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일의 국내 조선업, 빛과 그림자

갈수록 심해지는 사회양극화 현상이 국내 조선업계에도 반영

등록 2007.06.21 15:49수정 2007.06.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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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상민(좌) 김광웅(우) 공동대표.

이상민(좌) 김광웅(우) 공동대표. ⓒ 강정호


조선업은 한국 경제사에서 '신화'(神話)로 통한다.

초대형 배를 건조하는 것이 핵심 사업이다보니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반도체와 자동차가 한국 경제의 '기린아'로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한국이 세계에 자랑해온 '대표 산업'이 조선업이다.

현재도 우리나라의 조선업의 매출액기준은 세계 1위이며, 조선소 순위에서 세계 1위~5위까지가 모두 우리나라의 조선소들이다. 그러다보니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조선산업인 것이다.

이렇게 국내 조선업이 최근 몇 년 동안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중소 조선업계는 도산과 몰락이란 양극화의 길을 걷고 있다.

조선업계 호황은 대형 조선소와 신생 중형 조선소들에게 해당될 뿐이지 일부 중형 조선소와 어선과 보트 등을 만들어온 소형 조선소의 미래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일할 인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기술 개발은 자본력이 없어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중소조선연구원 심상목 박사는 "1990년대 이후 어선은 줄기차게 감척되고 있는데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FRP선에 대한 건조를 법적으로 강력히 규제하면서 소형 조선소들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형 조선소들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하여, 경상남도 통영시에서 30여년간 조선업에 종사해온 조양조선소 김광웅, 이상민 공동대표를 만나보았다.


30년을 한결같이 조선업에 종사해온 김대표와 이대표는 원래는 조양조선소의 직장과 공장장이었다.

그런데 소형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경영이 어렵게되자, 김대표와 이대표가 원래의 경영자에게 작년 10월부터 임대를 내어 직접 현장에서 배 수리와 건축을 하며, 공동 경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두 대표와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공통으로 털어놓는 이야기는 한마디로 "너무 힘들다"였다.

"대형 조선소 경기는 너무나도 좋다. 그러나 우리는 국내, 특히 통영 어민들 대상으로 배 건축, 수리를 하고 있는데, 한일, 한중 어업형정 체결 이후 어민들의 수입이 너무나 줄어들었다. 바다 범위가 줄어드니 어획량도 적어지게 되고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어부들 수입이 좋아야 한 번 수리해야 될 것 두 번 하게 되고, 새 배도 필요하게 되고 하는 것인데."라며 어려운 현실에 대해 한 목소리로 토로했다.

그리고 "정부는 구조조정 이다 뭐다해서 매년 소형어선을 감축 시키고 있다. 그렇게 국내 소형어선의 숫자는 계속 줄어드는데 우리 조선소 숫자는 너무 많다. 정부 당국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조선소도 감축 또는 합병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서 경쟁력있는 중소형 조선소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렇게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으로는 결국 서로가 죽을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실제, 배 1척 수리에 7~8만원 받을 때도 있고, 어쩔 땐 1주일에 1대도 배를 올리지 못할 때도 있다고 한다.

"어쩔 땐 아내한테 1달 생계비도 가져다 주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땐 가족들에게 너무도 미안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어떡해서든지 내가 못벌어도 우리 직원들 월급만은 보장해주려고 무진장 애를 쓰고 있다"고 하는 이대표.

그의 말대로 그는 자신이 아무리 힘들다고해도 남한테 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정직하게 땀흘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두 공동대표는 현장 출신일군들답게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뜨거운 뙤약볕 아래 배 수리를 위해 못질 한 번, 용접 한 번이라도 더 해서 이렇게 힘든 가운데서도 조양조선소를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기술력과 최고의 서비스로 화답하고 있었다.

"물 위에 떠있는 모든 선박들에 대한 수리는 100% 자신한다. 나의 30년 조선업 인생, 최고의 기술력과 장비, 시설을 갖추고 있다. 어느 조선소와도 기술력으로 승부한다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훌륭한 기술력과 장비, 시설 등을 갖추었지만 중소형 조선소이다보니 막강 자본력을 지닌 대중형 조선소와의 경쟁력에서는 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 대한민국 조선업의 단면이다.

정부 또는 지자체 차원에서 세계 1위의 조선업이라는 밝은 빛만을 조명할 것이 아니라 실제 어둠 속에 파묻혀 힘이 들지만 묵묵히 세계 1위의 조선업이라는 거름이 되고 있는 조양조선소와 같은 중소형 조선소들에 더욱 시선과 주목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하루빨리 한평생을 조선업에 종사해온 조양조선소 김광웅, 이상민 공동대표들이 자신들이 흘린 땀의 댓가를 정당하고 공평하게 보장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시사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시사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조양조선소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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