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 판정 운영자에게 '어린이집'을 또?

당진군수의 어긋난 권한 행사 '빈축'

등록 2007.06.19 10:16수정 2007.06.21 20:02
0
원고료로 응원
민종기 당진군수가 군 심의위원회가 '부적합'하다며 교체 필요성을 제기한 어린이집 운영자에게 또 다시 재수탁 기회를 줘 재량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진군은 지난 18일 하루 동안 '공립 버그네 어린이집'(당진군 합덕읍 운산리) 수탁 운영자를 접수 받았다. 이는 당진군 여성정책심의위원회(15명)가 23년간 해당 어린이집을 맡아온 현 수탁 운영자가 '부적합'하다는 종합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진군 여성정책심의위원회는 이달 말로 수탁기간이 끝나는 현 어린이집 운영자가 최근 수탁기간 연장신청을 해오자 보육 사업과 시설여건, 재정 상황 등에 대한 종합 평가와 현장확인 후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날 마감된 수탁운영자 신청서 접수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현 어린이집 운영자가 단독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때문에 오는 22일 심의위원회 심사절차를 남겨 놓고 있지만 사실상 현 운영자가 재수탁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진군 심의위원회 "연장 운영 안된다"-민종기 군수 "한번 더 해봐라"

어떻게 군 자체 심의를 통해 연장운영 부적격자로 판단된 현 운영자가 또 다시 신청접수서를 단독으로 내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당진군 관계자는 "수탁운영자 모집공고를 내면서 단체장 재량으로 '부적합' 판단을 받은 현 운영자를 제외시키지 않아 모집 대상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운영자를 공개 모집한 취지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묻자 "다시 한번 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A씨는 "군청 산하 심의위원회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운영자를 군수가 뒤집은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 재량권 남용에 다름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3년 동안 어린이집 운영 기회를 주고도 모자라 또 다시 기회를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당진군이 수탁운영 조건으로 난데 없이 '시설 리모델링 비용 자부담'을 포함시켜 능력 있는 운영 희망자들의 참여를 차단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어린이집 운영하려면 리모델링비 내라" VS "돈 없으면 꿈도 꾸지 말라니..?"

당진군은 그동안 없던 '시설 리모델링 비용 자부담'을 수탁조건으로 내건 데 이어 배점기준에도 전문성(30점), 운영계획의 적정성(40점), 종합판단(10점) 등과 함께 시설개보수 등 자부담(20점)을 삽입했다.

이는 그동안 당진군 내 다른 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수탁운영 조건에도 없던 신설 항목이다. 즉 당진군이 리모델링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수탁운영 희망자들의 참여를 막아 현 운영자의 단독 신청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

이에 대해 당진군 관계자는 "한번 위탁 운영을 맡게 되면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계속 재위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주인의식과 의욕을 갖게 하고 자 시설 리모델링 조건을 넣었다"고 말했다.

당진군에 사는 B씨는 "여러 날을 고민하다 시설 리모델링비가 없어 결국 신청을 포기했다"며 "당연히 당진군이 부담해야 할 리모델링 비용을 수탁 조건으로 요구한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처사로 납득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C씨는 "지방 자치 단체가 지방비로 세워서 운영하는 어린이 집에서 리모델링비를 요구한 것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마저 돈을 우선한 것으로 비교육적"이라고 비난했다.

민 군수는 현재 미국 순방을 위해 출장 중이다.

한편 '공립 버그네 어린이집'은 현 운영자가 23년째 운영을 해 오고 있으며 56명의 원생에 보육교사 4명 등 모두 6명이 일하고 있다. 당진군은 매년 인건비 등으로 매년 1억 8000만원의 예산을 해당 어린이집에 지원하고 있다.
#당진군 #민종기 #공립 어린이집 #위탁 공모 #리모델링비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4. 4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