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되면 이재오 중심 분당 가능성"

이명박 캠프의 공성진 의원 발언... 당내 파장 일 듯

등록 2007.07.01 17:36수정 2007.07.0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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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일 밤 9시 40분]

a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일 오전 북한산을 등반, 사모바위 정상에서 출입기자 등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일 오전 북한산을 등반, 사모바위 정상에서 출입기자 등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학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대선후보 쟁탈전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캠프는 검증 공방의 와중에 이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는 판단에 7월 한 달 동안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이명박 후보는 일단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박 캠프의 파상 공세를 언제까지 견딜지는 알 수 없다.

이명박 캠프의 공성진 의원은 박 후보의 경선 승리 시 수도권 의원들의 분당 가능성까지 언급해 당내 파장을 예고했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 퇴임 1주년을 맞은 1일 캠프 출입기자들과 북한산을 등반했다.

이 후보는 산행에 앞서 기자들에게 "한 달 동안 검증이라는 큰 파고가 있었고 앞으로도 한 달쯤 그 파고가 더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설사 그 일로 인해 다소 불리한 입장이 되더라도 우리는 검증 문제에서 무대응으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우리는 무대응으로 가지만, 기자 분들이 잘 좀 대응해서 잘 써주기를 이 자리를 빌어서 부탁드린다"는 농담을 덧붙였다.


이 후보는 목적지(사모바위)에 도착한 뒤 <논어>에 나오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한자성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근본이 서면 길은 자연히 열린다"는 뜻으로, 여야 정치권이 검증 문제로 자신을 괴롭혀도 국민들이 결국 자신의 가치를 알아볼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희태 "검사들이 검증위에 있는데 어디에다 난장판 만드나?"


이명박 캠프의 박희태 선대위원장도 "대검 중수부장 이하 검사 출신들이 검증위에 포진해있는데 어디에다 난장판을 만드느냐? 검증은 철저히 하되 김대업식 검증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박 위원장은 "김대업식 공격에 우리는 '간디식 무저항 무대응'으로 나가겠다"고 말했지만, 불편한 속내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실체가 없다고 보나?
"서로 파기 시작하면 끝이 안 난다. 그래서 우리는 얘기 안 하려는 거다. 본인도 아니고… 형이 어쩌고 처남이 어쩌고…. (갑자기 목소리 톤을 높이며) 서로 그렇게 한번 얘기해볼까? 그러면 안 되기 때문에 일체 대응을 안 하려는 것이다."

- 이 후보가 흠이 많다고 생각하니 지지율도 떨어진 것 아닌가?
"어려운 세상 살아오면서 먼지 좀 묻었겠지. 하지만 그 정도 먼지는 이 후보가 청와대에 들어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돈 한 푼 안 벌어보고 좋은 부모 만나서 호사스럽게 자랐다면 무슨 문제가 있었겠나?"

캠프의 물밑 기류도 이 후보의 '무대응'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한나라당이 대선후보가 확정 후에도 다시 하나로 힘을 합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캠프의 서울 지역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성진 의원에게 하산 길에 "만약 이명박이 아니라 박근혜가 후보가 돼도 당을 위해 열심히 선거운동을 뛰겠느냐"고 기자가 물었다. 공 의원은 "그런 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그런 일이 있다면 이재오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수도권 의원들이 분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성진 "박근혜 쪽 사람들과 화학적 결합 가능할까?"

a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나서면 당의 '영남당' 이미지가 고착돼 대선 승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뉘앙스였다. 공 의원의 말은 이어졌다.

"박근혜 캠프(의 곽성문 의원) 말대로 하면, 우리 캠프 사람들은 '장돌뱅이' 하수인들이 되는 것 아니냐? 그쪽 사람들과 (우리가) 화학적인 결합을 할 수 있겠나? 박 후보가 된 후의 사태는 끔찍하다. 저쪽은 어떻게든 TK만 잡으면 되니까 이명박이 후보가 되건 안 되건 화학적 결합을 강하게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 공 의원은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간 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당이 화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 화합을 저해하는 네거티브를 멈춰야 한다는 걸 강조한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의 산행을 함께한 A의원도 박 후보와 관련된 '메가톤급 악재'가 터질 가능성을 얘기했다.

A의원은 "정수장학회나 최태민 목사 건은 너무 오래전 일이라 약발이 안 먹힌다, 박 후보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사건이 하나 묻혀있다"고 말했다.

A의원은 "박 후보의 최근 정치행보와 관련 있는 사안이다, 그런 거 하지 않아도 우리가 이기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내가 직접 나서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한편 박근혜 캠프는 휴일에도 검증 공세를 이어갔다. 당 지도부가 양 캠프에 자제를 당부한 것과 상관없이 언론 보도를 근거로 한 문제 제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캠프의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을 맡은 유승민 의원은 시사주간지 <주간동아> 최신호 보도와 관련해 이 후보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주간동아>는 이 후보의 법정대리인 김백준씨가 미국 LA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근거로 "2001년 4월 18일과 8월 16일 LK이뱅크 대표이사와 이사로 각각 취임한 외국인들이 모두 '허위 인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유승민, 주간지 기사 근거로 '검찰 재수사' 촉구

이 후보와 회사 지분을 양분하고 있는 김경준이 이 후보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문서를 위조해 허위이사를 등재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이사를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선임하는 것을 몰랐을지는 의문이다.

2000년 2월 설립과 함께 만들어진 LK이뱅크의 정관은 이 후보의 이사회 의결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법 228조에 따르면, 공정증서에 등재된 이사가 허무인일 경우 5년 이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유 의원은 "김백준씨가 2004년 10월 29일 LK이뱅크 이사로 취임하기 22일 전 서울메트로 감사로 선임된 것이 임직원 겸직을 제한한 지방공기업법 61조 위반"이라는 주간지 보도에 대해서도 해명을 요구했다.

2000년 5월 LK이뱅크 대표이사(이명박)의 비서로 취직해 2002년 1월 김경준이 해외로 도피할 때까지 LK이뱅크와 BBK투자자문, 옵셔널벤처스의 업무를 함께 본 이모씨의 전력도 다시 논란이 됐다.

유 의원은 "자기 진술서에도 이씨가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나오는데 검찰이 왜 수사를 안 했는지 모르겠다"며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BBK 관계는 검찰 수사와 금감원 조사를 통해 이미 충분히 조사됐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럼에도 검증위원회가 다시 검증하고 있으니 여기에 모든 것을 맡기자"고 제안했다.
#박근혜 #이명박 #공성진 #한나라당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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