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송전공사 헬기 급강하, 소·닭 떼죽음

피해주민들 "현장방문도 안해" 분통

등록 2007.06.15 17:12수정 2007.06.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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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닭 200여마리를 잃은 임창제씨가 자신의 축사앞에서 헬기가 저공비행한 자리를 가르키고 있다. 멀리 공사중인 송전탑이 보인다.

닭 200여마리를 잃은 임창제씨가 자신의 축사앞에서 헬기가 저공비행한 자리를 가르키고 있다. 멀리 공사중인 송전탑이 보인다. ⓒ 이재형

송전선 설치작업을 하던 헬기가 저공비행을 하는 바람에 소와 닭이 집단 급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9시경 충남 예산군 덕산면 봉림리 일대에서 송전선로작업을 하던 헬기가 축사가 늘어선 마을로 갑작스레 강하비행을 했다. 한국전력공사 대전전력관리처가 가야산일대 송전철탑을 건설하기 위해 동원한 헬기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강하비행한 헬기의 굉음과 돌풍에 놀라 축사에 있던 소와 닭들이 날뛰었다. 이 때문에 송아지 3마리와 닭 200여 마리가 폐사하는 등 봉림리 일대 여섯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번식한우 70두를 키우고 있는 이영복씨는 "어떻게 사람 사는 마을로 아무런 통보도 없이 헬기를 띄울 수 있냐"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씨는 "집사람도 너무 놀라 치료를 받아야 할 지경"이라고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했다.

이씨는 또 헬기 강하 때문에 송아지 3마리가 죽고, 어미소도 놀라 뛰는 바람에 뿔이 뽑혔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씨 축사에 임신한 소도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출산이 어렵다고 진단돼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육계 2만수를 키우고 있는 임창제씨도 닭 200여마리가 폐사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임씨는 "헬기 소음에 놀란 닭들이 집단으로 뭉쳐 뒹구는 등 닭장이 아수라장이 됐다"며 "사고 당일 66마리가 죽고 일주일새 나머지 닭들이 계속 죽어 나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씨는 "더 큰 피해는 닭들이 사료를 먹지 않아 출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주민 임창근씨의 젖소들도 스트레스로 착유량이 크게 감소했고, 유방염이 예고됐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젖소에 유방염이 오면 치료기간 동안 우유를 판매할 수 없어 경제적인 손실이 커지게 된다.


이 밖에도 한우 70여두를 사육하는 오순섭씨도 송아지를 유산했고, 오만섭, 이용구씨가 키우는 한우들도 스트레스로 인한 설사가 심해 피해는 늘어나고 있다. 주민들의 원성도 커졌다.

하지만 송전철탑 공사 관계자들 중 현장소장만 피해농가를 다녀갔을 뿐 발주청인 한전은 보름동안 위로방문 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주민 이아무개씨는 "발주청인 한전에서 시공자가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켜가며 공사를 하는지 철저히 감독을 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며 "이렇게 큰 사고가 터졌는데도 정작 관리책임이 있는 한전 임직원들은 얼굴도 비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씨는 또 "한전이 과연 공기업이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전 대전전력관리처 업무담당자는 "헬기작업을 하기 전에 주민들에게 통보하지 않은 점은 잘못됐으며 사과드린다"며 "보상주체인 시공사로 하여금 최대한 성의를 다해 피해보상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농가를 직접 방문해 피해조사와 위로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시공사에서 피해농가들과 잘 협의하고 있는 줄 알았다"고 궁색한 답변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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