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방 고치기 모둠. 완성품이 훌륭하다. 다른 모둠도 다 훌륭하다.전희식
자재와 공구는 거의 완벽하게 내가 준비해 놨다. 전동공구는 주의에 주의를 거듭하였다. 꼭 허락을 받고서 사용하게 했다. 내가 준비한 세 곳의 실습장은 창고 골조 세우기와 지붕 고치기, 그리고 토방 고치기였다.
세 곳의 특성과 작업의 성격을 설명하고 희망자를 모으니 사람들이 알맞게 배정되었다. 교직에 계시다 은퇴한 어떤 여성분은 세 가지 다 하고 싶다고 하면서 자칭 '감독'이 되셨다. 이 분은 세 실습장을 다니면서 계속 강조하는 것이 "내가 하라고 한 대로 꼭 그대로만 해?"라고 해서 사람들을 웃겼다.
지붕 고치는 모둠에서는 기둥과 서까래 사이에 이른바 '까치발' 작업 하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기둥과 서까래가 튼튼하게 맞물리는 공법(?) 인 것이다. 이 모둠에는 건축과 설계를 하는 젊은 분이 있었는데 그 방면에서 익힌 경험들을 많이 나누어 주셔서 나도 많이 배웠다.
특히 공장식 거름을 만드는 톱밥제조 과정에 어떤 유해물질이 들어가는지와 시멘트와 내장재에 들어가는 유독물질에 대해서도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다. 시멘트에는 일본에서 수입한 산업폐기물이 들어간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 방면 전문가에게서다. 우리나라 산업자재 규정상 금지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창고 골조 세우는 모둠에서는 기둥 수직 잡는 법을 수직추를 이용해 설명했다. 토방 고치는 모둠은 밑돌을 안정감 있게 놓는 데만 신경을 쓰고 그 위에 다시 돌을 놓는 것은 대책없이 일을 해서 돌 담 쌓는 원리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토방의 경우 토방 끝을 밟아도 돌이 끄떡거리지 않도록 하는 공법(?)을 시연해 보였다.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거의 강도가 돌멩이에 가깝게 하는 흙 반죽법도 알려주었다. 이 분들은 그런 방법으로 내가 만들어 놓은 벽채를 손톱으로 긁어보면서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손톱이 안 들어 갈 정도로 흙벽이 견고해서였다.
실습작업이 끝나고 모든 참석자들이 모인 가운데 실습 모둠별로 실습현장을 돌며 작업과정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 작업 구상을 어떻게 했고 또 일을 하는 과정에 어떤 어려움을 만나게 되었으며 어떤 방법으로 해결 해 갔는지를 소개하는 마무리 시간이었다.
그리고는 과일을 들고 계곡으로 내려가서 발을 물에 담그고 이번 생활강좌에 대한 평가와 소감을 나누었다. 그리고 헤어졌다. 일요일 오후 다섯 시쯤이었다. 예정된 시간을 세 시간이나 넘긴 시각이었다. 일부는 산뽕나무에 달린 오디를 따느라 더 늦게 돌아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