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밖에 난 몰라~ 사랑 놀음에 빠진 에어티시 가족들!

리얼리티의 부재와 색다른 소재 매몰 <에어시티>

등록 2007.06.24 11:33수정 2007.06.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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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은 스타들의 브라운관 귀환이 새로운 화두가 되었다. 속속 TV드라마에 컴백한 스타들. 많은 주목 속에 방송했지만 결국 작품의 저조한 시청률과 함께 스타는 흥행수표가 아닌 '부도수표'라는 공식이 새로 성립되고 있다.

그 가운데 또 다른 작품이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드라마를 컴백한 이정재와 한류 스타 최지우의 만남으로 많은 화제가 된 <에어시티>가 그러하다. 그것도 이 드라마는 준비기간만 수년이 걸렸으며,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려져 철저한 준비를 마친 드라마로, 제작비 60억 원과 일본 홍콩 등 한류를 겨냥한 드라마로 방송되기 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한 전문직 드라마 붐을 타며 인천국제공항이라는 배경으로 벌어지는 국정원의 이야기여서 어느 때보다 신선한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방송이 되자 반응은 그다지 뜨겁지 않다. 저조한 시청률을 그렇다 하더라도 마니아층조차 형성되지 않아 안팎으로 자시 한 번 스타의 흥행수표가 부도날 위기에 처해 있다.

새로운 소재, 더 이상의 진전은 없어!

사실 <에어시티>는 준비기간 만큼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인 흔적은 곳곳에서 보인다.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공항을 주 무대로 국정원이라는 낯설고도 먼 직업을 가진 주인공들의 활약상을 그리고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만들었고, 그것은 화면에서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저 비행기가 이륙하는 공항의 모습을 구석구석 카메라로 담고, 주인공들의 모습도 화려하고 멋지다. 화면이나, 카메라 앵글을 잡는 구도도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더욱이 국정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그들에게는 수많은 사건이 따라다닌다. 그리고 공항이라는 특수적인 배경도 드라마 속에서 많은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한몫을 한다.

그래서 <에어시티>엔 수많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등장한다. 가령 여권 위조, 마약밀매, 북한 관련 소재 등이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대변해 준다. 사실 이전까지 그러한 소개들은 영화에서나 곧잘 등장하던 것으로 불륜, 로맨스 드라마가 일색인 한국 드라마 현실에서 다루어진다는 자체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그리고 그러한 소스들을 치밀하게 사전 조사를 더해 리얼리티를 보여주고자 한 제작진의 공로도 높이 살만 하다.

헌데 그러한 소재들이 전면에서 나서서 극을 이끌어감에 있어 힘이 부족하다. 그것은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는 있지만 흥미진진한 소재를 보여주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즉, 사건이 주요 전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낭만적으로 진행이 되다보니, 역동적인 화면은 있는데, 그 역동성을 이끌어 갈 주인공들의 활약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주인공들의 활약상의 부재로 결국 극은 지지부진한 전개만 남아 있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에어시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스로 너무나 준비를 오래하다 보니 자신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곳곳에 공항과 국정원이라는 소재는 다양한 사건들을 보여주고 흥미진진한 소재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드라마에서는 그러한 흥미진진한 요소들을 간간이 보여주고는 있다. 이를 테면 누군가 공항에서 자살기도를 해 비상이 걸린다든가, 공항 시스템에 에러가 생겨 혼란이 온다던가 하는 장면들이 등장해 긴박함을 자아낸다. 하지만 역시나 거기까지만 보여주고 진전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소재는 더 이상에 진전을 하지 못하고 매몰되어 버린다.

우리에겐 갈등이란 존재하지 않아!

그런데 이렇게 소재가 빛을 보지 못하는 데는 스스로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작가가 추구하는 일과 사랑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은 욕심과 주인공들의 현실적이지 않는 캐릭터들 때문이다.

이선희 작가는 <에어시티>의 전작들에서 일과 사랑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미묘하게 그려내 인기를 얻어왔다. <모델>은 젊은 주인공들이 꿈을 향해 가는 그 길에 사랑이 놓여 갈등을 유발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이처럼 <에어시티>에서도 이선희 작가는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하면서도 과감하게 일과 사랑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과 사랑을 동시에 보여주고는 있지만 크고 작은 사건들이 사랑에 밀리는 형국으로 그저 사랑 놀음에 빠져 허우적대는 주인공들의 모습만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지 사건들이 발생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사랑의 힘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가령 한도경(최지우)을 사랑하게 되는 공항 근무 국정원 요원 김지성(이정재)은 직무정지 기간에도 홍콩으로 마약범을 찾아 떠나고, 한도경을 사랑하는 또 다른 공항 운영팀의 강하준(이진욱)은 갑자기 휴가를 낸다. 그리고 수사기관에 근무한 경력도 없는 그가 홍콩에 마약범을 검거하러 나선다.

즉, 이 모든 것이 사랑 때문에 이루어진다. 더욱이 강하준이란 인물은 그 배후에 한도경이 없었다면 홍콩으로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사랑의 힘'이 대단하다지만 그러한 무모한 도전을 시청자들은 원하지 않는다.

<에어시티>는 <히트>의 성공을 선례로 삼아야 한다. 드라마에서 멜로가 삽입되기는 했지만 진한 동료애와 경찰관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일상의 힘든 점을 보여준 것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결국 시청자가 <에어시티>에서 원하는 것은 낯선 직업을 가진 이들과 얽힌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에어시티>의 주인공들은 사랑에 올인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그들에게는 갈등이란 것이 존재할 수 없다. 무조건 지르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마약범으로 몰려도 좌절하지 않고, 사표도 쉽게 써서 내버린다. 언뜻 보면 이들의 불굴의 의지는 멋져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의 화보를 보고자 국정원이라는 직업을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여타의 드라마 속에서 이미 보여주었다. 따라서 이 갈등 없는 인물들은 성장할 수가 없다. 일과 사랑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직접 해결해 나가며 조금씩 성장해야 할 주인공들이 없기 때문에 무엇 하나 대리만족할 수가 없고, 그것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실망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물론 아직 중반이기에 충분히 리얼리티를 살려 반전을 시도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신선한 소재도 어떻게 버무리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일에 집중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큰 욕심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에어시티 #드라마 #이정재 #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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