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강남지교' 누가 부추기나

[아줌마, TV를 말하다 15] SBS 새 월화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

등록 2007.06.27 01:38수정 2007.06.27 18:20
0
원고료로 응원
<강남엄마 따라잡기>의 세 주인공 김성은,유준상,하희라
<강남엄마 따라잡기>의 세 주인공 김성은,유준상,하희라SBS
화제의 드라마 SBS <내남자의 여자>의 후속작 <강남엄마 따라잡기>가 지난 25일 첫 방송부터 해당 게시판을 후끈 달구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진우)과 함께 살고 있는 현민주(하희라분). 낮에는 식당일로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고단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도 전교1등을 놓치지 않는 아들 덕에 삶의 고단함을 모르고 지낸 열혈 강북엄마다.

이런 열혈엄마가 친구에게 보증금을 꾸고 무리한 월세를 내가면서도 강남행을 감행한다. 명문대 영어경시대회에서 만난 친구, 원조강남엄마인 윤수미(임성민분)의 강남엄마식 자녀교육법에 크게 자극을 받은 탓이다.

"아빠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이 일류대를 보낸다는 말도 못 들어 봤니?"
"강북에 살면서, 학원 한번 안보내면서 어떻게 특목고를 보내겠다고…"

돈은 많아 학원이다, 과외다 돈으로 아들의 뒷바라지를 대신하던 이미경(정선경)도 친구 따라 강남행을 택하는 강북엄마다. "실력보다는 간판, 돈보다는 먹물이야"를 외치는 그녀는 친구가 가니 나도 간다는 부화뇌동형으로 '촌지'면 뭐든 가능하다고 여기는 촌지만능주의자다.

"강북에 사는 너희는 아무리 노력해봐야 강남아이들을 이길 수 없어. 강남에 이사를 온다고 해도 애초의 출신성분이 강남이 아니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거야. 돈 있다고 강남엄마 되는 것도 아니거든."

강남우월주의 부추길라


<강남엄마 따라잡기>등장인물들
<강남엄마 따라잡기>등장인물들SBS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대한민국 교육의 가장 커다란 문제인 사교육과 촌지, 교육의 지역적 불균형 등을 가볍게 꼬집어보는 블랙코미디로 방송에서는 거의 최초로 시도되는 교육현장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소년 성장드라마인 KBS <반올림>이나 <최강! 울엄마>에서 지루하게나마 조금씩 다루어지던 교육문제가 드라마의 전면에서 큰 주제로 등장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2회 방송을 마친 지금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렇게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비록 드라마지만 잘못된 교육현실을 비판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 보다는 일부지역(강북) 학부모와 학생을 비하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강남우월주의를 부추길 우려마저 있다는 시선이 바로 그것이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의 별난 교육특구로 불리는 강남. 강남이 교육특구로 불려지기까지 수많은 강남엄마들의 돈 냄새 나는(?) 노력이 뒷받침 되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한때 강남엄마들은 우리교육이 가지고 있는 병폐의 온상으로 지목되기도 했으며 강남엄마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리 곱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강남엄마들이 진화했다. 스스로를 교육컨설턴트니 교육매니저니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시키는 것은 물론, 자녀를 소위 일류대에 진학시킨 잘나가는 몇몇 강남엄마가 출판이다, 강연이다 유명세를 타면서 다른 강남엄마의 이미지도 함께 업그레이드됐다.

'맹모강남지교' 돼버린 교육 현실

교육에 성공했다는 몇몇 강남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너도 나도 강남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사교육과 일류대 진학에 '올인'해야 만 할 것 같다. 맹모삼천지교가 아닌 맹모강남지교를 외치며 자식교육을 위해서라면 물불가리지 않고 이 한 몸 다 바쳐 희생을 감수해도 모자랄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 세대의 강남엄마는 숭고한 모성의 대표로 누구나 따라가야 할 성공한 엄마의 역할 모델일까?

아마도 이 질문은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가기>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싶다.

강남으로 이사를 가든, 사교육에 '올인'을 하든, 고액과외나 어학연수·조기유학에 수천만 원을 쏟아 붓든 '결국 일류대에만 진학을 하면 그만'이라는 강남엄마식 사고방식이 우리 교육을 병들게 하는 원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강남교육특구를 만들어 강남 집값을 높이고 있으며, 필요 없는 사교육 시장을 '팽창' 시키고, 가지지 못한 수많은 비강남권의 아이와 학부모에게 패배감을 안겨주는 것이 강남엄마식 교육일 수도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어쩌면 시청자들은 <강남엄마 따라잡기>가 아닌 '강남엄마 때려잡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김혜원 기자는 티뷰기자단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혜원 기자는 티뷰기자단입니다.
#강남엄마 #SBS #월화드라마 #하희라 #임성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치매 걸린 아버지 댁에 온 남자... 그가 밝힌 반전 정체 치매 걸린 아버지 댁에 온 남자... 그가 밝힌 반전 정체
  2. 2 한식에 빠진 미국 청년, 이걸 다 만들어봤다고? 한식에 빠진 미국 청년, 이걸 다 만들어봤다고?
  3. 3 경찰까지 출동한 대학가... '퇴진 국민투표' 제지에 밤샘농성 경찰까지 출동한 대학가... '퇴진 국민투표' 제지에 밤샘농성
  4. 4 민교협 "하나마나 기자회견... 윤 대통령, 정권 이양 준비하라" 민교협 "하나마나 기자회견... 윤 대통령, 정권 이양 준비하라"
  5. 5 김 여사 감싼 윤 대통령, 새벽 휴대폰 대리 답장 일화 공개 김 여사 감싼 윤 대통령, 새벽 휴대폰 대리 답장 일화 공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