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캠프 "정부의 야당후보 공약 검증 가능"

유승민 의원 발언에 이명박 캠프 '발끈'

등록 2007.06.22 12:25수정 2007.06.2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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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근혜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측근인 유승민·이혜훈 의원은 5월 3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반도 대운하' 등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의 정책 공약에 대해 비판한뒤 공개토론을 요구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측근인 유승민·이혜훈 의원은 5월 3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반도 대운하' 등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의 정책 공약에 대해 비판한뒤 공개토론을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부와 한나라당 이명박 캠프가 건설교통부의 '대운하 보고서' 작성·유출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박근혜 캠프에서 정부의 '공약 검증'을 옹호하는 뉘앙스의 의견들이 나왔다.

한나라당 '빅2'사이에 또 하나의 대립점이 생긴 셈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교통연구원이 박 후보의 핵심공약인 열차페리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박근혜 캠프의 유승민 의원은 22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인천시와 경기도, 중국이 열차페리를 하고 싶어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기관이 타당성 조사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정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보고서를 작성했더라도 보고서 내용의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따지면 되는 문제다. 뭐가 잘못됐고 잘됐는지를 그냥 이성적으로 따지면 되는 거지 지금처럼 정치적 공방으로 몰아가는 건 오히려 의도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이명박 후보가 대운하보고서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렇게 비판했다.

"이명박은 대운하보고서 작성 비판할 자격 없다"

"이명박 후보가 어제(21일) '공직에 있으면서 국가의 녹을 받으면서 운하 보고서를 작성하면 안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경부운하 보고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없다."


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대운하 보고서처럼) 열차페리에 대해 부정적인 연구결과를 내놓으면 BC비율(비용대비편익 비율) 등 근거가 있을 것 아니냐? 그런 게 나오면 캠프 차원에서 반론을 제기하고 논쟁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기관의 정책 연구는 지극히 정상적인 활동이지만, 대통령이 특정 대선주자의 정책을 공격하고 흠집 내려는 생각을 가진다면 (청와대의) '주문제작형 보고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김재원 대변인)며 정부기관이 '공약 검증'에 개입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도 없지 않지만, 캠프 내에서는 유 의원에 공감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같은 캠프의 최경환 상황실장은 "(정부 기관이)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고 말했고, 이정현 언론특보도 "정부기관이 야당 후보를 뒷조사하고 이미지를 왜곡하는 등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공약에 대해 전문기관이 무리하지 않은 범위에서 검토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냐"고 말했다.

박근혜 캠프의 이 같은 반응은 "이명박 캠프가 대운하의 타당성 논쟁을 피하고 건교부의 보고서 작성·유출 경위만을 물고 늘어진다"는 비판적인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이명박 캠프가 후보 검증을 비켜가기 위해 노무현 정부와의 대립 구도로 무리하게 몰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2등 주자 박근혜의 안이한 정국 인식"

한편으로는, 박 후보의 핵심공약이 이 후보의 대운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의 '열차페리' 논쟁이 나쁠 게 없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그러나 이명박 캠프에서는 "2등 주자의 안이한 정국 인식"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명박 캠프의 미디어홍보본부장을 맡은 차명진 의원은 "유승민 의원 정도라면 정부 기관의 연구 자체가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을 텐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2등주자가 공격을 덜 당하고 있으니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차 의원은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검토하려면 이해찬 전 총리의 남북운하나 홍준표 의원의 경부고속도로 복선화에 대해서도 해야 하는데, 굳이 이 후보의 대운하 공약만 검토하고 결과를 공개한 것은 정권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캠프에서도 "열차페리든 대운하든 정부 연구기관이 순수한 목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나무랄 수 없지만, 정부가 정치적 의도의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해 세인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것은 분명하다"(진수희 대변인), "정부와 여권 관계자들이 이미 대운하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마당에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낸 것 자체가 정치공작"(장광근 대변인)이라는 따가운 반응이 나왔다.
#이명박 #박근혜 #대운하보고서 #유승민 #열차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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