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성과 포용성이 없는 Pax Americana

로마에서 그 해답을 찾으라

등록 2007.06.30 16:58수정 2007.06.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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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x Americana'. 미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은 현재 존재하는 국가들 중에서 가장 힘이 강한 자타가 인정하는 초강대국이다. 동서냉전의 붕괴 이후, 소련이라는 적수가 사라지면서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그들의 손아귀에 넣고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런 미국의 지배에 의해 세계의 평화질서가 유지되는 상황을 고대 로마에 의해 세계의 평화질서가 유지되었다는 'Pax Romana'라는 용어에 빗대어서 'Pax Americana'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Pax Americana가 무너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을 공포로 몰아 넣은 9·11 테러이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미국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펜타곤), 의사당을 비롯한 주요 관청 건물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빌딩 등이 항공기와 폭탄을 동원한 테러공격을 동시다발적으로 받은 이 사건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테러세력이라는 신 세력의 등장을 경계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에 의해 평화가 유지되고 있는 'Pax Americana'에서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인가?

미국 일방주의, 그 결과

중동은 반미감정이 심한 곳이다. 미국이 자국 경제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태인들의 나라인 이스라엘을 보호하면서, 아랍민족주의를 비판하여 일방적으로 서구식 민주주의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이라는 환경에서 발생한 그들의 문화를 무시한 채 서구식 문화를 받아들이라고 압력을 넣는 미국 일방주의를 중동은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문화상대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이러한 태도의 결과가 잘 드러난 것이 바로 9·11테러이다.

얼핏 보기에는 테러분자들이 미국에 앙심을 품고 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의 이러한 행위가 중동국가들의 불만을 미국에 간접적으로 표출하였다고 봐야 하겠다.


9·11테러를 당한 미국은 이에 보복의 차원에서 오사마 빈라덴이 지시한 일이라고 규정, 그 배후지로 지목이 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였고, 그 해 12월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탈퇴 선언, 다음해인 2002년 1월 북한을 비롯한 이라크와 이란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하였다. 그 다음해인 2003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함으로써 자국민 보호와 세계평화에 이바지한다는 대외명분을 내세워 이라크전쟁을 감행하는 등 일방주의를 더욱 펼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행위로 인해 반미감정은 더욱 켜졌고, 반미를 내세우는 국가들이 미국 일방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면서 미국에 대항을 하고 있다. 중동이 하나로 뭉쳐 석유를 통한 견제를 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았으며, 반미세력의 대표주자인 중남미 국가들-쿠바, 베네수엘라, 멕시코, 브라질, 페루, 칠레, 볼리비아,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이 반미블록을 형성하는 등, 세계는 더이상 'Pax Americana'가 아니게 되어 버렸다.


이 모든 것이 다 미국이 자초한 행위의 결과이다. 스스로 판 무덤에 들어간 꼴이 되버린 것이다.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까나?

'Pax Americana'에 맞서는 세력들

지금 세계는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막으려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 세세하게 따지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크게 '아시아', '중동', '중남미' 세력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아시아' 세력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한 이후로 무섭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전문가들이 2050년쯤에 중국이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제1의 대국이 된다는 예측까지 내놓았을 정도로 중국의 세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금 중국은 '전방위외교'를 천명하면서 작년에는 아프리카 48개국의 정상들을 초대하였고, 인접 국가인 러시아·인도와의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하는 등 미국을 견제할 준비를 착실히 갖추어 가고 있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이 미국의 입장에선 장차 앞으로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거대한 땅에서 나오는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구소련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하는 러시아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또한 미국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동'세력들은 특별히 돋보이는 국가는 없다. 하지만 OPEC을 통해 석유라는 자원을 무기로 하는 '자원민족주의'를 강화하여 미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석유의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20년내로 고갈될 것이라 전망했지만, 과학의 발달로 인해 숨겨졌던 자원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중동국가들은 석유라는 자원을 무기로 하는 '자원민족주의'를 바탕으로 끈질기게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세력의 대표적인 국가는 쿠바와 베네수엘라이다. 쿠바는 과거 냉전시대 구소련이 미사일을 쿠바에 설치함으로서 전쟁이 일어날 뻔 하였던 쿠바 사태가 일어 났었고,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카스트로가 극좌(반미파)세력이기 때문에 반미감정이 심한 곳이다.

베네수엘라 또한 집권을 하고 있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카스트로와 마찬가지로 극좌세력이기 때문에 반미감정이 심한 곳이다.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중심인 반미세력들이 같은 문화권에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의 관계를 견고히 하여 중남미 대부분이 반미문화권으로 탈바꿈 하였다.

'Pax Americana'에 없는 개방성과 포용성

지금 현재의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밀고 나가는 일방주의적 노선을 취하고 있을 뿐, 개방성과 포용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특히 중동에 대한 미국의 개방성과 포용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중동이라는 지역을 석유확보를 위한 전략적 지역으로 인식 하고 있을 뿐, 그들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그들의 문화에 대해 인정을 하고 있지 않다.

중동지역에서 생기는 환경에서 비롯된 문화를 미국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다. 만약에 중동에서 미국을 바라본다면 그 또한 못마땅하게 여기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이는 미국이 문화상대주의를 배제한 채, 문화절대주의적 입장에서 중동의 문화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문화제일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즉 크리스트문화만이 유일한 문화이기 때문에 중동의 이슬람문화는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중동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곱게 보이겠는가? 오랫동안 뿌리박혀 있었던 자신들의 문화인 이슬람문화를 비판하는 미국이 곱게 보일 리가 있겠는가? 오랜 세월 이슬람문화 밑에서 살아왔던 중동에 크리스트문화를 억지로 주입시키려는 미국의 야망을 중동은 저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제 개방성과 포용성을 가지고 문화상대주의적 입장에서 중동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문화가 최고의 문화라는 허영심을 버려야 한다. 좋든 싫든 중동에는 그들만의 고유한 이슬람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Pax Americana'를 지속하고 싶다면 중동을 포함한 반미세력들에 대한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들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개방성과 포용성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로마에 그 해답이 있다. 로마와 미국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이라면 세계를 지배한 나라라는 것이고(그 당시 로마에서는 지중해 중심이 전 세계로 인식), 차이점이라면 로마에는 있고, 미국에는 없는 것, 개방성과 포용성이다. 개방성과 포용성의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겠다.

1. 혹시 에트루리아라는 국가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로마보다 먼저 이탈리아 반도에서 나라를 세운 민족으로 로마 문화로 알려졌었던 것들 중에 일부분이 에트루리아의 문화를 모방하여 발전을 시킨 것으로 밝혀져 큰 주목을 받았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소개를 해보자면,

로마 자(字)라고 알고 있었던 알파벳은 에트루리아인들이 그리스에서 배워서 그들식으로 고쳐 로마인들에게 전수하였다는 것, 그리스신화가 에트루리아인들을 통해 로마로 전해져 로마식으로 바뀌어서 로마신화가 탄생을 하게 되었다는 것,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본 이름+가운데 이름+성'으로 이름을 짓는 방법도 에트루리아인들이 먼저 사용을 하였다는 것, 격투기와 마차경주, 연극도 에트루리아 인들이 먼저 시작했다는 것, 로마 귀족들이 입던 토가 역시 에트루리아의 의상이였다는 것, 로마식 건축인 아치도 에트루리아 사람들이 로마 사람들에게 전수해주었다는 것 등이다.

나도 처음에는 몰랐으나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나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찬란한 고대 문화로 칭송을 받는 로마 문화의 일부가 개방성과 포용성을 가지고 에트루리아의 문화를 받아들여 그들만의 방식으로 고쳐서 생겨났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2. 로마의 시민이 되려면 시민권이 필요하다. 카이사르는 폼페이우스와의 전쟁 중에 비록 로마의 정복지이긴 하지만 자신을 믿고 따랐던 갈리아에 시민권을 부여하였고, 전쟁이 끝난 후에 게르만과 에스파냐에도 시민권을 부여하였다.

또한 카이사르는 전쟁을 치르는 동안 자신의 친위대에 갈리아인을 고용하였는데, 이는 카이사르가 그들의 충정을 믿고 맡겼기 때문이다. 칼리쿨라 황제에 와서는 제국에 속한 자유민 전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였는데, 로마의 시민으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는 로마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엿볼 수가 있다.

지금 미국은 개방성과 포용성이 없다. 아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고 턱없이 부족하다. 일방주의에 입각해 문화절대주의와 문화제일주의의 사고를 중시한 지금의 행위는 'Pax Americana'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평화질서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경고를 했던 것이 9·11테러가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본다.

당나귀를 길들이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 당근과 채찍이라고 한다. 전 세계를 상대하는 미국은 지금 채찍만 휘두르고 있다. 좋은 조련사가 되려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해야 하듯이 미국이 초강대국다운 영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당근이 쓰여야 할 곳에는 채찍 대신에 당근을 써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지금 미국에는 일방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서 개방성과 포용성을 가지고 전 세계를 바라보아야 할 것을 요구되고 있다.

로마인 이야기 1 (1판 1쇄)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1995


#개방성 #포용성 #로마 #미국 #문화상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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