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황당 퍼포먼스' 이어 민망한 반박성명

[재반박] 낙동강 하구, 썩은 흙인지 갯벌인지 공동조사하자

등록 2007.06.28 10:31수정 2007.07.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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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서 낙동강 하구에 쌓인 뻘을 삽으로 뜨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명박 캠프는 지난 25일 필자의 '썩은 흙과 갯벌도 구별 못하는 이명박씨'(오마이뉴스, 24일) 기사에 대해 반박성명을 발표했다.

이 캠프는 성명을 통해 "환경운동연합은 하상퇴적물의 심각성을 과연 알고나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아쉽게도 성명은 기자실에서만 배포된 탓에, 확인이 늦었던 필자는 이제 서야 재반박을 하게 됐다.

그런데 필자는 이 후보 측의 성명을 받고, 몇 번이나 읽기를 반복해야 했다. 도대체 주장이 무엇인지,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를 알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또 정치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성명에 왜 이렇게 전문적인 단어들이 많은지도 의아했다. 마치 읽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떨어뜨리고, 기사 작성을 불가능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 후보측의 반박문을 몇번이나 읽어 봤으나...

사실 필자가 쓴 글의 쟁점은 세 가지였다. 첫째, 이 후보는 왜 낙동강 하구의 자연 상태 개흙(갯벌)을 썩은 흙이라고 과장했는가? 둘째, 부산 취수원은 이 후보가 방문한 지역으로부터 상류로 30km나 떨어져 있는데, 왜 오염이 심한 이 물을 부산시민들이 먹는 것처럼 발언했는가?

셋째, 수질개선에 별 효과가 없는 하상 준설을 왜 자꾸 주장하는가? 혹시 영남 시민들의 식수원에 대한 불안감에 편승해 경부운하를 홍보하고자 사실이 아닌 소재로, 엉뚱한 지역에서, 황당한 주장을 펼치려 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 후보 측의 답변은 이렇다.

"일반시민들의 경우에는 하상퇴적토의 색깔이 검은색이라는 점 때문에 갯벌로 오해할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전문적인 내용을 보도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기사의 작성은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위해한 환경 현황을 올바로 인식시키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도대체 무슨 말씀인가? 이 후보가 일반 사람이고 검은색을 갯벌로 오해했다는 뜻인가? 필자가 정보를 잘못 전달해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는 뜻인가?

좀 더 들어보자.

"적절한 오염정화의 역할을 수행하는 갯벌에서는 낙동강의 오염 퇴적토와 같은 악취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이미 낙동강 하구 퇴적토는 하수처리시설의 혐기성 소화조 슬러지와 같은 검은색을 띄고 있으며, 발생하는 악취도 비슷한 상황이다."

앞 문장과의 연결은 어색하지만 이 후보측은 아직도 낙동강 하구에서 삽에 떴던 흙이 오염퇴적토(썩은 흙)고, 이제는 혐기성 소화조 슬러지(하수처리장 찌꺼기) 냄새까지 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필자의 주장이 틀렸고 이 후보가 방문했던 지역은 수질오염 영향으로 흙이 썩고 악취가 진동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간단하지 않은가. 현장을 다시 방문하자. 그리고 일반 시민들도 동행하자. 썩은 흙인지 개흙인지는 냄새를 맡고 만져 보고 성분을 분석해 보면 금방 판단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필자가 거짓을 말한 것이라면 마땅히 책임을 지고 이 후보가 잘 못 안 것이라면 사과하면 되지 않겠는가?

두번째, '왜 부산시민들이 낙동강 하구 물을 먹는 것처럼 발언했는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 후보는 "만일 부산시민들이 이 속이 다 썩은 흙을 보면 놀랄 것이다, 이래서 낙동강 물을 식수로 믿고 못 마시는 것이다"고 했지 않았나? 상대의 핵심 주장에 답변을 피한 것은 무슨 의도인가? 필자는 이를 이 후보 측에서 이벤트의 부적절한 위치에 대해선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정체된 물이 문제인데 왜 강바닥에 삽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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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낙동강 하구를 찾아 퇴적층에 대해 살펴보았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세 번째, 하상 준설이 수질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선 답변이 대단히 길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미량으로도 생태계 및 인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중금속과 난분해성 유기오염물질이다. 이중 중금속은 별도로 준설하지 않는 한 절대 스스로 분해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염 기자는 과거 경제개발 시대에 배출된 중금속이 하천에서 이미 완전히 제거되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럼 누가 언제 준설을 했는가."

맞다. 중금속은 분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금속 제거를 위해 하상을 준설하는 사례가 전 세계를 뒤져 몇 건이나 있나? 게다가 500km를. 또 부산 시민들의 식수원인 물금취수장과 매리취수장은 이 후보가 들른 낙동강 하구보다도 30km나 상류에 있는데, 낙동강 하구를 파서 뭐가 좋아지나? 그리고 낙동강 하구 수질 오염의 핵심 원인이 하구둑으로 정체된 물 때문인데 둑 트자는 말은 않고 왜 강바닥에 삽질을 하나?

"유기물의 혐기성 분해, 태풍 등으로 퇴적물이 쓸려가 호기성 조건으로 변하는 등의 pH나 ORP(산화환원전위)가 변하면 흡착·침전된 중금속이 용출되어 지속적으로 수질을 악화시킨다. 그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하상 퇴적물입자로부터 탈착, 용해, 음이온의 치환, 가수분해 및 미생물의 활동 등에 의하여 하상 퇴적물 상부의 수층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대단히 복잡하다. 어쨌든 말대로 홍수가 나면 강 아래 깔린 퇴적물은 떠오른다. 하지만 중금속은 수돗물 정수시설에서 응집, 침전, 여과 과정을 거쳐 대부분 걸러 낸다. 낙동강 물이 기대만큼 깨끗하지 않아 불안하기는 하지만, 미미한 수질 개선 효과를 위해 준설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또 이 후보 측에서 주장하는 강변여과 방식 역시, 철·망간 등이 과다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황은 별로 나아질 것도 없다.

그리고 "이명박 후보가 언론 앞에서 하상퇴적토를 들어 보인 것은 국민의 건강을 심대히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도 앞뒤가 잘 안 맞는다. 현장에서 이 후보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중금속의 위험을 경고한 것'이 아니라 '유기물의 과잉에 따른 수질 오염과 토양 부패를 지적하기 위해 갯벌을 사용한 것'이었다. "수질오염 때문에 토양이 썩었다"며 시커먼 흙을 보여줬던 것이다.

또 "하상퇴적토가 국민의 건강을 심대히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사실은 매우 특이한 이 후보측의 사견일 뿐이다.

"난분해성 유기오염물질들도 중금속과 마찬가지로 하천 내의 자정작용에 의해서는 거의 분해가 이뤄지지 않는다. 퍼클로레이트(ClO4, 과염소산염)는 갑상선 호르몬 대사 장애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낙동강 중상류에 위치한 대규모 산업단지 등에 의해 퍼클로레이트와 같이 알려지지 않은 다수의 유기화합물이 낙동강 수계에 존재할 수 있다는…. 이 밖에도 낙동강을 포함한 4대강 수계에서 인체 및 동물용 항생제 등의 의약품이 검출된 사례를 비롯하여 낙동강 유역에서는 크고 작은 수질오염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되어 왔다."

그렇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이 후보보다도 훨씬 많이 걱정해 왔고, 대책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그 동안 경부운하에만 전념하던 이 후보 측이 수질 개선에 도움이 안 되는 방법을 들고 와 환경단체랑 같은 자리에 앉으려는 것은 부당하고 불순하다. 더구나 운하는 물이 고여있어 수질 악화가 불가피한데, 이런 사실은 감춘 채 하상준설 효과를 과장하는 것도 논란을 호도하는 것이다.

더구나 퍼클로레이드와 항생제 등은 물에 녹아서 존재하기 때문에 이 후보가 하상퇴적물을 걷어 내봐야 아무런 효과가 없다. 따라서 이 후보가 진심으로 이들 물질이 걱정한다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이나 가정에 대한 관리 계획을 내놨어야 한다.

"본질을 외면한 채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낙동강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유입된 오염물질로 인해 이미 과부하가 걸린 상태이며 하상 퇴적토에는 여러 가지 유해오염물질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낙동강 '황당 퍼포먼스'에 이어 보기 민망한 반박 성명

옳다. 낙동강엔 과부하가 걸려있다. 하상퇴적토에 유해오염물질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해법이 뭔가? 기껏 운하를 만들어 물을 모아놓는단 말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농촌지역 주민 450만명은 수돗물 공급을 받지 못하고, 최소한의 수질관리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방치되고 있는데 낙동강 준설이 더 급하단 말인가?

우리나라에서 강변여과수 방식이 들어온 게 겨우 2~3년 됐고, 이용량도 0.5%(10만톤/2043만톤) 수준인데, 이런 시범적인 사업을 4년 내에 전국에 도입하자는 게 정상적인가?

필자는 이 후보 측에서 낙동강 식수원 개선에 정말 관심이 있다면, 구미·대구의 산업단지들, 그리고 생활하수에 대한 진지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본다. 또 낙동강 중 상류의 농축산업의 환경 부하를 줄이기 위한 지원과 투자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수질오염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아니 심각한 수질 악화를 가져올 경부운하를 가지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곤란하다.

필자는 이명박 후보의 낙동강 퍼포먼스도 황당하지만, 이 후보 측의 반박자료도 보기가 민망하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피한 채, 비틀고 꺾고 복잡하게 이어 놓은 성명이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바른 국어가 사용되지 않아 이해가 어렵다.

따라서 이해를 다 못하고, 글쓰기의 의욕까지 잃은 필자의 반박은 반쪽짜리에 불과하게 됐다. 독자들께서 이명박 캠프에서 발표한 반박 성명의 전문까지 함께 읽어보시고 현명한 심판을 내려주시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염형철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 처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염형철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 처장입니다.
#이명박 #대운하 #낙동강 #강변여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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