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막을 내린 게 아니다

[릴레이 편지 ①] 새 매체 준비하는 '시사기자단'에 힘을

등록 2007.07.02 14:14수정 2007.07.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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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의 일방적인 '삼성기사 삭제' 건으로 1년 넘게 끌어온 <시사저널> 사태가 막을 내렸다. 기자들 22명 전원은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새 매체 창간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시사기자단'은 아직 제호와 정확한 창간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하반기 새 매체 창간을 목표로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모금운동은 2일 오전 현재 1450여 만원의 후원금과 정기구독 약정으로 이어졌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시사기자단의 새 매체 창간을 독려하는 릴레이 편지를 연재한다. 첫 회는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인 고동균(출판기획자)씨의 편지다. <편집자주>
'전' 시사저널 기자들이 지난달 26일 1년여동안 끌어왔던 사측과의 줄다리기를 끝내며 편집국 현판 앞에 모여 "굿바이~ 시사저널!" 을 외치고 있다.
'전' 시사저널 기자들이 지난달 26일 1년여동안 끌어왔던 사측과의 줄다리기를 끝내며 편집국 현판 앞에 모여 "굿바이~ 시사저널!" 을 외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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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5일 <시사저널> 노조원 전원은 회사측에 사표를 냈다. 이로서 1년을 넘게 끌어온 '시사저널 사태'는 아무튼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결코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이에 앞서 6월 18일 '시사저널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이하 시사모)은 다음과 같이 성명했다.

"우리 시사모가 이 사태의 전개 과정에서 언제나 굳건히 견지해온 최우선의 소망은 <시사저널>의 완전한 원상회복이었으며, 그런 한에서 노동조합의 요구를 지지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간절한 소망을 사측은 수없이 배신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그 아픈 과정은 미숙한 정신의 고통스런 성장 체험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우리 깨어있는 독자들이 사랑하고 연대해야 할 참된 실체는 <시사저널>이라는 이름 넉 자가 아니고, 그 이름 넉 자의 사용권을 법적으로 점유한 법인은 더욱 아니며, 오직 모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이 사실과 진실을 쓰고 말한다는 독립 언론의 정신만이 우리가 사랑하고 연대할 실체임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우리 독자들의 이 고통스런 자각이 초래할 결과를 사측은 엄중히 직시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정도로 돌아오기를 마지막으로 촉구합니다."


정당 대변인들의 말재간과는 한참 거리가 먼, 소박한 이 문장 속에 시사모의 마음 - 사태를 이렇게 막 내리지 않겠다, 막 내릴 수 없다는 결심이 오롯하다. 시사모는 그동안 이 사태를 예의주시해왔다. 월급쟁이에서 소자영업자, 학생, 주부에 이르는 대한민국 평균에 속한 시사모의 보통 사람들은 낙관도 비관도 함부로 하지 않으며, 과장해서 울거나 헤프게 웃지도 않으며 눈 부릅뜨고 사태를 지켜보았다. 지켜보고 논평했다는 이유로 마스터 헤드(마스터 헤드는 단행본 책으로 치면 판권면 같은 것이다. 쉽게 말해 미디어의 제조자 표시라고 할 수 있다) 하나 제대로 명시하지 못하는 '발행인' 금창태씨는 운영진을 형사 고소했지만, 그쯤 웃어넘긴 시사모가 바란 것은 오직 하나였다.

정희상 노조위원장이 26일 그동안 몸담았던 편집국 현판 앞에 헌화를 하고 있다.
정희상 노조위원장이 26일 그동안 몸담았던 편집국 현판 앞에 헌화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오늘(2일) 전 <시사저널> 기자들은 목동 한국방송회관에 새로 둥지를 튼다. <시사저널> 노동조합에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으로 조직을 바꾼 뒤 내딛는 새 발걸음이다.

이 아침에 '전 <시사저널> 기자'들을 바라본다. 그래왔던 것처럼 침착하게 바라본다. 아울러 '<시사저널>의 완전한 정상 회복'이라는 바람을 묵상한다. '시사저널 사태'는 그 진행 경과 속에서 <시사저널>을 넘어서 버렸다. 이를테면 어떤 항의 앞에서도 고상한 무대응으로 일관한 공룡 자본, 그만큼 고상하게 이런 하찮은 문제쯤은 무시하는 거대 언론, 엄연한 현실 발행인 '금창태', '역사성'과 '정신'을 보호하는 기능은 없는 법률이 엄연했다.

이들 덕분에 <시사저널>은 정당한 공분을 간직하려는 시민 사회 구성원의 화두가 되었고 이들 덕분에 시사모가 외쳤던 '정상 회복'은 "한국 언론아, 오늘 자본과 권력, 또는 종교와 같은 특정 세력으로부터 독립해 어디까지나 제때 정확하게 사실을 전할 수 있는 양심과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겠니?" 하는 물음으로 몸을 나투게 되었다.


자본 권력, 자본과 한편인 언론 권력, 그들의 청지기와 앞잡이들, 그리고 어쩐지 그들에게 유리한 듯한 사회 제도 앞에서 독립 언론의 꿈이 새 걸음을 내딛는 마당이다. 이 걸음 앞에서 시사모는 책임있는 시민 사회의 구성원의 도리는 무엇인지 그것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어떤 기술과 힘과 실천이 필요한 지도 함께 냉정하게 돌아보려 한다.

조금 경로가 달라진 '<시사저널>의 완전한 정상 회복'. 그 '조금'이 세상에 단판승부 같은 건 없다, 단판 승부급 인식으로는 아무 것도 못한다는 이치를 새삼 일깨우고 있는 듯하다. 하고 또 하고 싸우고 또 싸우되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낙관도 비관도 함부로 하지 않으며, 과장해서 울거나 헤프게 웃지도 않으며' 시사모는 다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의 뒤꾼이 될 것이다. 동시에 스스로는 <시사저널>을 넘어 더 넓은 연대의 장을 바라볼 것이다.


공룡 자본아, 무책임한 언론아, 부끄럼 모르는 하수인들아, 무심한 법률아.
우린 약속 한 번 없이도 시시각각 만나고 있다. 우린 너흴 잊은 적이 없다.

다시 현장과 진실을 붙들고 씨름할 준비를 시작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 여러분!
그대들은 <시사저널>을 넘어서, 차원을 달리한 정상 회복을 이루어야 한다.

지금 다시 시작이다. 보는 눈 있고 돕는 손 있다. 정당한 공분, 시민의 책임, 시민 된 도리 들을 아주 조심스럽게, 작은 소리로 발음해보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 닳고 닳은 수사를 모르기에 더욱 실답고 엄숙한 보통 사람들의 목마름을, 시작하는 그대들 머리 위에 꽃가루 삼아 뿌린다. 분분하여라, 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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