간지들은 이 점에서 주목을 끌 만하다.

[호남] 정동영・손학규 부상에 포인트


<광주일보>와 <전북일보>가 참여한 호남지역에서도 해석이 갈렸다. <전북>은 여론조사 결과를 13일 1면과 3면에서 다뤘다. '전북, 대선후보 지지도 이명박, 정동영, 박근혜 순'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전 시장의 선전양상은 범여권의 텃밭인 전북 등 호남권에서도 뚜렷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북도민을 대상으로 한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명박 29.8%, 정동영 12.9%, 박근혜 12.1%, 한명숙 7.9%, 손학규 8.0%로 나타났다"며 정 전 의장의 2위를 부각시켰다. "이 같은 한나라당 대권후보 독주는 정당지지도와도 연계돼 전북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이 19.5%의 지지도를 기록, 중도통합민주당 15.3%, 열린우리당 15.0%, 민주노동당 8.0% 등을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북, 광주, 전남 등 호남권의 투표의향도 조사에서 무응답이 각각 16.9%, 19.0%, 30.1%로 전국평균 14.6%보다 크게 높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 전북지역의 정당지지도 조사 무응답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41.7%를 기록, 최근 열린우리당 탈당 도미노 등 지지부진한 범여권 대통합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부동층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광주일보>도 이날 공동여론조사를 크게 부각시켰다. <광주>는 그러나 '손학규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 21.7% 1위'의 기사에서 손 전 지사에 주목했다. "광주·전남지역에서도 이 전 시장은 25.2% 지지율로 1위를 지켰지만 이어 손 전 지사가 10.4%로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서는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2위를 차지했다"고 기사는 전했다.

이 지역에서는 박 전 대표가 10.3%로 3위, 정 전 의장이 8.0%로 4위, 한 전 총리가 4.9%로 5위를 각각 차지했다. 지난 4월 12일 <광주일보>와 한국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이 26.3%, 박 전 대표가 9.6%, 정 전 의장이 7.6%의 지지율로 각각 1, 2, 3위를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선두를 제외하고는 순위 변동이 많음을 읽을 수 있다.

<광주>는 당시 6.4%의 지지율로 4위였던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오르며 2위로 올라선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투표 의향을 묻는 지지도 조사 결과는 조금 달랐다"고 한 이 기사는 "이 전 시장이 22.9%로 1위, 정 전 의장과 박 전 대표가 11.2%로 2위, 손 전 지사가 10.9%로 4위, 한 전 총리가 5.3%로 5위를 각각 차지했다"며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적합도 조사 결과보다 많이 빠진 반면, 정 전 의장의 지지도는 크게 오른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모두 오차 범위 내여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영남] '지역간 대결구도 가능성'

a <매일신문> 13일자 보도내용 화면캡쳐

<매일신문> 13일자 보도내용 화면캡쳐 ⓒ 매일신문

<부산일보>는 이날 '부산 박·경남 이 오차범위 내 우세… 울산 이 우세'의 기사에서 "부산·울산·경남(PK)의 여론은 전국 민심과는 달랐다고 분석해 보도했다. 부산은 비록 오차범위 이내이긴 하지만 34.5%(이명박) 대 34.8%(박근혜)로 박 전 대표가 0.3%포인트 높았고, 경남은 36.5%(이명박)대 33.9%(박근혜)로 이 전 시장이 2.6%포인트 앞서는데 그쳤다"고 전했다.

반면, "현대그룹의 주요 기반인 울산은 현대건설 회장 출신인 이 전 시장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43.3%를 얻어 29.7%인 박 전 대표를 확실하게 앞섰다"는 이 기사는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 등 대부분 범여권 후보들의 PK지역 지지도는 손학규의 경우 전국 평균 5.3%에 부산 4.4%, 경남 1.8%, 울산 1.5%로 나타나는 등 모두 전국 평균보다 낮다"고 했다.

이밖에 부산·울산·경남 민심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범여권 대선 후보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매일신문>은 올 대선구도를 영・호남 대결구도로 분석했다.

'올해 대선도 '영·호남 대결' 가능성 크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매일>은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두 유력 대선주자가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도를 보인 가운데 범여권 주요 대선주자들은 호남에서 약진세를 보여 한나라당과 범여권의 통합세력이 대결할 경우, 올해 대선도 영호남 대결로 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당 지지도의 지역간 엇갈림 현상은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도 재연되고 있다"는 기사는 "지지율 수위를 달리는 이 전 시장 경우 전국지지율은 40.1%이지만 전남(20.2%), 전북(29.8%), 충남(26.1%) 등에서는 20%선에 머물렀고, 24.6%로 전국 지지율 2위인 박 전 대표도 광주(7.6%), 전북(12.1%), 전남(12.2%) 등에서 지지율이 가장 낮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은 호남에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지지도를 얻어 이번 대선도 동서분할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충청] 오차범위 내 초접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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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인터넷신문 화면캡쳐 ⓒ 대전일보

<대전일보>는 이날 충청지역 표심을 전달하기도 하려는 듯 1면과 4면, 5면 등에서 상세히 보도했다. '이-박 충청권 오차범위 내 초접전', '대전ㆍ충북 이-충남 박 선두… 충청민심 안갯속'이란 제목만 봐도 아직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곳임을 알 수 있다.

<대전>은 기사에서 "충청권 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도는 대전(이 34.0%, 박 30.5%)과 충북(이 34.5%, 박 32.9%)에서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충남(이 27.6%, 박 39.9%)에서는 박 전 대표가 12.3% 포인트 앞섰다"고 전했다.

또한 후보 적합도는 이 전 시장 40.1%, 박 전 대표 24.6%, 손 전 지사 5.3%, 정 전 의장 2.8%, 이 전 총리 1.8%, 한 전 총리 1.5%, 유 전 장관 1.2% 등의 순이었으나 범여권 후보 적합도는 손 전 지사가 21.7%로 가장 높고 이어 정 전 의장 14.4%, 이 전 총리 7.6%, 한 전 총리 6.0%, 유 전 장관 4.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 33.8%, 이 25.5% 8개월 만에 역전'이란 제목의 5면 기사에서 <대전>은 "이번 여론 조사 결과 박 전 대표는 33.8%를 기록해 이 전 시장(25.5%)보다 8.3% 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는 지난 2월 13일 <대전일보>와 KBS 대전방송총국, 한국지방정치학회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 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충청지역 정치현안 여론조사' 결과와 상반된 것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당시 이 전 시장은 43.2%를 기록해 박 전 대표(25.9%) 보다 19.4% 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 '대접전'

<강원일보>는 이날 대접전지역이라고 부각시켰다. '이·박 강원도서 대접전'이란 1면 머리기사와 정치면의 '표심분석'에서 강원도적 입장에서 분석했다. "차기 대선주자 중 강원도 내에선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오차범위 내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강원>은 "이번 여론조사결과 도내 대선후보 지지도의 경우 이 전 시장(34.5%)과 박 전 대표(34.4%)가 오차범위 내에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됐으나 이번 조사결과 이 전 시장이 다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은 또 "지난 5·31지선과 17대 총선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도내의 경우 한나라당 빅2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세가 강한 지역임이 재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제주] '격차 줄어'

최근 한미FTA와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으로 민심이 시끄러운 제주지역이 궁금하다. 연초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초접전을 보인 지역이기도 하다. <제주일보>는 이날 '이명박 41%-박근혜 25.9%'란 제목의 기사에서 "제주지역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순위에는 변동이 없으나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전국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제주지역의 대선후보 적합도는 이 전 시장 33.6%, 박 전 대표 23.7%, 정 전 의장 5.5%, 손 전 지사 4.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수행과 관련한 조사에서 전국적으로는 부정적 응답 67.1%, 긍정적 응답이 28.4%였으나 제주지역은 부정적 답변 62.8%, 긍정적 답변 30.3%로 나타났음을 부각시켰다.

[경기] '대세론 유지'

a <경인일보> 인터넷신문 화면캡쳐

<경인일보> 인터넷신문 화면캡쳐 ⓒ 경인일보

수도권 표심은 <경인일보>가 전달했다. <경인>은 이날 '이명박 40.1%, 박근혜 24.6% 지지율 15.5%P 격차'란 제목의 기사에서 검증공방 후 격차가 3.9% 포인트 더 벌어져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경기지역에선 '대선후보 주자군 중 누가 대통령에 가장 적합한가'를 묻는 대선후보 지지도(적합도) 조사와 '오늘이 투표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를 묻는 투표의향 조사 모두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46.2%와 46.7%로 '선택'을 받았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19.0%, 투표의향에서 23.0%로 2위를 달렸고, 3위는 4년간 민선지사를 역임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차지했다"며 "그러나 대선후보 지지도(7.6%), 투표의향(8.6%) 모두 한자릿수에 머물렀다"고 했다. 향후 여러 변수가 작용할 소지가 많음을 읽게 한다.

이처럼 2007년 주요 언론의 대선 여론조사 결과의 가장 큰 특징은 이명박 전 시장이 부동의 1위를 계속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지지율 격차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 전 시장의 최근 지지율이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최소 34.1%(글로벌리서치·4월 18일)에서 최대 49.2%(한국리서치·2월 17일)로 나타난 바 있다. 대선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지지율 격차 과대해석은 금물

여기서 한 가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은 1936년 미국 대선을 계기로 당시 무명 여론조사기관에서 일약 세계적 기관으로 등극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단 1천명을 조사하고서도 당시 1억명이 넘는 유권자의 투표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했기 때문이다.

반면 당시 최대 여론조사 기관이었던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당시 선거를 끝으로 문을 닫게 됐다. 갤럽이 성, 연령, 지역 등을 고려해 유권자 전체 성향을 대변했던 반면,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당시만 해도 고가였던 전화와 자동차를 소유했던 1천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 여론조사에서는 중산층과 서민의 의견은 배제한 채 부유층 의견만 대표해 정확한 여론을 나타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좋은 여론조사란 설문대상(표본집단)을 크게 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표본집단이 전체 집단을 얼마나 대표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 과정에서는 엄격하게 표본집단을 설정한 경우에도 응답자의 답변 거부 등의 이유로 일부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전화조사는 특히 심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언론사들이 대선과 관련해서 쉽게 범하는 오류는 표본의 대표성이 부족하거나 인구수가 적은 지역의 조사결과를 과대 해석한다는 점이다.
#대선여론조사 #한국지방신문협회 #리서치앤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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