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양념 장어구이맛객
나이를 먹는다는 거. 현재 먹고 있는 음식에 나타나 있다. 단맛 나는 음식보다 쓴 음식이 혀에 감길 때, 즉석 음식보다 세월이 묻은 음식에 더 정감이 갈 때 맛객은 나이를 먹고 있다. 그렇게 나이 들면서 음식은 맛으로만 먹는 게 아니란 걸 깨닫기도 한다. 혀가 아닌 머리로…. 마음으로 맛을 보게 되었을 때 나는 나이 듦을 느낀다.
맛객은 간장게장과 육회 생선회에서 맛을 알고 나니 어느새 10대에서 20대 언저리에 있었다. 다시 장어나 삼계탕 같은 보양식을 먹으면서 인생의 중반기를 보내고 있다. 이렇듯 나이 듦에 따라 먹는 음식이 달라지는 것은 삶이 적지 않은 달력을 소비했다는 방증이다.
상식은 이르되, 잘 먹는 게 남는 거라 했다. 특히 여름철엔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 이 천하의 명언을 꺼내지 않더라도 잘 먹는 게 관건이다. 잘 먹어야 된다고 해서 아무 음식이나 입에 대면 남는 건 살과 성인병뿐이다. 얘기는 몸에 이로운 음식을 먹자는 뜻이다. 그게 보양식이다. 그래서 여름은 보양식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계절.
한국의 성인치고 여름철에 삼계탕 한 그릇 비우지 않는 이가 몇이나 될까? 덕분에 소문난 보양식 집들은 문턱이 닳는다. 삼계탕에 비하면 덜 대중적이지만 장어 요리도 여름 보양식으로 빠지지 않는 소재이다. 해서 오늘은 괜찮은 장어집을 하나 소문낼까 한다.
여름엔 잘 먹는 게 관건
지금이야 금값이 된 자연산 민물장어를 어릴 적엔 낚시로 잡고 놀았다. 어린놈이 장어가 귀한 줄 알았겠는가, 장어 맛을 알았겠는가? 장어가 올라오면 "쳇! 걸리라는 메기는 안 걸리고…" 하면서 투덜거렸다.
장어보다 메기를 잡았을 때 손맛도 그렇고 시각적으로 쾌감이 컸기 때문이다. 이제 민물장어를 낚시로 잡는 건 꿈에서나 가능해지지 않았나 싶다.
대신 먹는 걸로 대리 만족을 해볼까. 비록 자연산은 아니지만 정성들여 손질하고 구운 장어니 아무렴 어떤가. 가까운 지인의 소개로 부천 중동에 있는 '장어박사'를 찾은 건 지난달 25일. 외관은 일단 비호감이 아니어서 맛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넓지는 않지만 깔끔한 실내도 마찬가지다.