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 표절은 국내에서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랴. 비슷한 문화권과 비슷한 사회 환경에선 비슷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기 때문에 베끼기 파문이 생기는 것일 뿐, '모방'의 수준을 넘어 '창조'의 단계에 근접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방송프로그램은 유독 일본에 의존하는 우리. 쇼프로그램의 95%가 플랫폼은 일본의 인기프로그램을 따왔다고 할 수 있다. 공개적으로 계약을 하거나, 약간 틀만 바꿔서 제작하든지 말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보는 우리들은 그냥 '재미'있기 때문에 봐주면 그만이다. 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 중인 일본 여성 준코의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준코가 다니는 한국외대의 강사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들었다는 것. 이로 인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고, 관련 기사가 속속들이 나타났다. 문제의 강사는 해직처리되었다.
문제 있는 강사를 일찍 처분하지 못한 학교 측에 문제도 있지만, 먼가 찜찜한 것은 방송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연자의 발언에 엄연히 문제가 있다는 것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그대로 전파되었다.
간접적으로나마 준코가 겪었던 부당한 대우를 해결하는 것으로 도움이 되었지만, 문제의 강사가 방송에 언급되면서 급하게 처분받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준코라는 일본 여성이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와, 이 일로 인해 입게 될 제 2차의 정신적 피해를 고려한 방송이었을까.
성희롱적 발언을 한 강사는 준코의 고소나 법적 대응으로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준코의 발언이 공개적으로 방송에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인지, 그리고 개인의 직접적인 법적 대응이 아닌 방송의 힘을 통한 간접적인 해결이라는 점에서 <미수다> 제작진이 옳은 내용을 내보냈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올라오는 관련 기사들은 한국외대 강사에게 집중되어 있다. 인터넷은 그의 신상을 찾기 위한 광폭한 공간이 되고, 웃고 즐기는 단순한 쇼프로그램은 때아닌 사회 고발 프로그램이 되어 버렸다. 혹시 준코의 착각으로 인해(그럴 가능성은 적어보이지만) 왜곡된 사실이 방송을 통해 방영되었을 수도 있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쇼프로그램의 막가파형태. 분명 잘못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미수다>를 저버리지 못한다. 어눌하지만 한국말과 한국 생활을 열심히, 즐겁게 이야기 하려는 외국 여성분들의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자극적 내용과 호기심만 유발하려는 제작진의 모습에서 <미수다> 홈페이지에 올린 제작 의도는 이미 달나라로 가버렸다. 단순한 농담 따먹기와 짝짓기, 춤추기가 난무하면서 출연 여성과 시간대만 다를 뿐이다.
<무릎팍 도사>의 엄홍길 산악인에 대한 감동적인 모습은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의 <무릎팍 도사>에서 벗어났고, 쇼프로그램도 이런 식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SBS의 <옛날 티비>라는 프로그램도 표절이 아닌 과거 방송의 모습을 재미있게 재현한 색다른 형태의 쇼프로그램이다. 조금만 생각하면 유익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많다. 한창 시끄러운 <미수다>와 대조를 이루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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