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충남대 양현수 총장 구속 기소

횡령·배임·뇌물수수 등 혐의... 양 총장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준 것"

등록 2007.07.03 17:07수정 2007.07.03 17:08
0
원고료로 응원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양현수 충남대 총장(자료사진).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양현수 충남대 총장(자료사진).오마이뉴스 장재완
정책연구비 집행과정에서 교수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양현수 충남대 총장이 구속 기소됐다.

대전지방검찰청 특수부(부장검사 유상범)는 3일 오후 양현수(59) 충남대 총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전 영어체험마을 조성사업'과 관련, 양 총장에게 뇌물을 건넨 M개발 대표 김 아무개(68)씨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밝힌 양 총장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 우선 양 총장은 지난 2005년 5월부터 2006년 9월 사이에 교수들에게 정책연구과제를 배정한 뒤, 연구비 전액 또는 일부를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여, 권 아무개 교수 등 11명에게 9100만원을 수수해 '업무상 횡령'의 혐의를 받고 있다.

'뇌물수수'와 관련해서는 2006년 6월 충남대병원 노아무개 원장으로부터 이사장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매년 4000만원을 요구했고, 같은 달 하순경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2007년 1월에는 이 아무개 교수로부터 연말연시 선물비용 명목으로 100만원을 수수했고, '대전 영어체험마을 조성사업'과 관련, 충남대와 이 사업을 공동 추진하던 업체 대표 김 아무개 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렇게 양 총장이 부당하게 받은 돈의 총액은 1억700만원이다.

또한 연구비를 돌려받을 목적으로 특정 모임의 활동비를 편법지원하거나 기자재 구입비용을 마련한다는 명분하에 2005년 9월과 2006년 8월, 정 아무개 교수와 김 아무개 교수에게 각각 1500만원과 5000만원의 연구비를 배정해, 대학에 총 65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 "양 총장, 교수들에게 비자금 조성 지시"

검찰은 양 총장이 연구비를 책정하면서 직접 교수들에게 비자금을 조성, 가져올 것을 지시하거나 기획처장을 통해 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양 총장은 일부 교수들에게는 직접 연구비 계좌의 현금카드를 받아 인출, 사용했으며, 교수들로부터 돌려받은 연구비를 개인 계좌로 이체한 후 그 계좌의 현금카드를 받아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제자·친척·지인 등의 명의로 4개의 차명계좌를 만든 후 3억4000여만 원의 현금을 분산·입금한 후 관리해 온 것으로 검찰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다만, 이 돈 중 6400만원은 횡령 및 수뢰금이며, 나머지 돈은 양총장이 가족으로부터 받은 돈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총장은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 6400만원은 부동산 임차자금 또는 지인의 자동차 구입대금, 수뢰금 반환자금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2200만원은 검찰 수사가 개신된 후 금융기관 금고에 보관해 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한 검찰은 양 총장이 지난 2005년부터 2007년 5월 까지 사용한 활동비는 공식적인 업무추진비로 1억2750만원을 사용했고, 이와는 별도로 학내기관 3곳으로부터 학교발전기금 6000만원을 대학본부 기획처로 기탁하도록 한 뒤 5230만원을 사용해 모두 1억 7980만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만, 양 총장에게 연구비를 건넨 교수들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정노력을 존중하여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책임을 묻도록 처리키로 했다. 교수들이 총장의 직위를 이용한 요구에 거절하기 어려웠고, 또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행위였다고 판단한 것.

검찰 관계자는 "정책연구비는 그 재원이 학생들이 납부한 수업료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용한 것은 결국 학생들이 공부를 위해 납부한 돈을 유용한 것과 다름없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학의 보다 더 철저한 연구비 관리감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러한 검찰의 기소내용과 관련, 양 총장은 교수들로부터 받은 연구비는 양 총장의 요구나 학교 측의 요구가 아닌, 총장의 활동비 부족을 알고 있는 교수들의 자발적인 행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배임혐의와 관련해서도, 두 교수가 조성한 비자금은 양 총장의 지시가 아닌,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을 관리한 이유에 대해서는 공직자 재산등록 과정에서 자신의 재산이 공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현수 #충남대총장 #구속 #횡령 #정책연구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3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4. 4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5. 5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