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유지? 무죄 선고나 다름없다"

'성추행 사건' 최연희 의원, 선고유예 판결에 여성계·네티즌 반발

등록 2007.06.14 16:10수정 2007.06.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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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최연희 의원이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을 나오고 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형량을 깨고 벌금 5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최연희 의원이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을 나오고 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형량을 깨고 벌금 5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술자리 강제 성추행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최연희(62) 의원에 대해 14일 서울고법(형사9부·고의영 부장판사)이 1심 형량인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을 깨고 벌금 5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리자 여성계와 네티즌들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여성계는 즉각 성명을 발표해 "1심 판결과 비교해볼 때 감형의 차원이 아닌 무죄 선고나 다름없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성추행 사건에 경종을 울렸어야 할 재판부가 '봐주기' 판결을 내렸다"고 재판부를 비난했다.

네티즌들 또한 댓글을 통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져야 할 책임은 지지 않는 것이냐"며 최 의원을 겨냥했다.

"피해자가 사과 받아들여서 감형? 성범죄 특성도 모르나"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이미경) 등 6개 여성단체는 "사법부가 이번 판결을 통해 '성추행이 경미한 범죄에 불과하다'고 선언한 것과 같다"며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할 재판부가 오히려 성폭력을 조장하고 방기하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판결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가 "최 의원의 사과를 피해자가 받아들여 친고죄의 처벌조건이 약화됐다"고 밝힌 데 대해 이들은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의 의사가 매우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지만, 국가의 형벌권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가 "피고인이 당초부터 가해의사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자 여성단체는 "성폭력이 가해자와 피해자 단 둘이 있는 은밀한 장소에서만 일어날 것이라는 통념에 입각한 편협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최 의원이 고령인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이 감형 요소로 인정된 데 대해 이들은 "성범죄가 나이를 불문하고 일어난다는 것과 사과의 제스처가 성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등을 재판부가 모르고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명숙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 성폭력에 대해 분명하게 경종을 울렸어야 했는데, 너무 봐주기식의 판결이 나왔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최 의원의 딸로부터 사과의 편지를 받고 용서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하지만, 그것이 곧 '고소 취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재판부가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의 폭행 및 협박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은 눈에 보이는 부분만 주목한 보수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 사이에도 이날 판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 의원이 감형으로 인해 의원직을 유지하게 되자 이를 강하게 규탄했다.

국회의원은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최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아이디 'mymrnara'는 네이버 댓글을 통해 "그렇게 의원직을 유지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 국민들로부터 의원 취급도 못 받으면서 그렇게도 의원이 하고 싶었느냐"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ryu843'은 "직장에서 성희롱만 해도 그냥 잘리는데, 국회의원은 왜 그렇지 않느냐"며 "나 같으면 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겠다"고 비난했다. 'magic_hole' 또한 "피해 기자한테만 사과하면 끝이냐, 국회의원으로서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왜 책임지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재판부 "심한 폭행 아니고 가해 의사 없었다"

이날 재판부는 "1심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측이 피고인의 사과를 받아들여 용서할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처벌조건이 현격히 약화됐으며 기타 피고인이 고령이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초부터 가해의사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고, 사건 내용도 신체를 손으로 움켜쥔 것으로 폭행이나 협박이 심한 정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추행죄는 친고죄이고, 피해자가 원심 판결 이후 피고인 딸로부터 '피고인이 사과한다'는 편지를 받고 용서의 의사를 표시한 이상 친고죄의 처벌조건이 약화 혹은 소멸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한 것과 술을 많이 마신 것은 인정되지만 사건 후 피해자를 따라나가 사과하거나 사정하는 태도를 보인 것을 보면 완전히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연희 #성추행 #벌금형 #여성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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