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청의 모습.오마이뉴스 선대식
결국 정부와 지자체 간의 엇박자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
11년째 송파구청 재무과에서 행정사무보조로 일해 온 노진혜(가명·36)씨 역시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에 포함돼 있지 않다. 노씨는 계약이 끝나는 10월까지만 일할 수 있다.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노씨도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쫓겨나게 된다.
사실 노씨는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매년 자동적으로 갱신됐기 때문이다. 노씨는 "비정규직 법 때문에 돌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씨는 이어 "같이 일하는 정규직 공무원과 거의 같은 일을 한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따르면 상시적인 업무를 2년 이상 했던 노씨는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다. "내게는 왜 무기계약전환이 적용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노씨는 "밤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 한다"고 말했다.
송파구청 민원봉사과에서 일하는 임정재(52)씨는 29일이 마지막 근무날이었다. 2002년 1월 공공근로로 시작해 2003년 1월부터 일용직으로 일했다. 정규직 공무원과 함께였다. 점심시간에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바빴다. 하지만 임씨에게 돌아온 건 계약해지였다. 공공기관도 일반 기업과 다르지 않았다.
임씨는 노씨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계약서를 받지 못했다. 임씨는 "매해 1월, 6개월 계약을 맺고 1년을 일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 법이 시행되자 부랴부랴 계약이 만료됐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수정씨 역시 계약서가 이상하긴 마찬가지였다. 11개월 계약을 맺고 1달을 쉬었다. 박씨는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1개월 계약을 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엉망 계약서'는 서울시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다. 이해선 서울시 조직관리팀 팀장은 "몇몇 자치구에서는 인력을 잘못 써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주는 고통
정부와 지자체의 '헛발질'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인근 롯데호텔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남편과 살고 있는 박씨는 "착잡하다"고 짧게 대답했다. 다른 설명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남편의 월급만으로 2세 출산을 준비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 뒤는 차치하고라도.
임씨 역시 간암 투병하는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계약해지는 충격이었다. 이미 고등학생 딸은 학원 한번 보낸 적 없는 상황. 임씨는 "당장 하루를 어떻게 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씨 역시 "막막하다"고 짧게 말할 뿐이었다.
이들은 "공공기관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어 놓고 일자리를 뺏을 수 있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또한 "비정규직 법이 없었으면 (근무 조건이) 아쉽더라도 다녔을 텐데, 이 법 때문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스스로 비정규직 보호법이라 일컬었던 법 때문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과연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법이라는 자신들의 말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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