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수재' 박성범 의원, 슬그머니 복당

대법원 확정판결 뒤 당내에서 동정론... 정치적 논란 일 듯

등록 2007.07.03 10:44수정 2007.07.0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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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나라당에 복귀한 박성범 의원

한나라당에 복귀한 박성범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작년 지방선거 구청장 공천과 관련된 금품수수 의혹을 받으며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박성범 의원이 15개월 만에 복당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대법원으로부터 배임수재로 유죄를 선고받은 상태여서 그의 복당은 정치권에서 적잖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3일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당이 어제(2일) 오전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박 의원의 복당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의 권유를 받고 지난달 29일 서울시당에 복당을 신청했는데 그의 신청이 4일 만에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이 공천비리 연루 의혹으로 인해 당을 떠났다가 돌아온 만큼 그의 복귀에 찜찜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 의원은 작년 지방선거를 앞둔 같은 해 1월 구청장 공천신청자의 인척 장모씨로부터 모피코트와 양주·핸드백·넥타이 등 1400만원 상당의 고가품 8종을 받았다가 3개월이 지난 뒤에야 돌려준 혐의(배임수재)로 지난 4월까지 재판을 받아왔다.

한나라당이 박 의원을 둘러싼 공천비리 의혹을 스스로 밝히며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이 그에게 '수난'의 기폭제가 됐다.

한나라당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내용에는 "박 의원의 부인에게 미화 21만달러를 약 상자에 담아 건네줬다"는 장씨의 주장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박 의원은 "돈이 담긴 약 상자를 다음날 곧바로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같은 해 4월 13일 의원총회에서 "중상모략 세력의 말을 믿고 당 소속의원을 고발조치한 한나라당을 이해할 수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권영세 "한나라당의 검찰 고발, 문제 있었다"


검찰은 지방선거가 끝난 뒤 박 의원을 배임수재 및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지만, 미화 21만달러 수수설의 경우 공소 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법원은 4월 27일 박 의원이 받은 일부 물품에 대한 배임수재 혐의만을 인정해 벌금 700만원에 추징금 12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회의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만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박 의원은 대법원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당내에서 박 의원에 대한 동정론이 일기 시작했다.

지방선거 당시 박 의원이 서울시당 공천심사위원장에 임명했던 권영세 최고위원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권 최고위원은 2일 기자를 만나 "박 의원은 공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돈을 줬다는 사람 말만 듣고 당이 박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배임수재 유죄판결이 난 것에 대해 그는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던 김희선 의원의 경우에는 비슷한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가 났다, 사법부가 정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황우여 사무총장도 "당이 검찰에 고발했지만 대부분의 혐의가 무죄로 판명됐으니 본인으로서는 억울할 만 하다"며 "박 의원이 무죄를 받을 것 같으니 검찰이 엉뚱한 걸 하나 엮어서 일부 유죄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박 의원을 다시 받아들인 데는 대선을 앞둔 '세 불리기'라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선의 박 의원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국면에서 누구를 지지할 지도 주목된다.

혐의 조사했던 김재원 "정말 잘된 일... 박 의원에 정말 죄송"

박성범 의원실의 관계자는 "경선 투표에 참여할 당원·대의원들이 거의 확정된 상태인데 박 의원이 무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냐, 특정 캠프로 마음을 아직 정한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의원이 한나라당 '빅2' 중 이명박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박 의원이 당을 떠나면서 자신을 검찰에 고발한 당 지도부를 겨냥해 "이번 사건을 주도해 공인의 도덕성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든 당 지도부는 정치적·법적으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당시 당대표는 박근혜 후보였고, 박 의원의 혐의를 조사했던 김재원 의원(당시 클린공천감찰단장)과 언론에 발표한 허태열 의원(당시 사무총장) 등이 모두 박근혜 캠프의 핵심요직을 맡고 있다.

박 캠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재원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의원의 복당은 정말 잘된 일이다, 당시 그런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박 의원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에게는 신상 문제이기 때문에 머리로는 이해가 돼도 가슴으로는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내가 판단을 잘못했지만, 작년에는 장씨가 몇 차례나 찾아와서 '박 의원이 21만달러를 분명히 받았다, 기자회견이라도 하겠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람에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캠프의 좌장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원내대표 시절 박 의원 사건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던 만큼 그가 이 쪽으로 올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박 의원의 복당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이 당내에 상존한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박 의원이 공천신청자로부터 받은 고가물품을 일부 사용했다가 문제가 되자 뒤늦게 돌려주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은 사실 아니냐"며 "이러다가 성추행 혐의로 선고유예 받은 최연희 의원까지 돌아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장경수 중도통합민주당 대변인도 "한나라당이 얼마 전에도 수해골프를 친 당직자를 조기 복권시킨 바 있었다"며 "대선을 위해서라면 비리인사도 마다하지 않는 한나라당의 개념 없는 복당·복권조치를 국민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성범 #공천비리 #배임수재 #한나라당 #복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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