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렇지... 재협상도 결국 미국안 대로

[분석] 미국 요구 수정사항 사실상 수용할듯

등록 2007.06.26 19:25수정 2007.06.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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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렇게 불리할 것이 없다고 본다. 다만 빈손으로 그냥 돌아오겠는가. 그쪽에서 먼저 다시 (협상을) 하자고 했는데… 기다려봐 달라."

26일 정부 한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둘러싼 논란이 가시질 않고 있는 가운데, 그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우리가) 미국쪽 요구를 들어주면, 그쪽도 뭔가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끌려다니고 있지 않나'라고 묻자, "협상은 당사자가 있는 것이고, 이해당사자로서 우리쪽에서도 이익이 될수 있기 때문에 (협상에)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달 30일에 협정문 서명식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면서 "서명식때 추가내용이 반영될지 여부는 미국이 우리쪽 카드를 받을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쪽 대응 카드에 대해선 "기다려 봐 달라"며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노동-환경 등 7개분야 미 요구 사실상 수용할듯

a 한미FTA 2차 재협상을 위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급히 미국으로 건너갔다. 사진은 지난 4월1일 한미FTA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호텔로 들어오고 있는 김 본부장의 모습.

한미FTA 2차 재협상을 위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급히 미국으로 건너갔다. 사진은 지난 4월1일 한미FTA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호텔로 들어오고 있는 김 본부장의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FTA 2차 재협상이 미국 워싱턴에서 25일 오후(현지시각) 열렸다.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지난 22일 1차 재협상이 끝난지 3일만이다. 주말이 끼었던 점을 감안하면 재협상이 연이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그동안 내세웠던 '시간을 갖고 차분히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은 온데 간데 없었다. 따라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로 시작된 재협상도 미국의 통상법 일정에 쫓기면서 졸속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미국쪽에서 노동과 환경 등 7개분야에 걸쳐 요구한 수정 사항을 사실상 수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적인 협상'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는 26일치 신문에서 정부쪽 인사의 말을 인용해, 미국쪽 제안 내용을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측이 제안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기존 협상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안을 수용해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추가협의 결과에 따라서 그 결과가 기존 협정의 큰 틀을 깨지 않는다면 거기(기존 협정문)에 포함시키든 부속문항을 갖다 붙이든 할 수 있으면 수용하는 형식으로 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쪽 제안이 그리 간단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쪽 요구대로라면, 노동과 환경 분야에선 협정 위반시 무역보복 등이 가능한 쪽으로 협정문을 수정해야 한다. 국내 노사관련 제도 역시 크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

김현종의 극비출국, 미국 요구 수용 대가는?

의약품과 필수적 안보, 정부조달, 항만안전, 투자 등 나머지도 미국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일방적 요구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는 "노동과 환경 뿐 아니라 의약품이나 투자 등의 요구 내용들도 철저히 미국쪽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면서 "10개월만에 졸속으로 끝낸 본협상 내용도 문제인데, 5일만에 재협상을 끝내는 것은 '미국쪽 일방적 요구를 받아쓰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추가 협의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면서 "미국쪽 주장에 대한 받아쓰기라는 주장은 너무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쪽 요구에 대해 관계부처에서 충분한 검토를 했으며, 김 본부장이 나름대로의 대안을 가지고 추가협의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대안'에 대해선 언급을 꺼렸다.

외교통상부 안팎에선 우리쪽 대응 카드로 전문직 비자쿼터를 좀더 늘리는 방안과 개성공단의 한국산 인정 문제에 대해 협정문에 좀더 명확히 하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미FTA 2차 재협상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로 시작된 재협상도 미국의 통상법 일정에 쫓기면서 졸속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 지난 4월 한미FTA 전면무효화를 요구하는 총궐기 선포대회가 서울 대학로에서 열렸다.

지난 4월 한미FTA 전면무효화를 요구하는 총궐기 선포대회가 서울 대학로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제협상에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 전례가 있나"

하지만 전문직 비자쿼터 문제는 이미 한미FTA 협상에서 우리가 받기로 한 부분이고, 개성공단 문제는 미 의회의 반발이 거세 낙관하기 이르다.

이 교수는 "전문직 비자쿼터는 재협상과 상관없이 우리가 받기로 한 것이고,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명확히 하는 것은 당연한 요구"라며 "이것도 미국이 받을지 모르겠지만, 얻는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마치 우리가 큰것이라도 얻은 것처럼 이야기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적 협상 과정에서 한 나라의 일방적인 일정에 따라 이렇게 끌려다니기식으로 진행된 전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마디로 '굴욕적'이라는 말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7일 재협상이 끝나는대로, 28일이나 29일께 임시 국무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한미FTA 협정문이 상정되고, 의결을 거친 다음에 대통령의 결재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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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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