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이 장기분쟁 사업장 늘린다

[잊혀진 외침 ③ - 대안] 정규직이 비정규직 안고 연대해야

등록 2007.06.21 18:44수정 2007.06.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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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1일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6월 총력투쟁을 선언하는 등 노동계의 반발도 거셉니다. 특히 수년동안 노사분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대부분이 비정규 노동자입니다. <오마이뉴스>는 3회에 걸쳐 이들 장기 노사분규 사업장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비정규 노동자 문제의 현실과 대안을 고민해봅니다. <편집자주>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이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장기투쟁사업장 문제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강력한 투쟁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이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장기투쟁사업장 문제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강력한 투쟁의사를 밝히고 있다.오마이뉴스 선대식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는 보통 불법파견·위장도급·부당해고 등이 발단이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이들 사업장 문제가 7월 1일 비정규직 법안 시행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월 민주노총이 노동부에 제출한 '투쟁사업장 현황'에 따르면 3개월 이상 노사 분규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69곳이다. 문선곤 민주노총 노사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15곳이 해결되었고 현재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업장이 54곳"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기투쟁사업장은 대부분 노사간의 감정이 상해서 대화자체가 막혀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사용자가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지난 5월까지 노동부와 주1회 이 문제와 관련 정례협의회를 개최해왔다. 문 위원장은 "(노동부의 중재로) 많은 사업장에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투쟁사업장 69곳 가운데, 54곳 노사간 대화자체도 없어

하지만 기륭전자, 르네상스 호텔, 코오롱 등 몇 년째 노사분규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대부분 회사 쪽에서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 허현무 민주노총 조직쟁의부장은 "(이들 기업은) 정말 악질적인 기업들"이라며 "장기 투쟁이 구조화되어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850여일째 천막농성을 벌여온 최일배 코오롱 정투위 위원장은 "비정규직 법안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 노동자들이 다들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지금도 변칙적으로 3·6·9개월로 계약해서 퇴직금도 안주고 계약 해지라는 이름으로 마음대로 해고시킬 수 있다"고 토로했다.

최 위원장은 또 "코오롱 같은 경우 도급 회사를 여러 개 두어 노동자의 연속 근로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면서 "법 시행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는 민주노총의 핵심사업 중 하나다. 장기투쟁을 경험한 적이 있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직접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를) 최우선으로 처리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하기도 했다. 현재 민주노총은 "6월 총력 투쟁을 한다"는 입장이다. 문 위원장은 "6월 말까지 해결되지 않는 곳은 사업장끼리 연대해 임단투가 끝날 때까지 대규모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또한 장기 농성 노동자를 위한 투쟁자금 마련 및 생계지원 대책을 마련 중이다. 문선곤 위원장은 "돈이 없어서 싸우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이와 관련해 기획단을 만들어 지원대책 관련 규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8, 9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일배 코오롱 정투위 위원장은 "비정규직 법안 시행을 앞두고 다들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일배 코오롱 정투위 위원장은 "비정규직 법안 시행을 앞두고 다들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오마이뉴스 선대식
사용자가 인력 싸게 쓰려고만 하면 불신만 초래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사회적 소외계층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사용자와 정부가 좀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는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사업주가 비정규직 노조를 인정 안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나 정규직 노조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사실 비정규직의 투쟁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투쟁의 목표가 정규직 고용인데 그 목표가 달성될수록 비정규직은 약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규직 노동조합이 비정규직을 안아주고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실질적인 사용자가 대화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투쟁사업장의 경우, 대기업이나 원청업체들은 실제로 노무관리를 하면서도 실제 협상에선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 본부장은 "사용자가 인력을 편하고, 싸게 쓰려고만 하면 불신만 초래할 뿐"이라며 "비정규 노동자의 요구가 합리적이라면 회피하지 말고 수용해야하며, 노동자들 역시 요구 수준을 낮추면서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고용관계 규율하는 법적인 보완 필요

불법 파견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 적용의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주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은 "노동부에서는 불법판정을 내려 검찰에 고발하면, 검찰에 가서는 무혐의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법 적용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배 본부장도 "아웃소싱·발주·원청 등에 대한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판단하고 규율할 수 있는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실제 건설 현장에서 하도급 근로자에게 산재 사고가 일어났을 때 원청업체에서 책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규율하는 법적인 보완과 사법당국의 적극적인 판단을 요구했다.

김 부소장은 마지막으로 "비정규직은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소외된 계층"이라며 "그들에겐 생존권이 걸린 문제지만 이를 관철시키기엔 힘이 부족하다"며 노동계의 지원과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비정규직 법안은 직원이 300명 이상인 기업과 공공부문부터 적용된다. 법대로라면 2년동안 계약직으로 일한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도 금지해놓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보다 정리해고는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장기투쟁사업장의 절규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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