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 총리 취임을 보도한 BBC 뉴스. BBC
'임기응변의 달인' 블레어, '뚝심맨' 브라운
고든 브라운의 이런 인내심과 우수한 업무 처리 능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의 과거로 잠깐 돌아가 보자.
1951년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장로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브라운은 어린 시절 럭비를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럭비 경기 중에 부딪혀 망막을 다쳐 한쪽 눈을 실명했다. 그 후 브라운은 불과 16살의 나이에 명문 에든버러대학 역사학과에 입학했다. 입학 후 탁월한 학업 성적을 기록한 고든 브라운은 박사학위를 취득해 대학 강단에 섰다.
그러나 운명은 브라운을 결국 정치로 향하게 했다. 1970년대에 스코틀랜드 노동당에서 활동을 시작한 브라운은 1983년 영국 의회에 입성했다.
그해에 토니 블레어도 같이 입성했다. 그들은 그때부터 친구가 됐고, 동시에 그때부터 영원한 라이벌이 됐다.
라이벌이지만 두 사람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 블레어가 화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언론 플레이를 능수능란하게 하는 반면, 브라운은 언론 노출을 즐기지 않으며 비교적 과묵한 편이다.
영국 언론들은 "블레어가 대중에게 아주 사교적이라면, 브라운은 자기 참모들이나 잘 아는 사람에게는 친근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수줍어하고 덜 사교적인 스타일"이라고 지적한다.
브라운은 일을 매우 열심히 하며 결정을 내릴 때는 너무나도 냉정해서 '무자비한 스탈린주의자', '자폐증 환자'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두 사람의 분위기에서 느낄 수 있듯이 블레어가 아주 영리한 여우같이 전략과 임기응변에 뛰어난 사람이라면, 브라운은 곰같이 뚝심 있고 치밀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관전 포인트는 이라크 정책... '푸들'에서 벗어날까
블레어의 지나친 언론플레이에 싫증난 사람들에게 브라운의 중량감 있는 리더십이 오히려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반면 둔감함은 브라운이 어떻게든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결국 영국 사람들은 정책으로 브라운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화두는 역시 이라크전을 둘러싼 대미관계다. 과연 브라운이 대외정책에서 얼마나 블레어와 차별화를 시도, 성공하느냐에 따라 지지도가 상당 부분 결정될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교육과 의료 등 대내 정책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지만, 블레어와 10년 동안 함께 일한 브라운에게 대내 정책에서 커다란 차별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물론 브라운은 좌파를 끌어안기 위해 빈부격차 등 사회정의적인 문제들에 대해 재빠르게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에는 브라운이 얼마나 미국과 선을 긋고 '부시의 푸들'이라는 블레어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가 초점이다. 브라운은 "이라크 침공이 실수는 아니다"라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단행한 내각 인사 내용을 보면 브라운의 정책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차세대 신예 리더로 꼽히면서 이라크 전쟁을 명확하게 반대해온 데이빗 밀리반드 전 환경부 장관을 외교부 장관에 입각시키는 등 브라운은 미국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주요 외교 라인에 전격 배치했다.
브라운은 국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블레어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미국의 힘을 거스르기보다는 이를 철저히 자국의 이익과 연결, 이용하려는 사람이다. 그런 브라운이 미국을 향해 쓴 소리를 하면서 세계 평화와 정의를 위해 올바른 목소리를 낼 것인가? 이것이 자기 지지도의 '핵심 열쇠'라는 사실을 브라운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상승하는 지지율... 거품일까?
브라운이 총리로 내정된 후, 보수당에게 계속 밀리던 노동당이 브라운의 취임 후광을 입고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을 앞서기 시작했다.
채널5는 브라운이 취임한 날, 거리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무작위로 직접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브라운 46%, 보수당의 캐머런 40%로 브라운이 승리한다고 보도했다. 영국 국민들이 데이빗 캐머런 보수당수보다는 브라운의 경험과 중량감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거품은 언제든지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취임 초기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이 지난 후에야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데이빗 캐머런 보수당수는 이미 차기 총리 선거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브라운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간은 최대 2년이다. 그 후엔 캐머런과 진검승부를 벌어야 한다.
취임 일성으로 "변화 욕구는 구시대의 정치로는 충족될 수 없다"고 밝힌 고든 브라운. 10년 동안 애타게 기다리고 준비한 브라운이 과연 어떤 새로운 정치를 펼칠지 궁금하다.
| | 고든 브라운 정부의 주요 예상 정책 | | | | ▲ 대외 정책
- 이라크 정책 일부 변경 - 대미 정책의 질적 변화 모색 - 친유럽 정책 예상 -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교육 등 지원 강화
▲ 경제 정책
- 시장주의 기조 유지 - 노조 약화 유도 지속 - 경쟁력 강화 등 세계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 의료 정책
- 우선적인 대내 정책 -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의료보험위원회 출범 - 대기시간 단축 등 NHS의 지속적인 변화 추진
▲ 교육 정책
- 가장 우선적으로 펼칠 대내 정책 - 교육 예산을 GDP의 10%로 증액 - 공교육의 획기적인 개선 추진
▲ 환경정책
-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 친환경도시 건설 - 원자력 에너지 적극 이용 | |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