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투쟁의 가장 강력한 혁명전술 '유쾌함'

일제시대의 또 다른 모습 발견한 <경성스캔들>

등록 2007.06.17 08:59수정 2007.06.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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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성 스캔들>의 네 명의 주인공들

<경성 스캔들>의 네 명의 주인공들 ⓒ KBS

일제시대 유쾌한 스캔들이 터졌다. 암울한 우리의 역사로 기억되던 상흔. 그러나 이렇게도 유쾌, 상쾌, 통쾌한 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경성스캔들>. 물론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신선하다’와 ‘역사왜곡이다’라는 이야기로 찬반이 엇갈리고 가볍게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헌데 왜 꼭 일제시대의 우리의 기억은 암울해야 하며, 무거워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역사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고 해서 ‘가볍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너무나 편협한 이야기가 아닐까? 우리는 늘 어느 한 시대의 부분을 특정적인 것으로만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 같은 새로운 시도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분명 일제시대에도 삶을 살아가면서 소소하게 웃을 수 있었던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청춘남녀가 있었으니 사랑도 했으리라. <경성스캔들>은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했다.

암울했지만 가장 자유롭고 현대적이었던 1930년 대 경성의 두 얼굴. 그리고 경성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 <경성스캔들>은 새롭게 일제시대를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손님이다.

유쾌한 러브스토리가 만들어낸 독립운동!

신문물이 흘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경성. 그곳에 낭만을 사랑하는 ‘모던 보이’ 완(강지환)이 있다. 10분이면 모든 세상 여자들이 넘어올 것이라는 시대의 바람둥이 선우 완은 조국, 민족, 해방, 독립운동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인물이다. 아니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으려 애를 쓴다.

반명 조국을 위해 한 몸 기꺼이 바칠 준비가 되어 있는 나연경(한지민). 그녀는 서점을 하면서 야학을 가르치고, 독립운동을 펼치는 슈퍼우먼이다. 하지마 그녀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이 사랑이었다. 조선 시대의 마지막 여자 ‘조마자’라 불리며 놀림을 당하는 그녀지만 ‘로맨스’에 능동적인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직은 낯설다.


그리고 그녀를 꼬여내 ‘모던걸’로 만들겠다는 완이와 그의 주변부(지라시 회사사람들) 사람들이 내기를 건다. 그렇게 둘은 티격태격 로맨스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아직은 나여경이 선우 완을 그저 ‘모던보이’로 여기고 마뜩치 않게 생각하는 중이지만 분명 두 사람의 다름이 이제 하나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선우 완과 나여경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질 터. 하지만 여기서 가볍지만은 않은 <경성스캔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다른 두 사람이 사랑을 속삭이며 로맨스를 시작할 무렵 분명히 ‘모던 보이’에서 ‘독립투사’로 변신해 있을 선우 완이 있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선우 완의 친구 차송주(한고은)는 슬쩍 드라마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보여준다. “왠지 모르게 독립투사가 될 것 같아 그러지~”라고. 즉 모던 보이로 낭만을 쫒는 선우 완과 조선의 해방을 위해 독립운동의 의지를 보여주는 나여경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선우 완은 나여경을 위해 기꺼이 독립운동에 나설 것이다.

또한 극중 어린 완과 수현(류진)의 대화에서도 충분히 선우 완이 독립운동에 참여하리라 예감할 수 있다.

“사회주의니 민족주의니 그딴 게 뭔지 몰라도 그런 것 때문에 친구와 멀어지는 것은 싫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게 싫다”
“그게 바로 민족주의야!”

더불어 이미 기생으로만 알았던 차송주가 비밀조직의 우두머리라는 사실과 차송주가 곧 비밀조직에 가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선우 완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즉, 역사적인 사실을 부각시키지 않고 다른 두 사람을 운명적인 사랑으로 이끌어 낸 다음 1930년대 일제시대의 독립운동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일제시대지만 핑크빛 로맨스와 바람둥이 선우 완의 느끼한 웃음과 말투 덕분에 암울했던 시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분명 가벼운 퓨전시대극에만 멈추지는 않으리라. 선우 완의 변신이 조만간 선보일 테니 말이다.

애틋한 러브스토리가 만들어낸 독립운동

이와 함께 또 다른 러브스토리가 있다. 바로 차송주와 수현의 사랑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둘의 사랑에 진전은 없지만 차송주가 극중에서 “평생 한 번이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수현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또한 수현도 차송주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보여주고 있어 둘은 선우 완과 나여경과는 다른 사랑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기생이 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을 가진 차송주의 과거사가 등장해 그녀가 왜 수현에게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보여준 바 있다.

이와 함께 비밀조직의 우두머리 차송주가 막 방송을 탔으며 더불어 조선총독부의 경찰로 근무하지만 무언가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은 수현. 아무래도 두 명 모두 독립운동을 하는 애국자의 모습을 조만간 보여줄 것 같은 예감이다.

다만, 선우 완과 수현의 해묵은 오해와 감정을 풀어야 하며, 수현의 비밀이 벗겨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 선우 완이 독립투사로 변신하는 모습만큼이나 수현의 비밀은 극중에서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이처럼 일제시대의 상흔을 러브스토리로 승화한 <경성스캔들>. 일제시대의 사랑을 스캔들이란 단어로 결합해 만들었다는 자체부터 발상이 남다르다. 그만큼 우리의 아픈 역사를 유쾌하고, 재미나게 보여주고자 작정했으리라. 하지만 극중 러브스토리에 빠져 종국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만큼만 러브스토리와 역사이야기를 잘 조율해 나간다면 암울하기만 했던 일제시대에 생기를 불어넣지 않을까? '항일투쟁의 가장 강력한 혁명전술 연애'라는 광고 문구처럼 사랑에도 성공하는 네 명의 남녀와 해방을 맞이하는 조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성 스캔들 #독립운동 #일제시대 #로맨스 #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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