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저공원 정문최종명
잉저공원 정문까지 천천히 걸었다.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나오는 작은 폭포가 시원하다. 타이위엔에서 점심시간 때에 맞춰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다시 배낭을 메고 기차를 타야 한다.
오후 4시 40분 타이위엔을 출발해 스쟈좡과 타이산(泰山)을 거쳐 상하이(上海)까지 가는 터콰이(特快) 기차를 탔다. 주말이라 타이산 가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발 하나 걸칠 틈도 없다. 앞뒤로 배낭을 메고 좁은 기차 입구를 밀고 들어가니 정말 인산인해다. 잉줘(硬座) 7호차 6번 좌석.
우줘(无座) 표를 끊고 탄 사람들이 엄청 많다. 6번 좌석 바로 뒤는 짠퍄오(站票)를 끊는 곳이다. 사람들이 줄 서서 남은 좌석표를 미리 선점하려고 시끄럽게 소리 치며 서 있으니 입구가 꽉 막힌 것이다. 게다가 문 입구이고 짠퍄오 앞이라 다섯 명이 앉는 좌석 통로 쪽에 앉아 배낭 하나를 아래에 놓고 하나는 들고 앉고 보니 정말 꼼짝달싹 하기 힘들 정도다.
기차가 출발하자 안내 방송이 나오더니 음악이 나온다. 옆 창문 측 자리에 앉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갑자기 노래를 따라 부른다. 가방을 끌어 앉고 잠이나 자자. 옆에 바짝 붙어서 아니 차라리 기대 서 있던 50대 후반 노인이 묻는다. 어디까지 가냐고. 스쟈좡까지 간다고 하니 더 찰싹 달라붙는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위츠(愈次)에서 잠시 정차하더니 이내 다시 출발이다. 잠이 다시 살짝 오려는데 갑자기 안쪽 사람이 일어나더니 위에서 가방을 꺼내고 그 속에서 바나나와 빵을 느릿느릿 꺼내 상 위에 내려 놓는다. 그러더니 자기 윗옷까지 벗어서 걸더니 태연스럽게 일어난다. 알고 보니 우줘(无座) 표를 끊어 앉았던 것이고 내가 졸아서 몰랐지만 오른편에 한 아가씨가 자기 자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다시 자자.
다시 1시간 가량 지났을까. 양취엔(阳泉)이다. 그 아가씨가 내린다. 빈자리가 생기자 어떤 사람 하나가 재빨리 앉는다. 5분 후 원래 앉았던 사람이 다시 나타나더니 자리를 비키라고 한다. 자기도 우줘이면서. 바나나, 빵, 옷이 다 자기 것이라며. 그는 양취엔에서 아무도 앉지 않은 걸 확인하고 자기 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그러더니 다리를 마구 떨고 팔도 최대한 벌려 엎드리더니 잠을 자기 시작이다.
품성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사람과 같이 앉아있으니 영 기분이 찜찜하다. 이제 통로가 좀 한가하다.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잠시 내 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너 스쟈좡 내리지. 내리면 내가 앉을게' 그런다. 주위 사람들 다 들으라는 메시지이다.
7시가 넘기 시작하자 일제히 사람들이 컵라면을 먹기 시작이다. 중국 기차에는 뜨거운 물이 늘 있다. 문제는 내 머리 바로 뒤에 짠퍄오타이(站票台)에 올려놓고 컵라면을 먹는 사람이다. 차가 급정거라도 하면 그대로 쏟아질 판이다. 에구 제발 조용히 빨리 먹어라.
컵라면을 먹느라 시끄럽더니 이제는 술판이다. 앞자리 옆자리에서 담배도 피기 시작이다. 정말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지 못한 게 안타까울 정도로 가관이다. 중국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능한 한 장거리 기차를 타면 좋지 않다.
특히 잉줘는 아이들이 있든 없든 상관 없이 금연임에도 담배를 피니 말이다. 각 차량에 타는 복무원들도 장거리 기차에서는 통제를 잘 하지 않는다. 나도 담배를 피지만 정말 2시간 가량 참느라 정신이 몽롱했다.
스쟈좡에 거의 10시가 되어 도착했다. 내린 곳은 스쟈좡 베이짠(北站)이다. 다시 택시를 타고 스쟈좡 역으로 가서 호텔을 찾았다. 숙박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다음날 이동이 유리한 곳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