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분회장이 기륭전자 정문에서 전경과 대치하는 하는 중 피곤한 모습으로 안경을 만지고 있다.오마이뉴스 선대식
김 분회장을 비롯한 노조원 10여 명은 이날도 "비정규직 철폐하고 현장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출근하는 직원들은 익숙한 듯 무표정이었다. 단지 회사 쪽 경비업체 직원들만이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노조원들은 오전 8시에 '출근 투쟁'을 마치고 천막 농성장에서 아침을 먹었다. 반찬은 김치와 상추가 전부였다. 나중에 컵라면 3개가 보태졌다. 김 분회장은 "천막 농성은 오늘로 658일째"라고 덤덤히 말했다.
천막 한쪽에는 이불이 쌓여있었다. 반대편에는 버너와 김치통 등이 있었고 그 뒤로 나무로 투박하게 만든 선반이 있었다. 선반 위 상자에는 농성을 이어나가는 데 필요한 물건들이 담겨있었다. 김 분회장은 선반을 가리키며 "컨테이너 차량이 쳐서 무너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때 200여 명에 달했던 노조원은 40여 명으로 줄었고 현재 농성장에 나오는 사람은 14명이다. 김 분회장은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모두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농성을 이어나가는 데 한달에 200만원이 든다고 한다. 김 분회장은 "금속노조에서 주는 지원금, 일일주점을 열어 번 돈으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분회장은 "힘들지만 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고 전했다. 658일이나 끌고 있는 노사간의 분쟁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기본급=법정최저임금+10원"
긴 싸움의 시작은 2005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6월 민주노총에서 서울관악노동사무소에 불법파견 진정을 냈고 7월에는 노조가 설립됐다. 당시 생산직 노동자 300여 명 중 15명이 정규직이었고 40여 명이 계약직, 나머지는 모두 파견직이었다.
2002년 6월 파견직으로 기륭전자에 입사한 김 분회장은 "노동조건이 너무나 열악해 노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파견직 노동자들은 노예, 소모품이었다. 잔업 100시간을 해야지 1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당시 기본급이 64만1850원이었는데, 법정최저임금 64만1840원보다 10원 많은 것이었다. 평균 근속 기간이 1년밖에 안될 정도였다."
노조가 만들어지자 생산직 노동자의 2/3인 20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이에 회사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김 분회장은 "노조가 설립되자 회사에서는 부당노동행위를 했다, 감시 카메라 30여대를 설치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8월 5일, 기륭전자는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시정한다는 명분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노동자 80여명을 대량 해고 했다.
이에 맞서 노조는 8월 24일 노조는 55일간의 생산라인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공권력에 의해 강제 해산됐고 김 분회장은 구속됐다.
이후 2006년 12월 기륭전자는 불법파견과 관련 검찰에 의해 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냈다. 2007년 4월에는 회사가 생산라인 점거와 관련 노조를 상대로 낸 54억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기각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노조의 천막농성이 658일 맞게 된 것이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김 분회장은 "노동부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고 검찰에 의해 500만원 벌금이 나왔는데도 우리는 돌아갈 곳이 없다"며 "너무 답답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기륭전자 관계자는 "할 얘기가 없다"며 말하기를 꺼렸다.
불법파견·벌금 판정... "그런데 우리는 갈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